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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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0 17:28:52

연초에는 항상 직장인들에게 귀찮은 일이 찾아옵니다. 바로 연말정산이지요.

이거를 잘 해야 내가 낸 세금을 나름 '절세'해서 돌려받아 하나라도 가정에 보탬이 되거나(혹은 본인의 뒷주머니가 두둑해 진다던가) 잘 못 하면 거액의 세금을 왕창 더 물 수도 있는... 중요하다면 중요한 연중 행사입니다.

적년에는 모 정당에 처음으로 정당기부금을 냈습니다. 그런데 다른 종교 및 법정 기부금과 달리 자동으로 홈텍스 등록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정당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본인 인증을 거쳐 고지서를 출력하려고 하니 공유 프린터라고 또 안됩니다. 그래서 그럼 캡춰를 해볼까, 또 안됩니다...... 집에는 프린터가 없습니다. 회사에서 출력해야 하는데 공유 프린터 아닌 프린터가 있을리가 없.... 그리고 도서관이나 PC방에 가서 출력을 하더라도 공유 프린터가 아닌 곳이 있기나 한지 생각나지 않습니다.

하는 수 없이 해당 정당에 전화를 겁니다. "여보세요, 수고하십니다 연말정...." "해당 부서 바꿔드릴께요. 뚜-" 요즘 수없이 많은 연말정산 전화가 오는지 통화자는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전화를 돌립니다.

연말정산 담당자가 받자 사정을 설명합니다. 저도 이런 과정을 거쳐오며 살짝 스팀이 받기 시작해서 언성이 조금씩 높아집니다. 어린이를 구하자 같은 곳에 내는 기부금도 다 자동으로 국세청 신고가 되는데 왜 정치기부금은 자동으로 안 올라오냐. 공유 프린터로 출력이 안되는 이유는 뭐냐. 캡춰는 왜 또 안되는 거냐. 담당자는 그것은 프로그램 문제로 자신은 알지 못한다며 이메일 주소를 불러주면 pdf로 쏴준다며 이메일 주소를 달랍니다.

저도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평소 다른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처지를 십분 이해하기에 하나라도 '왕처럼 대우받을 자격이 있는 고객'이 되고자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 담당자의 말투만 들어봐도 이 사람의 서비스 마인드가 어떤지 한 번에 알 수 있습니다. 다른 서비스업 종사자 분들은 이해하실 겁니다.

아, 요즘 탄력 받는 정당에 근무하는 분이셔서 감히 일반 권리당원으로는 이 분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되는 분이구나.

공유 프린터가 사용안되는 이유, 화면 캡춰가 안되는 이유, 홈텍스가 안되는 이유. 저도 따지면서 뭔가 법적, 절차적으로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프로그래머들이 귀찮다고 저렇게 세팅할 이유가 없거든요. 그런데 이 분은 그 이유를 알아도 하나하나 설명하기 귀찮았거나, 혹은 관련 업무가 너무 귀찮은 나머지 그 이유조차 알려 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 였겠죠.

혼자 언성을 높힌 것이 미안해져 내년에는 이렇게 복잡하지 않게 잘 처리되도록 개선을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리자. 알아보겠다고 하는 담당자와의 통화를 마치고 나서 혼자 곰곰히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노고와 진상고객. 선거 전의 정치와 선거 후의 정치. 입금 전과 후. 내년에도 이 정당에 후원금을 낼 것인가 말 것인가.

아울러 나 역시도 심기일전해서 고객 서비스를 할 때에는 진심으로 대해야 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해봅니다. 일선의 서비스 종사자의 태도 하나가 그 서비스 제공사 전체의 이미지를 좌우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