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뒷북이지만 '내부자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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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2 23:31:13
도둑들,감시자들,기술자들에 이어서 이제는 내부자들이야?
또 범죄 느와르구나. 장르 피로도 솟구친다.
늘 그렇듯이 또 검은 양복입고나와 서로 배신 때리겠지,
정신적,육체적 폭행이 난무하겠지,
이경영 안 나오면 큰일나는 줄 알겠지,
그런데 이병헌이닷.
보자, 이왕 보는 거 디렉터스 컷으로.
영화는 폭로 기자회견을 앞둔 이병헌이 호텔룸에서 기자와 인터뷰하는 씬으로 시작됩니다.
불 꺼놓고 핵 x폼 잡으며 잭 니콜슨의 영화 이야기를 하는데
참다못한 기자가 영화 얘기 나중에 하라고 하죠.
이 때의 코믹한 들숨연기를 시작으로
3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 내내 가정사 잊게 만드는 열연을 보여줍니다.
아시다시피 이게 유쾌한 스토리는 아닙니다.
정경유착,밀실정치,용역 깡패,성상납 등 뉴스로 이미 너무 많이 접했던
온갖 지저분한 행태가 다 그려집니다.지겹죠.
권력을 움켜진,혹은 쫓는 자들에 관한 이야기는 느와르라는 렌즈를 통해 이미 참 많이 봐왔으니까요.
어찌보면 진부하기 짝이 없는 이 소재에 특별한 숨을 불어넣은 건
아마도 언론권력에 관한 심도 있는 접근이었을 겁니다.
사람들이 정치 권력,경제 권력에 민감해하고 경계하는 만큼 언론 권력에 대해서는 그러하질 않고있죠.
안상구를 축으로 보여지는 스토리인데다 그가 연기를 너무 잘해내 원맨쇼 느낌이 들 수도 있었지만
백윤식,조승우도 연기를 묵직하게 함께 끌고 가주어서 밸런스가 살았습니다.
특히 완벽한 어둠의 연기를 보여주신 백윤식의 연기는 참 숨 막혔네요.
다른 조연들의 캐스팅도 탁월했다 생각해요.
제일 재밌었던 모텔 통유리 화장실 씬
깡패가 이슬이 먹고싶답니다, 후레쉬하게, 식빵 것.
이 영화의 시그니쳐인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잔'은 이병헌의 아이디어였다고 해요.
본 대사보다 훨씬 안상구스러운 대사로 재탄생 됐어요.
이병헌씨는 언어 감각이 출중한 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사의 억양처리도 그렇고,
평소에 도치 화법이 화제가 될 만큼 매력적인 언어 구사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구요.
조승우와 백윤식이 검찰청에서 대질할 때의 기싸움 씬,
여기서 주고 받는 대사들 너무 좋았어요.
대사 자체만으로 텐션을 연출해내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센스있다 느꼈습니다.
'역시 3시간 영화는 무리인가,아직 40분이나 남았네'하는 순간
조승우 아버지 뜬금포 핵폭탄 터져줍니다.
이런 식의 뒤통수는 웰컴이야
연기,의미 그 모든 면에서요.
'난 그런 사실은 없어'
교훈: 아무도 믿지마 복사는 필수다
관람 팁: 안면인식에 어려움을 겪으시는 분들은 종이와 펜을 준비하셔야 합니다.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이 사람 나왔다 저 사람 나왔다 난리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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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품격 정치활극 내부자들 이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