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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릿 감상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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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11-16 00:31:08

 외국에서 고생하는 선배가 오랜만에 찾아와서 모란에서 같이 술로 밤을 지새고 아침에 야탑 터미널에서 배웅을 한뒤 시간이 남아서 찜질방을 갈까 조조 영화를 볼까 고민하다가 아무 생각 없이 극장을 찾아서 스플릿이라는 영화를 골랐습니다. 누가 나오는지 감독이 누군지 뭐하는 내용인지 아무런 사전정보 역시 당연히 없었고 보다가 졸리면 푹 잘수 있으리라는 다소 불온한 기대마저 가지고 좌석에 앉았습니다. 제 영화 감상사에 있어서 기억에 남을만큼 불리한 조건에서 피곤한 눈을 연신 비비며 영화는 시작되었습니다. 재미있게 감상하리란 기대는 아예 없는거나 마찬가지였고 이대로 두시간 정도는 꿀잠을 잘줄 알았는데...


  도서관에 가면 아무런 기대 없이 집어들었던 책에 흠뻑 빠져서 쉬지 않고 다 읽어버리는 일이 있듯이, 이 영화도 전혀 아무런 기대 없이 시작했다가 잠이 확 깨고 말았습니다. 볼링이라는 생활에 맞닿아 있으면서도 그리 자주 볼수 없었던 참신한 소재의 영화가 개봉했네요.


 포스터에 이름이 박힌 네 배우가 예상과는 달리 상당히 공을 들인 흡인력 있는 모습들을 영화속에서 보여줍니다. 흥행 폭발력으로 따지자면 그닥 끌리지 않는 배우들일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얼마 전 개봉해서 호화 캐스팅에 비해 아쉬운 연출로 혹평을 받았던 '아수라' 에 비하면 훨씬 제대로 된 오락성을 관객에게 제공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럭키보다 재미있게 보았습니다)게다가 김성모 만화를 보는듯한 불량스러운 흥미유발 스토리도 크게 한 몫을 합니다. 단순함의 힘이랄까요? 영화 초반 어색한 연기나 뻔한 전개가 나옴에도 불구, 스크린에서 눈을 뗄수 없게 만듭니다. 밤새 음주가무로 달리고 체력이 바닥난 상태로 입장한 중년남이 관람후 쓰는 후기임을 상기해보세요.

 흔치 않은 스포츠 소재 영화임에도, 한컷 한컷 마치 만화의 그것처럼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연출을 통해 경기의 짜릿함도 무리 없이 담고 있으며 이제껏 출연한 모든 영화에서 큰 배역은 아니더라도 결국은 큰 주목을 이끌어냈던 촉망받는 배우 이다윗의 연기는 뻔하고 예상대로 흘러가는 스토리에 나름의 힘을 부여합니다. 특히 관객분들이 환호하는 씬들은 대부분 이다윗 배우분의 장면에서 터져나왔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개그맨인지 탤런트인지 뮤지컬 배우인지 약간 모호한 이미지를 가진 정성화 배우분은 물을 만난듯 등장하는 씬마다 존재감을 폭발시킵니다. 그간 정성화씨가 브라운관에서 보여왔던 이미지와 상당히 거리가 있는 역을 연기하는데, 전혀 이질감없이 압도적인 발성으로 소화해냅니다.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정성화 배우는 앞으로 이 영화로 인해 더 많은 배역을 따내게 되지 않을까 기대도 됩니다. 

 워낙에 압도적인 흥행세를 보이는 닥터 스트레인지와 럭키 사이에서 사실 볼만한 영화는 비수기에 더 많다는 속설을 증명하듯 또 하나의 볼만한 국산 영화가 조용히 개봉했습니다. 평점은 한국 영화에서는 아마 처음 시도되지 않나 싶은 신선한 소재와 오락성에 높은 점수를 줘서 8점 주겠습니다. 데이트 무비로도 손색이 없는 영화이며, 부담없이 볼만한 영화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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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11-15 14:29:24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봤을 때는 킹핀 아류작인가 싶었는데 써주신 글을 읽으니 호기심이 생기네요. 글 잘 봤습니다.

2016-11-15 14:30:24

호평이 자자해서 이모님과 어머님을 모시고 봤는데 제가 만족함은 물론이고 이모님 어머님도 재미있게 보셨다고 하셔서 관람층도 많이 안 탈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족을 달자면 밀키스가 참 먹고싶고 짜장면엔 오이채가 꼭 있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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