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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끝은 무엇인가 - 영화 <다가오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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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10-19 21:25:14


<내 아이들의 아버지>로 유명한 미아 한센-러브 감독의 <다가오는 것들>을 봤습니다.
이자벨 위페르의 눈빛 연기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드라마 영화로, 적극 추천하는 바입니다.

'우리는 남을 이해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정부의 역할, 진실에 대한 기준과 논쟁의 당위성, 급진주의의 정의, 행복론과 같은 수많은 철학적 논제들이 영화 속에서 드러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지나는 길의 중심에는 삶 속의 변화를 받아들이려 하는 인간(나탈리)의 모습이 있습니다.

총애하던 제자와는 철학적 견해의 차이로 벌어지고,
평생 사랑할 줄 알았던 남편은 다른 여자가 생깁니다.
과거에 집착하는 어머니는 그녀의 삶을 더 힘들게만 하고,
딸은 너무나 변해버린 부모의 모습에서 마찬가지로 변할지도 모르는 자신의 미래를 봅니다.
이런 거지 같은 상황들을 이겨내려는 나탈리의 절제된 모습을 영화는 아주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사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 누구도 잘못한 사람은 없습니다.
피할 수 없는 것이 그들에게 다가왔을뿐.
삶을 살면서 변화는 찾아오고, 끝은 존재한다는 불변의 진리 말입니다.
누구나 다 책이나 타인의 삶을 통해 알고 있는 삶의 과정이지만,
그 상처의 깊이는 자신의 살이 찢기기 전에는 모르는 법입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암흑뿐이다. 자연은 내게 회의와 불안의 씨만 제공한다. 내가 놓여 있는 상태에서 내가 뭔지,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나는 나의 신분도 의무도 모른다." 팡세, 파스칼 

영화 도입부에서 남편이 음악은 들으면서 보는 것이라고 나탈리에게 말합니다.
시간이 흘러 휴가 때마다 가족이 머문 별장을 마지막으로 방문하는 나탈리.
돌아가는 찻길에서 영화에서 처음으로 음악(슈베르트의 가곡 "물 위에서 노래한다")이 흘러나오고,
그녀는 창밖 너머로 보이는 추억이 담긴 전경을 마지막으로 바라봅니다.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하는 눈빛으로.
그리고 그 안에는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자그마한 희망도 살며시 엿보입니다.

Ach, es entschwindet mit tauigem Flügel
아, 사라져간다 이슬젖은 날개와 더불어
Mir auf den wiegenden Wellen die Zeit.
흔들리는 파도 위에 있는 나에게, 시간이(사라져간다).
Morgen entschwinde mit schimmerndem Flügel
내일 사라진다 반짝이는 날개들과 더불어
Wieder wie gestern und heute die Zeit,
다시금 어제와 오늘처럼 시간이,
Bis ich auf höherem strahlenden Flügel
내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빛나는 날개로
Selber entschwinde der wechselnden Zeit.
나자신이, 변화하는 시간에서 사라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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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10-19 23:23:56

포스터도 그렇고 내용도 굉장히 끌리네요. 와이프랑 아기 재우고 보게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WR
2016-10-21 19:51:47

우리나라에선 아직 극장 상영중인데 미국은 어떤지 잘 모르겠네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영화라 혼자 곱씹어보며 보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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