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직종의 저임금은 외국인 노동자 때문인가
아래에 댓글이 많은 글이 있어 그 내용을 읽어봤더니 그중에서도 흥미로운(?) 질문이 있어 거기에 대한 글을 올립니다.
3D직종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아서 임금이 낮은 걸까요?
임금이 낮아서 외국인 노동자들밖에 몰리지 않는 걸까요?
어느 작은 마을에 50명의 미혼녀와 50명의 미혼남이 있습니다. 새로 시장에 당선된 억만장자는 그 마을의 미혼 남녀가 짝을 지어 서로 사귀기로 약속하면 커플 당 100만 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황당한 가정이지만 학자들이 경제모델을 만드는 경우 이런 식으로 단순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쨌든 저는 이런 이상한 마을의 데이트 시장에 대해 글을 이어나가겠습니다.
다행히 그 마을은 미혼 남녀가 동수여서 모든 커플이 시장에게 100만 달러를 받고 서로 50만 달러씩 나누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마을의 한 총각이 사고로 사망한 것입니다. 이제 그 마을에 총각은 49명, 처녀는 50명이 되었습니다. 남자가 딱 한명 부족하니 여자들에게 그렇게 불리할 거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균형이 깨진다는 것이 얼마나 큰 결과를 초래하는지 지금부터 설명 드리겠습니다.
남자가 한명 부족하기 때문에 50명의 여성 중 한명은 데이트 상대를 구하지 못해 돈을 한 푼도 못 받게 됩니다. 자신의 상황이 불리하다고 생각한 어떤 여성이 100만 달러를 남자와 반반씩 나누지 않고 상대에게 60만 달러를 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합니다. 그 제안으로 인해 그녀의 상황은 조금 나아졌을지 모르지만 그녀의 라이벌은 상황이 더 안 좋아집니다. 그래서 그 라이벌은 한 푼도 못 건지는 대신 자신은 30만 받겠다고 제안합니다. 이제 여자들마다 이런 제안이 이어져 여자들이 받겠다는 금액은 자꾸 떨어져 결국에는 1만 달러에 이릅니다. 남자는 커플이 되면 99만 달러를 받겠지만 여자는 1만 달러를 받게 됩니다.
마을 여성들은 모두 똑같은 처지이기 때문에 이뤄진 49 커플들 모두 동일하게 남자들은 99만 달러를 받고 여자들은 1만 달러를 손에 쥐게 됩니다. 물론 홀로 남은 여성은 한 푼도 못 받습니다. 단 한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남자들은 엄청난 권력을 쥐게 됩니다. 이 예는 교섭의 입지를 위해서 집단행동이 왜 필요한가를 말해주는 데에도 적용됩니다. 수요 공급의 법칙은 이 정도로 막강한 위력을 갖습니다.
지금부터 30년~40년 전으로 거슬러 가면 우리나라는 지금처럼 고학력 사회가 아니었습니다. 고졸이면 가방끈이 짧은 게 아니었고, 중졸 이하도 넘쳐났습니다. 화이트칼라 직종이 아예 불가능해서 3D직종을 택할 수밖에 없는 취업지망생들이 많았고 이들은 임금과 노동에서 차별 대우를 감수하며 열심히 일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그 당시보다 생활수준과 학력이 훨씬 높습니다. 저임금에 흔쾌히 3D직종을 택할 구직자들은 아주 적습니다. 그런 힘든 업종을 근로자들이 기피하게 되면 노동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이를 충분히 보상해 줄 수 있을 만큼 임금이 오르는 것이 경제의 법칙입니다. 과거에 독일과 북유럽, 호주, 캐나다 선진국의 예를 살펴보면 실제로 이런 경우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나라에서는 일반 사람들이 기피하는 건설 인부, 청소부, 광부, 배관공, 용접공 같이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화이트칼라 근무자들보다 더 많은 돈을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나라들과 경쟁하는 미국은 선진국이지만 인종간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저임금에 3D직종을 택할 구직자들이 넘쳐났습니다. 해마나 늘어나는 불법 이주자들은 연방법이 정하는 것보다 훨씬 낮은 임금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육체노동이 필요한 3D직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높지 않습니다. 그런 직종 종사자에게 높은 임금을 지급하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북유럽 국가들이 그런 상황에 처했습니다. 그들 나라는 해가 갈수록 미국식 자본주의에 밀렸습니다. 그리고 그들 국가들은 이민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임금의 이주 노동자를 유입함으로써 그 문제에 대한 해결을 시도했습니다.
