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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페친들이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쓴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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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4 10:54:17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무언가 말하고 싶기는 한데..
사실 그럴 깜냥이 못 되어...
페친들이 타임라인에 올린 그에 대한 소회를 올립니다..

"내 생각에 밥 딜런의 가사는 되게 1960년대적이었다. 블루스로 출발한 사람이라 그런지 뭔가 거리의 시인 같은 면모가 있었다고 할까. 사실 'Blowing in the wind'도 평화를 얻을 해답은 결코 명확하지 않다는 지독한 냉소로 볼 수도 있다. 다들 이렇게 하면 평화가 오고 이렇게 하면 전쟁이 멈춘다고 얘기하지만 자기가 볼 때는 해답이 그렇게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The Times They Are A Changin''도 변화(진보)를 가로막고 있는 기성세대와 정치인들에 대해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 각오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다. 물이 범람하기 시작했다는 등의 문학적인 비유가 있긴 하지만 대단히 공격적이고 시니컬한 내용이다. 'Like A Rolling Stone'도 그렇게 거룩한 메시지가 아니다. 보기 좋게 몰락한 상류층 여성을 비꼬는 내용이다. '기분이 어때?'라는 가사를 들을 땐 '못됐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무튼 딜런은 비판적이었고 날카로웠다. 되게 지적이고 문학적인데 한편으론 되게 공격적이고 저돌적이었다. 로커들이 그의 가사를 좋아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학적 가치가 높다고 해서 서정적인 경구들로 가득할 거라고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이다. 이상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한 잡설 끝."

"2만 장이 다 되어가는 음반 더미 속에서 가장 많은 앨범이 놓인 아티스트는 벨로주가 아니다. 벨로주도 박스셋을 포함하면 40장이 훌쩍 넘어가고, 아휴 이제 그만 사야지사야지 하면서도 나오면 사고 나오면 사다 보니 50장이 넘은 키스 쟈렛도 있으며, 마일즈 데이비스도 있지만 그 주인공은 밥 딜런이다. 이곳저곳에 음반이 나뉘어 있다 보니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이런저런 부트렉까지 합치면 100장이 조금 못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밥 딜런을 제일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어떤 음악가를 제일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답을 못하겠다. 어차피 성의 없이 묻는 거라 성의 없이 대답하면 되는데도 그게 잘 안된다. 진짜 모르겠어서 그렇다.

밥 딜런을 좋아하게 된건 역시 고딩 때는 아니었고 대학교를 들어가자마자 였다. Inha Music Mania(IMM)라고 해서 주저 없이 들어갔던 동아리는 맨날 마르크스 미학 세미나 같은 걸 하고 있었고, 과 학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고딩 때는 스쳐 듣던 밥 딜런을 오히려 나보다 음악도 모르는 선배들이 더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래도 좋았다. 하긴 'Blowin' In The Wind' 같은 노래 가사는 이제 이십 대 초반의 대학 신입생에겐 너무 근사한 가사일 수밖에 없었다. 와 '바람 만이 아는 대답'이라니... 나에겐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글 귀보다 더 떨리는 문구이기도 했다.

그렇게 밥 딜런을 좋아하기 시작해서 그의 음악을 정말 모두 다 찾아들어왔지만 알면 알수록 미궁이었다. 40대 중반의 한국 남자라면 대부분 해당되는 이야기겠지만 나 또한 한국식 영어 교육의 전형적 사례다. 가사든 기사든 던져주면 엔간한 건 독해를 해내지만 그게 귀에 들리거나 말로 표현하게 되면 까막귀와 벙어리가 되어버리는... 주위 선후배들은 다 변해도 나는 의리를 지킨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면서 지금껏 살면서 토익 토플 시험은 커녕 책 한번도 사보지 않은 사람이니 더더욱 나아질 리가 없었다.

그런데 유일하게 그런 태도에 파동을 준게 밥 딜런이다. 군 제대 후 내내 학생회관에서 살면서 밥 딜런을 참 많이 들었다. 그리고 시디 앨범에 있는 가사들이나 이곳저곳에서 줍거나 모은 그의 가사들을 스스로 번역하곤 했다. 헌데 번역을 하면 할수록 미궁에 빠졌다. 내가 발 번역을 한 가사나 나름 전문가가 한 번역 어떤 걸 봐도 비슷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기가 힘들었다. 온갖 문학적, 사회적, 역사적 비유들로 가득한 그의 가사를 기계적인 번역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항 시인처럼 알려져있지만 실상 사랑 노래 전문가인 그의 사랑 노래들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고백을 하는지 체감이 오지 않았다.

그때 제법 심각하게 영국이든 어디든 본토에 가서 영어공부를 해볼까 고민했다. 실제 알아보기도 했지만 자취방 월세에다 판 살 돈도 부족한데 비행기 값이 있을 리가 없었다. 아니 그 이유보다는 내가 뒤늦게 유학을 가서 영어공부를 해도 밥 딜런의 가사를 이해하기란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지금도 남한에 밥 딜런의 가사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그 가사들에 담겨있는 의미는 표면적인 번역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는 오히려 편하게 밥 딜런의 음반을 사고 그의 노래를 들었다. 가끔씩 그 가사를 펼쳐 읽으면서 독해를 해보곤 하지만 대부분 그냥 들었다. 그래도 좋았다. 밥 딜런의 음악에 가사의 비중은 절반이겠지만 어쨌든 나머지 절반 만으로도 나에겐 최고의 음악이었다. 무엇보다 그의 목소리는 공기를 바꾸는 힘이 있다. 방이든 길거리든 바나 펍이든 그곳이 어디든 밥 딜런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면 순식간에 공기가 바뀌니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건 밥 딜런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어설프게 유학을 갔으면 내 인생이 엄청나게 달라져있을 텐데 말이다. 어설픈 영어 공부도 번역도 유학도 포기하게 만든 고마운 가수인 셈이다. 이건 좀 오버인가 ㅎㅎ 어쨌든 이번 노벨 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밥 딜런 관련 책이 좀 나왔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단순히 영어 잘하고 음악 좀 아는 사람들의 어설픈 번역이 아닌 영문학에 깊이 정통하고 밥 딜런의 음악과 그 시대를 이해하는 전문가가 공을 들인 제대로 된 그의 가사집(이미 본토엔 여러 권 출간되어 있는)을 번역한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뒤늦게 밥 딜런을 좋아하게 될 사람들이 나처럼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말이다. - 딜런 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


"딜런의 노벨상 수상을 다룬 국내언론 기사는 
빠짐 없이 Blowin' in the Wind, Knocking on Heaven's Door, Like a Rolling Stone만을 언급하고 있다. 번역된 가사도 게재하면서… 
물론 위대한 곡들이지만 저 곡들이 딜런의 문학성을 거론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곡들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국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곡이고 상대적으로 듣기 쉽고 편한 곡들일 뿐.
이것은 마치 Yesterday, Let It Be, Hey Jude…3곡으로 The Beatles의 위대함과 예술성을 설명하는 것 같은 무리가 느껴진다.
차라리 위 3곡을 언급하지 말던가 적어도 번역된 가사를 게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일반 대중들이 딜런과 노벨상에 대해 지닐 선입견, 편견을 방지하기 위해...
편의를 위한 단순화가 오류를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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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10-14 11:28:09

저도 딜런의 음악은 잘 모르지만 예전부터 느꼈던건 개인적으로

목소리가 참 모기소리 같은데, 뭐랄까 부르는 톤이 날서고 신랄한거 같아서 계속 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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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4 12:21:17

세번째 글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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