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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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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10-21 20:33:28

제가 2010년에 유명한 이야기를 리메이크 하는 과제로 썼었던 글을 발견했습니다.
아마 방자전을 보고 영감을 받아서 썼던것 같습니다.아... 방자전...
부족하지만 과제로만 남기기에 아까운 이야기 같아서 올려봅니다.

 제 이름은 도로시, 저는 어려서 가난한 집의 둘째 딸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의 얼굴을 본 적도 없이 두 아이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 무슨일이든 하시는 어머니와 그것을 보고 자란 독한 언니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점점 나이가 들어서 우리 가족은 더 먹고 살기 힘들어졌고 미망인인 어머님은 내가 16살이 되었을 무렵 재혼하셨습니다.

 결혼식 날 어머니가 흘린 눈물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때의 눈물이 단지 기뻐서 단지 슬퍼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새아버지는 굉장한 재력가에 얼굴도 잘생겼지만 어머니는 늘 그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어머니는 늘 아버지의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하시고 더 예뻐져야 된다는 강박감, 그리고 언제 새아버지가 자신을 버릴지 모른다는 걱정에 늘 초조해 하셨습니다.

 그런 새아버지에겐 그 누가 보더라도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딸이 한명 있었습니다. 새아버지는 늘 딸에게 어머니를 빼다 박아 아름답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고 어느 순간부터 집에 들어오는 날이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새아버지가 밖에서 무엇을 하고 돌아오는지.. 가족 중 아무도 알지 못했고 유일하게 의붓동생만이 아버지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점점 어머니의 의붓동생을 향한 질투심이 커져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언니와 나는 늘 의붓동생보다 예쁜옷을 입게 하셨고 화장이 조금만 번져도 어머니의 구박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사춘기였던 언니는 어머니의 구박이 다 의붓동생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의붓동생을 괴롭혀 아름답게 꾸미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무렵 어머니와 언니의 괴롭힘에 늘 먼지를 뒤집어쓴 의붓동생을 사람들은 잿더미 소녀인 신데렐라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의붓동생이 가여워보여서 어머니와 언니가 있을땐 의붓동생을 괴롭히는척 했지만 둘만 남았을땐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몇 개월이나 흘렀을까,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와 뒷동산에 아름다운 꽃들이 피었을 무렵 신데렐라와 같이 꽃을 보러 나갔습니다.

 잿더미 소녀다운 꼬질꼬질한 모습이었지만 신데렐라의 뚜렷한 이목구비와 매끄러운 피부, 아름다운 머릿결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나는 진심으로 신데렐라의 아름다움을 칭찬했습니다.

 “여기있는 꽃들도 네 미모에 질투하겠구나.”

 “아니에요. 도로시 언니의 마음이 여기있는 꽃들보다 가장 아름다운걸요.”

 나는 어머니와 언니에게 괴롭힘을 받아 힘든 신데렐라지만 항상 아름다운 마음 씀씀이로 저를 대하는 신데렐라의 모습에 한없이 부끄러워졌습니다. 그 때까지는..

 어머니와 언니가 집으로 돌아오는 마차소리에 나는 재빨리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집에 도착한 어머니와 언니는 새 옷을 잔뜩 사왔는데 그 중에 어머니와 언니는 가장 아름다운 하얀 드레스 한 벌을 저에게 주었고 저는 그 드레스를 신데렐라에게 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드레스를 들고 몰래 신데렐라가 있는 뒷동산으로 향했습니다.

 옷을 받고 신데렐라의 기쁜 얼굴을 보고 싶었던 저는 이미 행복해하는 신데렐라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고 그 아름다운 목소리로 한 남자의 귓가에 조용히 이야기를 속삭였습니다.

 이 성에 사는 모든 젊은 여자들은 그 남자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알렉스, 유복한 상인집안에서 태어나 올바르게 자라났고 훤칠한 키와 멋진 외모로 이 성의 모든 젊은 여자라면 한번쯤은 그를 마음에 품었습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새 옷을 사러 밖으로 나가지 않고 신데렐라를 미워하지 않으면서도 늘 예쁘게 꾸미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가끔 알렉스가 집 근처를 지나가고 그 모습을 창가에서 지켜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알렉스가 신데렐라와 함께 웃고 있다니... 마음이 미여졌습니다.

 그 후에도 신데렐라는 늘 뒷동산으로 향했고 저는 이제 신데렐라가 왜 어머니와 언니의 구박을 버티며 항상 밝은 모습으로 생활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 후 왕궁에서 왕자님의 배필을 찾기 위해서 무도회를 연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더 이상 저는 신데렐라를 좋아하지도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았습니다. 어머니와 언니는 무도회가 다가올수록 더욱 극성맞게 치장하려했고 심지어 집에 있는 모든 재산을 다 써가며 성에 있는 모든 아름다운 드레스를 사들였습니다. 어머니는 언니와 저를 왕비로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로지 알렉스만을 좋아하기에 아무 관심이 없었습니다. 신데렐라가 알렉스와 보내는 시간이면 나도 모르게 그 뒷동산에 올라가 알렉스의 모습을 바라보는게 유일한 행복이였습니다.

 무도회 전 날, 어머니와 언니는 드레스를 고르고 치장하러 바빴지만 저의 관심은 오로지 알렉스를 향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도 어김없이 신데렐라와 알렉스는 뒷동산에서 만났지만 그들의 대화내용은 평소와 달랐습니다.

 “알렉스, 나에게 드레스와 구두를 선물해줘”

 “갑자기 왜 그러는데?”

