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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바람 속 몸부림 - 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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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11-05 14:28:37


서부극하면 일반적으로 거칠고 마초 냄새가 물신 풍기는 영화가 떠오르지만,
<로스트 인 더스트>는 그 안에 부드러운 서정성이 담겨 있는 한편 강약조절이 뛰어난
뚜렷한 장르를 정의내릴 수 없는 웨스턴/로드/정치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고에서 옛날 동전더미를 찾으며 기뻐하는 카우보이 할아버지,
중요참고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계를 위해 경찰의 협조를 거부하는 웨이트리스,
뒷배경에 쉴새없이 보여주는 석유회사들과 대출 광고 빌보드와 텍사스식 유머 등은
주인공 형제가 살아남아야 할 이 영화의 세계관 즉 미국 남부의 삶을 영화적으로 보여주지만,
이런 화면들과 형제, 레인저 간의 형제애와 우의, 그리고 주인공 형제의 계속 되는 범죄극이 보여주는 진정한 모습은 이 광활한 땅에서 그 옛날 백인들이 정착한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해서 벌어지는 억압받는 약자와 이를 착취하는 강자입니다.
시간이 흘러 배역만 바뀌었을 뿐. 마치 먹이가 없어진 물고기들이 서로를 잡아먹기 시작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주인공 형제들은 추적당하지 않기 위해 훔친 돈을 카지노에서 칩으로 바꾼 후 다시 현금으로 바꿉니다.
자신의 땅을 뺏으려 하는 은행에 되려 땅을 신탁하는데 쓰일 돈을, 정부의 법을 이용해 자신들을 업악했던 백인들을 주대상으로 돈을 버는 인디언들이 세운 카지노에서 찾는 모습은 참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형제 또는 레인저들간의 대화씬, 경찰 검문씬, 마지막 은행강도/전투씬 등 영화적으로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지만, 첫 오프닝 씬에서 주인공 형제를 담은 자동차 차량을 바로 옆에서 따라가며 촬영하며 은행강도씬의 생동감과 전율을 그대로 전달하는 씬은 언제나 정적인 화면으로 차분함과 안정감이 느껴지는 레인저들의 모습과 대조되는 흥미로운 장면이었습니다.

현실적인 영상과 더불어 미국 남부의 정서를 명확하게 살려낸 포크/컨츄리 음악들과 앤드류 도미닉 감독의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의 음악을 맡기도 했던 호주의 싱어송 라이터인 닉 케이브와 워랜 엘리스의 현악기를 적극 활용한 서부 음악은 데이빗 맥켄지 감독이 텍사스의 정서를 얼마나 authentic하게 표현하려고 했는지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마지막 엔딩은 모든 것의 발단이 된 주인공의 토지를 아주 가까이 밀착하여 보여줍니다.
이 땅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살아갈 수 있는 땅이면서 긴 역사 동안 끈임없이 뺏기고 빼앗겼던 땅입니다.
뭔가를 소유하는 건 곧 착취를 의미하는 이 세상을 보여주며 그 위에 사는 어떤 악행을 저질러도 자신의 뿌리(roots)를 잊지 않는, 영화에서도 끈임없이 나타나는 자신의 것은 스스로 지켜려 하는 텍사스 남자들의 신념을 보여주는 데이빗 맥켄지 감독의 종착지는 결국 이 곳입니다.

P.S.
원제 Hell or High Water는 '무슨 어려움이 닥쳐도' 자신의 일을 하겠다는 의미도 있지만
임대 계약시 납부자가 어떤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지불을 하겠다는 계약조항의 이름으로,
영화 주제와 주인공의 상황을 더 알맞게 표현한 제목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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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11-05 17:59:52

차근차근 입체적으로 리뷰해주셔서 잘 보고가요.
서부극은 텁텁해서 별로 취미 없었는데
연기,시나리오,연출,ost,위트에 영상미까지 균형있게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어요.

WR
Updated at 2016-11-05 21:00:07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서부극에 크게 관심을 가진 적은 없는데 이번만큼은 예외였습니다.

연기에 대해선 다른 분들이 이미 언급을 하셔서 굳이 얘길 안 했지만
모든 배우들이 너무나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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