독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건설, 제조업 및 3D직종에 뛰어들었습니다. 독일의 건설 근로자 및 제조업 근로자들은 거기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선진국 중에서도 제조업 노동자들의 입김이 무척 강합니다. 그 결과 독일 정부와 의회는 자국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 고용자들에 대해 자국 노동자들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책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독일은 저임금보다 품질 위주로 가는 방향을 택한 것입니다.
호주의 경우는 반 이민 정서가 강해서인지 3D직종에 대한 부족한 인력을 아직도 이주민을 통해 메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블루칼라 근무자들에 대한 임금이 높습니다. 땅덩어리가 무지하게 넓고 자원이 넘쳐나는 나라이기 때문에 그 정도의 비효율은 감수하겠다는 일종의 여유인 것 같습니다.
제조업, 노동직 및 3D직종에 저임금의 외국인들을 잔뜩 투입한 미국은 전혀 다른 부작용을 겪었습니다. 미국은 턱없이 낮은 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가 항상 넘쳐나는 곳이었습니다. 작은 임금을 달러로 받아 모국으로 부치면 그곳에서는 전혀 작은 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백인들이 외국인 근로자 수준의 저임금을 받게 되면 그들이 수십 년 동안 누려왔던 기본적인 삶조차 영위하기 쉽지 않습니다. 거기에 화난 백인 노동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공약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사정이 조금 더 복잡하고 꼬여 있습니다. 3D직종이 많은 임금을 받을 만큼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과의 원가경쟁에서도 갈수록 밀리는 상황에서 기업이 부가가치를 크게 창출하지 못하는 업종 종사자들에게 고임금을 지불하기 어려운 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임금이 이렇게 낮게 유지되는 데에는 그 임금으로도 기꺼이 일을 하려는 외국 근로자들이 계속 늘어나기 때문인 점이 더욱 큽니다. 기업들은 임금을 낮게 줘도 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하면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콧대 높고 효율은 동일한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고용할 이유가 많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상황과 갈수록 유사해지고 있습니다. 조선족 등 외국인 근로자들은 낮은 임금으로 몇 년 일해서 돈을 모으면 자국으로 돌아가 넉넉한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젊은이들이 외국인 근로자들과 같은 임금을 받으면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아 키우며 살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성세대가 3D업종을 마다하는 젊은이들을 나약하고 나태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크게 부당한 일입니다.
다시 글의 맨 앞으로 가서 데이트 시장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상하게도 많은 남자들은 일부다처제를 그들이 꿈꾸는 로망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진실을 말하자면 일부다처제의 진정한 수혜자들은 여성입니다. 남자들이 여러 명의 여자들과 결혼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뀐다면 몇 명의 매력적이고 부유한 남자들이 여러 명의 여성을 맞아들일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게 되면 몇 명의 남자들이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독신으로 남게 되고, 그런 남자들은 하늘에 별이라도 따주겠다는 약속을 해서라도 여성의 마음을 얻으려고 할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여성의 가격이 올라가게 되고 그럴수록 남자들은 여자의 마음을 빼앗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결국 결혼 조건은 남자들에게 점점 불리해집니다.
뜬금없는 내용으로 글을 마무리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상황이 어떤 처방을 내리기 힘들만큼 답답하기에 이런 식으로나마 글을 마무리 합니다.
글쓰기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외노자는 제외하고 우리마라 젊은 사람들이 몸쓰는 육체노동을 꺼리는 이유는 제가 생각하기에 임금에대한 격차가 타 직종에 비해 없다는 점 때문으로 생각하는데 저도 지금 알바로 현장직을 잠시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초보 즉 신입의 경우 8만원 정도입니다. 목수나 철근의 경우 엄청 고되서 기본 14를 받는다고 들었습니다만 통상 전기나 설비의 경우 8만원인데 이 돈은 하루에 출근해서 일하는 강도에 비하면 결코 많은 수준이 아니죠. 새벽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하는데 똑같이 일을 하는것도 아니고 9시에 출근하는 알바직과 비교를 해도 많은 금액이 아니라는 점 뭐 윗대가리들은 기술 배우니까 그정도를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x소리라 봅니다. 결국은 3d나 육체노동이나 신입도 하루 임금을 10만원 이상 줘야 젊은 청년들도 뛰어들만 하겠죠.
그리고 현장에 있는 소장들도 외노자들은 꺼려하는 분이 많습니다. 바로 일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언어적인 소통이 아예 안되버리니 저임금으로 쓴다해도 결국 시공후에 뗌빵 할곳이 많은 상황이라 그 임금이 거기서 거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