 알렉스가 의아해하며 말하자 신데렐라가 대답했습니다.

 “여짓것 무도회에 한번도 가보지 못해서 꼭 가보고 싶어. 여자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할 거야.”

 알렉스는 심각한 고민에 잠기더니 알렉스의 눈을 응시하고 있던 신데렐라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나는 아름다운 네가 무도회장에 가는게 마음에 놓이지 않아.”

 “내 사랑을 못 믿는거겠지!”

신데렐라는 이렇게 큰소리치곤 알렉스를 등졌습니다.

 “그게 아니야, 아름다운 널 남자들은 가만히 두지 않을거야. 신데렐라야... 미안해”

 알렉스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먼저 뒷동산을 내려왔습니다. 남겨진 신데렐라는 엉엉울며 신세를 한탄했습니다.

 “이번에 잘하면 왕자의 눈에 띄어 왕비가 될 수 있는 기회인데 나처럼 아름다운 여자가 무도회장에 갈 수 없다니!”

 숨어서 이야기를 들은 저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고 재빨리 집으로 돌아와 옷장에 가득한 예쁜 드레스 중 신데렐라에게 주려고 했던 하얀 드레스와 신데렐라의 발에 맞는 유리구두를 품에 안고 뒷동산으로 뛰어갔습니다.

 다행히 아직도 신데렐라는 울면서 나무위에서 쉬고 있던 하얀 비둘기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너희들은 훨훨 날아갈 수 있구나 나도 너희처럼 하얀 깃털과 날개가 있다면 무도회장에 갈 수 있을탠데.. 흑흑”

 나는 재빨리 신데렐라가 언덕에서 내려가는 길에 품에 안고 있던 드레스와 구두를 내려놓고 동산을 내려왔습니다.

 다음날 어머니와 언니는 오늘이 무도회임에도 불구하고 신데렐라의 모습이 여전히 꾀재재한걸 보고 마음을 놓았고 신데렐라가 먼저 어머니에게 자신은 집을 지키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는 흡족해하며 신데렐라가 집에서 마음껏 쉴 수 있도록 준비해주었습니다.

 밤이 깊었고 왕궁은 찬란하게 빛나며 나라의 모든 미녀들이 모여서 각자의 매력을 뽐내는 무도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중 가장 아름답게 치장한 사람은 역시 언니와 저였습니다. 신데렐라가 무도회장에 등장하지 않자 저는 점점 조바심이 들었습니다. 신데렐라가 무도회장에 나타나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지만 그 조바심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무도회장에 사람들이 북적거려지고 왕자가 모습을 보이자 입구에는 나라의 그 어떤 미녀보다 아름다운 신데렐라가 하얀 드레스와 유리구두를 신고 나타났고 왕자는 신데렐라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면서 이야기했습니다.

 “나와 같이 춤추시겠습니까?”

 신데렐라는 얌전한 몸동작으로 왕자의 손을 잡고 무도회장의 어떤 커플들보다 주목받으며 아름다운 춤을 추었습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그 시각 알렉스는 뒷동산에서 신데렐라를 기다리다 왕궁의 노랫소리를 듣고 불길한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무도회장으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알렉스가 무엇에 홀린듯 무도회장에 도착했고 12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무도회장 입구에서 알렉스를 발견하고 벅찬 가슴을 안고 아름답게 치장한 모습을 확인한 후 다가갔습니다.

 “도로시구나! 오늘 참 예쁜데? 그나저나..”

 다른곳을 바라보려고 하는 알렉스를 보고는 마음이 다급해진 나는 터질듯한 심장소리를 들으며 말했습니다.

 “알렉스, 난 늘 당신과 좋아해왔어요!”

 하지만 알렉스는 그 순간 왕자와 춤을 추고 있는 신데렐라와 눈이 마주쳤고 내 이야기는 들리지도 않는듯 돌처럼 굳어버렸습니다. 그 순간 신데렐라도 놀라서 재빨리 왕자의 손을 뿌리치곤 무도회장의 반대편 출구로 달렸습니다.

 왕자는 신데렐라를 잡으려고 달려나갔지만 알렉스는 여전히 그 자리에 돌처럼 굳어버렸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곤 갑자기 내가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무도회는 그 순간 왕자의 종료선언과 함께 끝나버렸고 굳어버린 알렉스는 그 자리에서 눈물만 흘리며 울었고 그 모습을 저는 하염없이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음날 왕자가 신데렐라를 수소문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는 뒷동산에서 초점없는 눈으로 주저앉아있는 알렉스에게 다가갔습니다.

 “이제 곧 왕자가 신데렐라를 데리러 올거야! 신데렐라는 왕자를 선택할거고 이제 그만 신데렐라 같은 못된 애는 다 지워버리고 알렉스도 행복하게 살아. 내가 옆에 있어줄께.”

 하지만 알렉스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제 마음은 더더욱 찢어지는듯 아팠습니다.

 그 날 해가 질 때까지 알렉스가 뒷동산에서 신데렐라를 기다렸지만 결국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고 알렉스는 그 이후 술로 세월을 보내며 폐인처럼 살아갔습니다. 어머니는 무도회 때문에 집에 있는 돈을 다써버려서 다시 가난한 삶을 하게 되었고, 새아버지는 왕비가 된 신데렐라와 함께 집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두 자매를 억척스럽게 키우던 어머니는 결국 화병으로 불쌍한 인생을 마무리했고, 예쁘게 꾸미고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은 언니는 화류계에서 악독하기로 유명한 여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비록 폐인이 된 알렉스지만 저는 그의 옆에 머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신데렐라는 왕비가 되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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