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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 그리고 비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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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12-22 01:34:37

어제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잠이 오지 않아서 책을 보려고 했으나 책도 잘 읽히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봤습니다.
아수라와 비밀은 없다. 
두 영화 다 욕을 아주 많이 먹은 작품들입니다.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왜 이리 욕을 먹는 것이지?
두 작품을 다 보고 난 후에 왜 욕을 먹는지는 알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두 작품 다 욕만 먹기에는 아까운 매력적인 영화들이었습니다.

1. 
우선 아수라에 대해 말해보자면.
아수라는 스토리가 엉성하고 주인공들의 연기가 어색하며 러닝타임 내내
'과잉'으로 점철되었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제가 봐도 그렇긴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끝까지 '과잉'되게 달려버렸다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아, 참고로 제가 현재까지 나온 국내액션영화 중 가장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작품은
'끝까지 간다'입니다) 
그리고 그 '과잉'이 없었다면 이리도 '폭력의 미학'을 잘 보여줄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폭력'을 제대로 표현해내기 위해 감독이 모든 힘을 쏟아부어버려서 영화 속의 공간, 인물, 스토리 전개 등은 어설프고 유치해질 수 밖에 없었구나 싶었습니다. 

치고박고 싸우기 위한 공간, 치고박고 싸우기 위한 인물관계, 치고박고 싸우기 위한 스토리 전개. 
저는 아수라의 공간과 인물 사건전개가 오직 치고박는 것을 위해서만 세팅이 되었다고 느껴지더라고요.
그래도 제 취향에는 나쁘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저는 이런 쌈마이 나는 폭력영화도 좋아하거든요.

문제는 이 영화가 대다수 관객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영화였다는 것입니다.
관객들은 아수라의 호화로운 캐스팅을 보고 
이 영화가 웰메이드 상업영화라고 기대했을 것이 분명하거든요.
하지만 애초에 김성수 감독은 웰메이드 상업영화 따위 만들 생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자기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찍을 생각만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괴랄한, 폭력으로 점철된 액션영화 한 편이 탄생하게 된 듯 싶습니다.

결론은 '내 취향에는 괜찮았다.'

2.
아수라를 다 보고도 잠이 오지 않아서 또 결제를 하고 본 영화가 비밀은 없다입니다.
이 영화의 감독이 이경미 감독이란 것에서 일단 끌렸습니다. 전 그녀의 데뷔작이자 전작인
미쓰 홍당무를 아주 아주 재밌게 봤었거든요.
게다가 제가 좋아하는 김주혁씨도 영화에 출연하고요.
보고 나서의 느낌은 '와우'였습니다.
아수라와 연달아 봤기에 비밀은 없다와 아수라를 한데 묶어놓았지만 
아수라가 '괜찮은' 영화였다면 이 영화는 '끝내주는'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아마도 저나 저같은 취향을 가진 관객들에게만 '끝내주는' 영화일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 제가 느끼기에 우리나라의 많은 관객들(다른 나라 관객들도 마찬가지겠지만)은 스릴러물에서
'반전'이란 것에 꽤나 집착을 하는 것 같습니다.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 '와 고 새키가 나쁜 놈이었어? 와 고 새키가 이 새키였어?' 이런 거에
굉장히 집착하는 경향이 있단 것이지요.
비밀은 없다라는 작품은 그런 '반전'만을 기대하면서 보면 참 재미없는 작품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반전'만을 기대하며 볼 영화가 아닙니다.
결말까지 이르는 그 '과정'에 더 집중하면서 보아야 할 영화이지요.
그리고 그 '과정'을 보여주는 연출이 참 독특해서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뭔가 이 영화에 대한 말을 더 하고는 싶은데 그 말을 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제가 어떤 표현을 해도 이 영화의 매력을 잘 표현해내지는 못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냥 어설프게 여기서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을 줄이겠습니다.
(이런 어색한 느낌, 이 영화 내내 가득합니다, 하하)


뭐 아무튼 "그래봤자 둘 다 흥행에 실패한 망작 아니냐?"고 물으신다면 제가 할 말은 없습니다.
그리고 섣불리 추천드리기도 망설여지는 영화들인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취향만 맞는다면 꽤나 괜찮은 영화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비밀은 없다는 정말 괜찮은 영화입니다.

마지막으로 씨네21을 따라해서 올해의 한국영화 5편을 뽑아보자면
아가씨, 곡성, 비밀은 없다,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아수라
정도일 듯 싶네요.
연애담과 우리들이 아깝게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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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12-22 06:35:11

전 아수라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정우성의 일관된 투박하고 거친 모습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x이나 뱅뱅~ 하는 대사도 쓴웃음을 짓게 했구요 
2016-12-22 09:07:34

저는 현실에 악당들이 많기에 나쁜놈과 더 나쁜놈들이 나오는 아수라를 재밌게 봤습니다.

그런데 두 번은 못볼 것 같네요. 저는 곡성도 2회 관람했지만 아수라는 주인공의 상황이 너무 암울해서요. 
2016-12-22 09:12:57

우리들의 탈락이 제 선택이 아님에도 아쉽습니다

올해 최고의 한국 영화였거든요 저한테는요  

2016-12-22 09:30:08

비밀은 없다 ost가 마음에 들었는데 영화가 망해서인지 음원발표를 안해서 아쉽더라고요

2016-12-22 12:07:01

비밀은 없다 를 보면서 제가 느꼈던 것은.... 사실 우리나라에서 스릴러물을 만드는 감독들이 반전 강박증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트렌드는 아마 예전 세븐데이즈 이후에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아요. 영화는 저도 재밌게 봤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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