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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인 더스트 감상후기(노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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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11-03 14:46:48

 닥터 스트레인지와 럭키가 극장 관객들을 휩쓸다시피 하고 있는 지금, 조용하게 한편의 영화가 오늘 개봉했습니다. 작년에 개봉하여 굉장한 입소문을 타고 주목받았던 영화 '시카리오'의 각본가 테일러 쉐리던이 각본을 쓰고 스타트렉의 커크 선장 크리스 파인과 워크래프트의 메디브 벤 포스터가 주연을, 그들을 쫒는 레인저 역으로 헐리웃에서 40여년간 주연을 맡아온 명품 배우 제프 브리지스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첫날 첫회를 예매했는데, 홍보는 별로 안된데 비해서 외국 평은 엄청나고 무엇보다도 평론가 박평식씨가 작년 인사이드 아웃 이후로 첫 별 넷을 주었다는 사실에 많은 기대를 했습니다.


 아침 여덟시 반이라 그런지 아니면 홍보가 안되어서 그런지 200석이 넘는 극장에 관객은 저를 포함 3명 정도 보였고 덕분에 제일 좋은 자리에서 다리 쭉 뻗고 영화에 집중할수 있었습니다. 역시 영화는 조조에 보는 맛이 최고인것 같습니다.



 포스터에서 보듯이 황량한 텍사스의 황무지를 배경으로 한 버디 무비이자 로드 무비이며, 총을 든 형제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히 범죄 영화입니다. 각본가인 테일러 쉐리던 자신이 자란 곳이 바로 이 영화의 무대가 되는 지역이라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그들의 정서가 영화 곳곳에 깊게 숨쉬고 있습니다. 텍사스에 가본적이 없는 평범한 한국인들이 떠올릴만한 이미지뿐만 아니라, 현지인이 아니면 알기 힘든 깊은 뉘앙스까지 말이죠. 그래서인지 시종일관 건조하게 진행되는 영화 속에서 관객들이 웃음짓게 하는 장면들은 대부분 그 텍사스 정서로 무장한 등장인물들의 대사나 행동에서 비롯됩니다. 이 영화, 은근히 웃깁니다.

 일단 시나리오는 굉장히 좋고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볼 만한 이유중의 하나로 꼽을 수 있는것은 예전 데드풀의 참신한 번역으로 이름을 알린 황석희 번역가가 이 영화를 맡아서 아주 매끄러운 대사 전달을 책임졌기 때문입니다. 주로 인물들의 대사로 진행되는 이 영화에서 자칫하면 영화를 망쳐놓는 번역이 나오기 쉬운데, 상당히 위트있는 번역을 보여줍니다. 사전에 번역가가 누군지 알지 못했던 저로선 센스 있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역시 황석희 번역가의 이름이 나오더군요.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잘 감상한 듯 합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떠오르는 이유는 극중 레인저역의 제프 브리지스가 노나없의 토미 리 존스와 겹쳐보이기 때문인데요, 그렇다고 노나없같은 조여드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포스터만 보고 범죄 액션물로 생각하시고 가면 백프로 실망하실겁니다. 게다가 '시카리오'도 초반의 어마어마한 긴장감과는 달리 극사실주의적인 엔딩에 관객들이 당혹하게 되는데, 이 영화 역시 액션물이 아니라 리얼리즘을 살린 드라마이기 때문에 시카리오나 노나없같은 허무주의 색채가 흠씬 묻어납니다. 따라서 킬링 타임용으로는 추천하지 않으며, 데이트 무비로도 그닥입니다. 

 그렇지만 작게는 미국 특정지역의 정서를 잘 살린 로드무비이자 크게는 미국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매우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다양한 배역에서 매력을 보여주었던 벤 포스터는 물론이고 연기쪽으로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크리스 파인도 어느덧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자신있게 걸어놓을수 있는 영화가 생겼습니다. 제프 브리지스는 말할 필요도 없고 말이죠. 점수는 치밀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연기에 큰 점수를 줘서 8점 주겠습니다. 관객들보다는 평론가들이 더 좋아할 영화이지만 볼만한 가치는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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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11-03 13:04:02

역시 일찍 선점하고 오셨군요.
번역가가 유명하신 분이었나봐요.
영화의 톤도 좌지우지 할 수있는 중요한 작업이라 신경 쓰이는 자막이 몰입 방해 요손데.
god,it's me margaret 번역한 것도 여자로서 센스 터진다 생각했는데 역시.
저도 오늘 보러갑니다!

WR
2016-11-03 13:30:21

예전에 게시판을 달군적이 있던 박 모 번역가의 대척점에 있는 분이라 생각합니다

2016-11-03 14:15:35

우와 딱 이영화 후기 있는지확인하려고 프리톡 왔더니 첫페이지에 있네요. 감사합니다 세세한 좋은 후기

WR
Updated at 2016-11-03 16:16:43

참고로 이 영화의 원제는 'hell or high water' 이며 로스트 인 더스트라는 제목은 ray wylie hubbard의 'dust of the chase' 노래의 가사에서 따온것으로 보입니다.


영화 초반에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ixeHC8we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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