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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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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2 03:02:03

너의 이름은. - <망각과 간절함에 대한 동화>

원래 1 4일 개봉인데 오늘 근처 영화관에서 유료시사회로 주말 동안 오후에 두 번씩 상영 하더라고요. 국제영화제에 두 번 갔다가 두 번 다 예매 참패로 놓쳤기에 꼭 개봉 날짜 맞춰서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보고 왔습니다. 아직 미개봉이기 때문에 스포일러를 보고 싶지 않으시면 앞쪽만 읽으시고 내리시면 됩니다.

 

<너의 이름은.>은 두 소년 소녀의 몸이 바뀌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다만 복잡하거나 다채로운 플롯보다는 이야기를 대담하게 부풀리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근데 원체 풀어나가는 속도와 음악의 활용이 매력적이라서 이야기를 크게 부풀리는 과정에서의 몇 가지 흠결들을 무시하면서 따라가고 싶어지는 영화였던 거 같습니다. 다만 이야기의 결말로 갈 때 약간은 감상적인 느낌이 좀 납니다. 이야기를 약간은 끌면서 결론 짓습니다. 약간 씩은 중간 중간 건너 뛰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디테일이나 세세한 부분에서는 조금은 불친절하거나 뭉뚱그려 넘어가는 느낌이 좀 있습니다. 탄탄하다기 보단 감성과 감정의 힘, 그리고 서사의 비틀기를 통해 에너지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느낌이 진합니다.

일단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작화에 있을 거 같습니다. 일단 배경 퀄리티나 빛의 움직임에 따른 섬세한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첫 장면을 보고 만알못, 애니알못이지만 확신을 가졌습니다. , 저것은 작화가를 갈아넣은 거라는 건 제가 잘 알 것 같더라고요.

둘째로 음악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아예 순간 순간을 뮤직비디오처럼 음악에게 주도권을 넘겨 준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들의 속도감이 인상적입니다. 서정적인 연주곡들도 좋습니다. Ost를 맡은 밴드가 꽤 유명한 밴드라고 하더고요.

제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처음 봤는데요. 많은 분들이 언급하시길 원래는 되게 현실적 러브스토리를 만드는 감독이라고 했는데, 확실히 <너의 이름은.>은 유머나 스피디한 작화 등 상당히 대중적인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근데 커플끼리는 안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 , 아무튼 가지 말라고요.

 

이하 스포일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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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플롯을 분리해 보면 서로의 몸이 뒤바뀐 이야기+시간 여행+그리고 재난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통 시간을 넘나드는 이야기에서 재난이라는 주제는 프리퀀시처럼 꽤 흔하지만 이 영화에서 재난이 다른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감독이 언급한 대로 도호쿠 대지진이란 재난에 대한 치유가 읽히기 때문입니다. 절절한 간절함이 바꿔놓은 이야기로 읽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묘사, 혹은 장면이라고 한다면 저승으로 번역된 (제가 원문을 몰라서) , 아님 개울이 인상적이더라고요. 말 그대로 죽은 사람과 연결되는 공간이기도 하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망각의 강이 떠올랐습니다. 영화 상에서 강에 발이나 몸을 담그게 되는 사람이 딱 두 주인공으로 한정되는데요. 여동생과 할머니는 징검다리를 통해서 강을 건넙니다. 여동생은 몸이 바뀌었을 때의 기억이 몸이 바뀐 걸 알아차리는 장치 중 하나로 작동하고 할머니는 이상한 꿈을 꾼다는 것을 기억하고, 지금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반면 두 주인공은 서로가 누구인지, 혹은 무엇을 찾고 있던 건지에 대해 망각했습니다.

영화 내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소재를 꼽자면 역시 일 겁니다. 실은 초반부에도 그려지듯이 그 자체로도 여러 가닥이 꼬인 것인 동시에 그 자체로도 묶였다가 풀어집니다. 끈이 어떤 순간에 풀어지고 어떤 순간에 다시 묶이냐가 이야기의 전체 흐름을 대신 표현해 주기도 합니다. 끈이 어떤 순간에 풀리고 어떤 순간에 묶이는 지를 보시는 것도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 흐름을 읽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간절함에 대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누군가를 안다는 것, 혹은 그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간절함으로 이어진 셈이죠. 간절함의 근원은 어느 순간 잊어버렸지만 그 누군가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 간절함이 다시 그 누군가를 부른다는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이기도 한 셈입니다.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배경과 배경을 소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특히 도쿄라는 공간을 끌어들이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서로의 몸이 뒤바꿔진 상황에서 도쿄라는 공간을 소개함으로써 (아마도 일본 관객 대다수에겐 익숙할) 도시를 영화가 하고 싶은 판타지스러운 공간으로 끌어온 느낌입니다. 혜성은 그 독특한 분위기에 방점을 찍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마코토 감독이 인터뷰에서 그 사람을 생각하며 잠들었기 때문에 꿈에서 나온걸까. 꿈이라고 알고 있었다면 눈을 뜨지 않았을 것을.’이란 시에서 구상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황혼이라는 순간은 낮도 밤도 아닌 순간입니다. 서로의 몸이 바뀐 상황에서 황혼은 서로 다른 두 시간 대를 묶는 순간인 동시에 서로를 가장 간절하게 찾던 순간이었죠. 개인적으로 이 때 서로가 교차되는 연출이 제일 좋았습니다. 대사나 행동보다 그 한 장면으로 영화 전체가 생각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 새해 첫 영화인데.. .. .. 슬프지 않습니다. 아무튼 슬프지 않습니다.

원래 뭐 유료시사회 같은 거 하면 포스터를 주나요? 받아왔는데 신기하네요.

아아 여행가고 싶게 만드는 배경입니다.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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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7-01-02 13:40:03

어제 저도 보러갔는데 진짜 재밌었습니다.
다른것들도 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연출이 무엇보다 맘에들더군요.
제 감성이 이쪽분위기랑 딱 맞아서 그런지 전 재밌게 잘봤네요.
안보신분들한테 꼭한번 추천하고싶은 영화입니다.

WR
2017-01-02 14:28:23

반전으로 속도감 붙이는 연출이 인상적이더라고요. 저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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