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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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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6 17:15:16

오늘 제가 있는 곳은 하루종일 비가 드문드문 오고가고를 반복했습니다.

저희 어머니의 말을 빌리자면 '시끄럽지 않으면서 잎사귀들 젖는 소리만 들리는 기분 좋은 비'가.

먹구름 없이 부드러운 색의 비구름들만 모인 하늘 아래 
촉촉하게 젖은 산과 나무, 풀, 그리고 보도블럭들을 보고 있자니
오늘을 구성하던 모든 것이 24시간이라는 시간과 빗소리의 흐름 속에서
참으로 조화로운 하루를 보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빛나는 햇빛 한 줄기 없이도 자연은 감성이라는 형태로 우리 마음 속에 사뿐히 머물다 가는 것 같습니다.

비오는 날
                                       마종기

구름이 구름을 만나면
큰 소리를 내듯이
아, 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치면서
그렇게 만나고 싶다, 당신을.

구름이 구름을 갑자기 만날 때
환한 불을 일시에 켜듯이
나도 당신을 만나서
잃어버린 내 길을 찾고 싶다.

비가 부르는 노래의 높고 낮음을
나는 같이 따라 부를 수가 없지만
비는 비끼리 만나야 서로 젖는다고
당신은 눈부시게 내게 알려준다

사람들과의 조화는 참으로 이루기 어려운 일입니다.
반면에 불화는 너무나 쉽게 이루어져서, 마치 말이란 것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 받아들여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고, 결국 본래의 의도는 말 한 자의 변명만이 될 뿐 그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불화를 피하기 위해 말을 점점 아끼게 되구요.
하지만 불화를 피하는 게 조화는 아닙니다.
불화를 거부함과 동시에 조화마저 거부하는 것이니까요.

말의 폭력성은 결국 온전히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만이 결정짓습니다.
제 아무리 아무 악의가 없어도, 또는 조금이라도 흠집이 없는 고운 말이어도
이를 듣는 사람이 상처를 입으면 상처는 입는 것이고, 그 상처만은 돌이킬 수 없는 흉터로 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끊임없이 신중하게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침묵이 꼭 정답은 아닙니다. 가장 이상적인 건 말을 피하는데 쏟아붓는 노력을 말을 더 신중하게 하는데 쏟아붓는 것이 아닌가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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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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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7 00:11:43

프리 게시판에서 이런 글을 보면 참 반가운 거 같아요.
향기 나는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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