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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4일 속초에서 부산까지 무전여행 갔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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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2 12:06:19



'민차이, 무전여행 갈래? 존나 재밌을 거 같지 않나?'
두꺼운 종아리에 걸맞게 무식한 삶을 사는 재무의 한 마디에 한 달 전부터 이 '미친 여행'을 계획했다.
4박 5일을 잡고, 속초부터 부산까지 한 푼도 안 쓰고 내려오면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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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 속초에서 처음 잡힌 히치하이킹으로 강릉까지 왔고, 우리 이러다 오늘 여행 끝나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오죽헌에 내렸다. 하지만 2시간이 지나도록 히치가 되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배까지 고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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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벅 터벅 패잔병처럼 걸으며 그저 남쪽으로 걷는 도중 우리 앞에 보인 '동해관' - 1인분에 최소 만오천원인 한정식 식당이었고, 그에 걸맞게 화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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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배가 너무 고팠기에, 염치 불구하고 들어가서 '안녕하세요 무전여행중인 군인들인데, 밥에 김치만 주시면 시키는 일 다하겠습니다.' 라고 얘기하니
사장님이 되게 측은하게 보시며 10첩 반상에 공기밥 두그릇을 차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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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히치가 계속 잡히지 않아, 강릉에서 정동진까지 20키로 정도의 거리를 걸어갔다. 춥고 발에 물집이 잡혀 의지가 너무 약해졌다. '비 오면 포기하자.'라고 생각했다. 변명이라도 있어야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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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에 도착해, 바닷바람을 맞으며 텐트를 쳤다.
겁나 추웠다. 그렇게 텐트안에서 침낭안에 들어가니 잠이 너무 잘 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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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친구가 텐트를 흔들어서 일어났다. '민창이, 밖에 봐봐라.' 텐트 지퍼를 위로 쭉 땡기니 해가 뜨는 게 보였다. 넋이 나간듯 봤다. 너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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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 날의 원동력을 얻어 굴하지 않고 걸으며 히치를 했다. 삼척 가는 부부분이 또 태워주셔서 동해촛대바위에서 같이 사진도 찍고 근덕까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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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덕에서 또 원덕까지 가는 차를 얻어탔고,
원덕에서 히치를 하는 데 덤프트럭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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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경적을 울리기에, 비키라는 줄 알고 비켰는데 세상에..멈췄다. 재무랑 여행 내내 '덤프트럭 한 번 타보고 싶다.'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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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상이형은 포항까지 간다고 하셨고, 가면서 정말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셨다. 그리고 잘 데 없으면 포항에서 같이 자자고 하셨다. 올레!! 포항 도착해서, 삼겹살에 소주 도 사주시고, 다음 날 아침도 챙겨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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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으신 분도 만나고, 힘을 얻어 포항에서 몇키로 걸어 히치를 했고, 경주박물관문화해설봉사하시는 분의 차를 얻어타고 경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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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설명도 듣고, 경주에서 찰보리빵가게하시는 아버지한테 들러서 밥도 얻어먹고 힘내서 또 걷고 히치를 해서 울산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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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또 좋으신 분을 만나서 웅천까지 갔다가, 웅천에서 양산, 양산에서 부산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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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이렇게 장거리를 걸어봐서 중간 중간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발에 물집도 잡혔고 씻지도 못하고 배도 고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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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든든한 동반자가 옆에 있었고, 함께 으쌰으쌰했기에 이룰 수 있었던 정말 값진 추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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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책만 보며 사회 물정 모르던 내가,
3박 4일 정말 많은 경험과 좋은 사람들을 얻어간다.
이것이 정말 '그리스인 조르바'의 행동하는 인문학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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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함께 해준 재무 진심으로 고맙고, 우린 무조건 성공한다. 정상까지 함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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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sns에 올린 글입니다:)
색다른 경험이라 되게 재밌었어요.
세상에는 아직 좋은 분들이 너무 많더라구요!
매냐분들도 기회되시면 꼭 한 번 도전해보시길 바래요:)
히치 태워주신 분들이 다들 하시는 말씀이
'나도 젊을 땐 정말 하고 싶었는데..'
라도 하시더라구요.
생각을 이루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행동하면 됩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전 빨리 우리 냥이들 보러 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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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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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10-22 16:40:56

딱 저번달에 속초서 호미곶까지 자전거여행 갔다왔는데

가끔씩 스쳐가는 도보여행자보면 정말 대단해보이더라구요

자전거로도 끝 없을것만 같은 거리를 걷는다니...그것도 배낭메고 주렁주렁 생필품 달고..

아무튼 결론은 서울만 벗어나면 울나라 참 아름답다



1
2016-10-22 12:59:48

울진 아래는 길 어떤가요?
자전거로 무난히 갈만 한가요?

1
Updated at 2016-10-22 13:06:32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고 딱 보통입니다. 물론 어느정도 기대치를 내려놓고갔지만요

로드끌고 갔는데 별 문제없었구요~ 바다는 원없이 봤네요

1
2016-10-22 14:28:12

그렇군요. 고성쪽으로는 몇번타봤는데 남쪽은 도전을 못해봐서 계획중입니다
감사합니다

WR
2016-10-22 13:26:15

친구는 자전거로 전국일주 한 놈이거든요 그래서 이것저것 설명해줘서 다음에 자전거로 같이 오자고 대답할 뻔..:)

1
2016-10-22 19:05:30

다행히 잘다녀오셨네요!
솔직히 저는 무전여행이라는 걸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입장이라 좋은 점도 있지만 마냥 좋아보이지는않네요.

WR
2016-10-23 11:02:46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도 있으시더라구요
저기 저 식당은 나중에 정장 입고 최고 비싼거 먹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저도 베풀면서 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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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3 08:09:20

근데 좀 민폐네요
특히 식당은
저라도 밥이야 어쩔수 없이 주었겠지만 좀

WR
2016-10-23 11:03:11

네. 그것때문에 포기하려 했는데 다행히 히치가 잘 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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