제가 생각하는 최악의 아카데미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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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1-21 14: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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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러니 저러니 말은 많지만 그래도 수상하는 영화들을 보면 다 좋은 영화들이더라구요. 세간의 이야기처럼 그렇게 대작만 좋아하는 것도 아니구요. 옛날에는 대작을 선호한 경향을 분명히 보였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아메리칸 뷰티 이후 좀 바뀌었죠.
일단 좋아한다는 것은 전제로 깔고.... 그런데 맘에 안드는 시상이 가끔 있습니다. 어쩔수 없죠. 이것저것 있지만 저는 이게 제일 맘에 안 듭니다. 2002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덴젤 워싱턴" 수장.
덴젤 워싱턴은 굉장히 훌륭한 배우입니다. 그리고 트레이닝 데이도 나쁘지 않습니다.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게 훌륭하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덴젤 워싱턴 연기 잘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아카데미 수상까지 할 정도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제가 맘에 안드는 것은 영화 외적인 정치적 요인이 너무 많이 투영된 수상 같아서 입니다.
2002년 아카데미는 그해 수상식을 "우리는 흑인차별같은거 안한다"라는 것을 알리는 행사로 진행했죠.
공로상 "시드니 포이티어"
그리고 여우주연상 "할베리", 남우주연상 "덴젤 워싱턴"
할베리의 여우주연상은 정말 아무 문제 없습니다. 몬스터볼에서 그녀의 연기는 뭐 아카데미 따놓은 당상. 그런데 할베리의 수상에 맞추어 "남우주연상도 흑인으로 세팅하자"라는 생각으로 트레이닝데이의 "덴젤 워싱턴"을 선택한 모양새가 되었다는 거죠. 그리고 흑인 3명이 다함께 상을 수상하는 모양새를 만들구요.
이런 쇼 없이 그냥 공평하게 시상하면 흑인들 다 상받는데.... 제 기억에는 뷰티풀 마인드의 "러셀 크로우"가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것으로 압니다. 제가 봐도 러셀 크로우가 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어울리지 않아 싶구요. (이해 아카데미는 뷰티풀 마인드가 휩씁니다.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여우조연상까지.... 남우 주연상만 빼구요. 사실 러셀 크로우의 연기가 가장 인상깊은 영화였는데 말이죠) 또 다른 후보로는 아이엠샘의 "숀 펜"이 있었네요. 트레이닝데이의 "덴젤 워싱턴"이 이 둘보다 훨씬 인상적이었던가? 저는 아닙니다. 덴젤 워싱턴 최고의 연기라는 생각도 역시 안 들구요.
PS. 비슷한 이유로 "화씨 911"의 황금종려상 시상도 별로 안 좋아합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을 시상으로 표현한 느낌이어서 말입니다. 영화 외적인 요인이 너무 강력하게 작용한 시상 아닌가라는 겁니다. "화씨 911"이라는 다큐 자체가 너무 음모론적으로 막나간 경향이 있는지라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도 안하구요. "볼링 포 콜럼바인"까지는 그래도 좋았다고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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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마인드의 러셀 크로우가 당연히 받을거라 생각했는데 저도 좀 의아한 수상이긴 했습니다. 덴젤 워싱턴도 나빠지 않았으나 뷰마의 러셀은 정말 역대급 연기력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