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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기록 (2) - 사람은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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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0 21:44:12
 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가...?’
 우리가 처음 이 대화를 나눈지 벌써 2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무엇이 맞는지 모르겠다.

 널 만나기 전 나는 100개의 카톡보다 30초 통화를 더 좋아했다. 주말은 카페나 문화생활이 아니라 농구를 하고 술을 마셨다. 신경도 안쓰던 핸드폰도 연락이 안된다며 토라지던 너 때문에, 몇해에 걸처 언제나 핸드폰을 쥐고 있는 되는 남자가 되었다. 그리고 일년에 두번도 안하던 사랑한다는 말을 하루에 열두번도 더 했다.
 너를 만나던 나는 변했다.
 이별 뒤, 난 다시 카톡보다 통화를 선호한다. 원래 커피는 마시지도 않았고, 언제 어떤 전시나 공연을 하는지 찾아보지도 않는다. 그런데 여전히 핸드폰은 늘 쥐고 있다. 업데이트된 네 인스타나 카톡 프로필을 보며 ‘핸드폰을 없애버릴까.’ 진지하게 고민을 하지만... 사랑에 대한 생각은 열두번에서 수십번으로 늘어났다. ‘우린 사랑을 했나?’ ‘내가 사랑을 해도 될까?’ 질문에 대한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떠나질 않는다.
 네가 없어진 나는...

 사실 이 글을 쓰는건 너무 힘들다... 이틀 전 비몽사몽으로 적을 때는 잠결에 글이 술술 써졌다. 40분이나 걸렸을까? 꿈의 기록에 덜 깬 감상이면 충분했다. 어제는 주제를 생각하곤, 한글 파일을 열어서 첫 문단의 3줄을 적은 뒤 아무것도 적지 못했다. 결국 이틀째 밤이 되서야 남은 글을 적어내려가고 있다.
 생각은 늘 적는 것 보다 빠르고, 무시할 수 없는 감정은 언제나 생각의 두발자국 앞에 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너무 힘들어서 접어둔 감정과 만나게 된다.
 ‘이건 지랄 맞다.’ 말곤 이 문단에 어울리는 다른 맺음말은 없다.

 오늘 첫 문장을 쓰기 전에... 네 인스타를 보다가 팔로우를 잘못 누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바로 팔로우를 푼 뒤, 계정을 지워버리고 핸드폰을 책상에 내던졌다. 팔로우를 했다가 끊으면 기록이 남는가? 내 계정을 네가 알아볼 수 있을까?
 이게 너무 힘들어서 놓아둔 ‘보고 싶다.’는 감정이 저지른 짓이다.
 3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나는 카톡 차단목록에 있는 너를 친구목록에 불러놓고, 네 인스타 계정을 찾아보고 있다. 너와 달리 헤어진 당시보다 마취시킨 감정이 돌아온 지금이 나는 더 고통스럽다.
 팔로우를 잘못 누른 원인은, 바로 위 팔로워 중에 있을지 모르는 네 남자친구를 찾아보려고 했기 때문이다. 넌 어떤 남자와... 사랑에 아파본 적 없는 것처럼 다시 설레는 연애를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놀라서 계정까지 지워버린 이유는 너에게 비겁한 싸구려 감정을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 이다. 더불어 이런 짓을 하는 내 자존감도...

 사람은 변할까?
 너는 변했을까?
 나는 변할 수 있을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네 이야기에 난 여전히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다.

 

 가슴이 아프고 손이 떨리네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뭘 적었는지 다 해놓고도 모르겠습니다.
 감정에 솔직한 사람들이 부럽고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퇴고를 하니 좀 진정이 되는데 대신 머리가 아프네요.
 이 글쓰기가 마음과 감정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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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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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12-10 21:52:13

사랑은 변해도 사람은 잘 안변하는것 같네요.
잠시 맞춰질뿐..

WR
2016-12-10 22:41:33
감사합니다.
적어주신 코멘트 때문에 다음 글 주제를 정했어요.
2016-12-10 22:26:04

픽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아직 두 번밖에 연재하지 않으셨고,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연재글이지만 픽님의 연재될 감정을 응원합니다!

WR
2016-12-10 22:44:04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봐주시고 응원해주시는게 정말 많은 힘이되는게 느껴져요.
2016-12-10 22:40:00

생각은 늘 적는것보다 빠르다..매우 와닿는 문장이네요. 오늘도 진심어린 공감 하고 갑니다.

WR
Updated at 2016-12-10 22:56:20
저도 이번 글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원래 그 문단이 첫 문단이였는데 매냐 글창을 띄워놓고 퇴고하며 매끄러운 이야기를 위해 뒤로 옮겨왔습니다. 대신 두번째 문단이 갑자기 힘을 잃었죠. 아쉽지만 고치거나 다시 쓸 여력이 없어서 파일로는 초고본과 퇴고본을 다 저장해뒀습니다.
오늘도 감상을 표현해주시고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6-12-10 23:03:39

덕분에 저도 여러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WR
2016-12-11 01:48:05
오롯이 고통만 남은 감정에 의미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2016-12-11 00:38:27

사랑하는 상대라면 나와 다른 모습으로 변해줄 수 있지만 그러한 상대에게도 변해줄 수 없는 모습도 존재하는 거 같습니다. 그러한 모습때문에 헤어지는 거 같고요.

그리고 다시 만난다고 해도 그렇게 사랑하는 과정에서도 변하지 않았던 모습은 결국에는 바뀌지 않는 거 같더라고요. 그런 모습까지 수용할 수 있냐 없냐가 되는 거 같고요.

WR
2016-12-11 01:57:39
변하지 않는 본질인 '나'라는 부분이 존재하는 건가요?
'나'의 어떤 부분이 문제였을까요. 아무리 시간이 있어도 고치지 못할 문제일까요?

2016-12-11 07:30:39

변하지 않기보다는 변하기 싫은 나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문제는 아니겠죠. 하필이면 픽님에게 변하지 않을거라고 얘기한 분께서 그런 픽님을 수용하지 못했을 뿐...

2016-12-11 22:29:56

와.. 읽으면서 나도 그랬구나 하는 부분들이 참 많네요... 울적해지네요

WR
2016-12-12 14:13:26
많이 사랑하셨나요? ... 아무쪼록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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