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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의 나라에는 경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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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6 22:25:15

핀란드(Finland)는 북유럽 발트해 연안에 있는 나라로 북위 60도에서 70도 사이에 위치하며 국토의 면적은 남한의 3배가 넘는 33만 8천 제곱킬로미터입니다. 핀란드에는 19만개의 호수와 18만개 정도의 섬이 있으며 겨울은 춥고 길지만 여름은 따뜻합니다. 핀란드 사람들에게 여름은 혹독한 겨울에 대한 보상이며 삶의 에너지를 비축하는 시간입니다. 핀란드인 대부분은 7월 한 달 동안 휴가를 갖습니다.


핀란드의 1/4은 북극권에 속하는 지역인데, 이곳에서는 일 년에 70동안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현상이 지속되고 50일은 해가 뜨지 않는 날이 계속되기도 합니다. 핀란드의 인구는 540만 명으로 남한 인구인 5천1백7십만 명의 9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며 인구밀도는 남한의 29분의 1 수준입니다. EU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인구 밀도와 가장 높은 녹지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핀란드입니다.


핀란드는 다른 북유럽 국가들과 차별되는 역사적 특수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곳은 13세기부터 19세기 초까지 스웨덴의 영토였으며, 이후 100년 동안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핀란드가 독립 국가가 된 건 1917년인데, 그 직후 내전과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핀란드 국민들은 큰 고초를 겪었습니다. 핀란드처럼 20세기에 외국의 지배와 내전을 겪은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초고속 성장으로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 있는데 반해 그들의 삶에는 보편주의와 평등주의가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어 핀란드는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의 반열에 올라와 있습니다. 또한, 핀란드는 매년 덴마크, 스웨덴, 뉴질랜드와 함께 세계 최고의 반부패 국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핀란드의 1인당 GDP는 독일, 영국, 프랑스보다 약간 높습니다.


핀란드인의 보편주의와 평등주의 그리고 연대성은 학교교육에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경쟁 없는 교육, 모두를 위한(for all) 교육을 지향하지만 핀란드의 교육수준은 대다수 OECD 회원국들보다 1년 정도 앞서 있습니다. 핀란드는 PISA(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에서 대부분의 년도에 1위를 차지합니다. 우리나라와 핀란드는 모든 상황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교육방식을 그대로 벤치마킹해서 시행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핀란드 교육이 가지고 있는 철학으로부터 우리 교육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영감과 깨우침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중에서도 공부 그 자체에 대한 의욕과 애정은 경쟁을 통해서 키워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핀란드는 600년 가까이 스웨덴의 지배를 받아왔기 때문에 19세기 중반까지 스웨덴어가 정치와 교육, 문학 등의 분야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다가 19세기 후반에 민족부흥운동의 고양에 따라 핀란드어가 교육과 행정 분야에서 차츰 우세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서 지금은 핀란드 국민의 약 93%가 핀란드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핀란드어는 핀-우랄어족의 언어로서, 영어처럼 원칙적으로 주어+동사+목적어의 어순으로 표현되지만, 한국어처럼 단어 끝에 다양한 어미를 붙여 문법적인 성격을 나타내는 교착어입니다. 그리고 우랄어나 알타이어처럼 모음조화의 음운학적 특징을 보입니다. 핀란드어는 15가지의 격을 갖고 있고 활용되는 어미 또한 15종이어서 어미마다 고유의 격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외국인들이 배우기에는 끔찍한 언어입니다.


스웨덴어는 핀란드인의 6% 정도가 사용하고 있는데, 특히 핀란드의 서부 해안 지역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스웨덴어를 사용하는 국민은 해마다 조금씩 줄고 있습니다. 핀란드에서는 핀란드어와 함께 스웨덴어를 공용어로 정해서 공공기관에서는 두 언어를 모두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조국인 핀란드의 사람들은 클래식을 비롯해 여러 종류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헤비메탈을 제일 좋아합니다. 듣기에도 살벌한 데스 메탈이 국내 음악차트 1위를 차지하는 일도 흔하게 일어납니다. 라야톤의 아름다운 화음을 구사하는 아카펠라도 그들의 장기에 속합니다. 속칭 파돌리기송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Ievan Polkka 를 영상으로 첨부합니다. 아케팔라와 함께 핀란드어를 감상하실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https://youtu.be/4om1rQKPi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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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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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6 22:43:57

경쟁이 성실함으로 이어지지만,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사람이 성실하고 멍청한 사람이라죠. 가장 훌륭한 인재는 게으르고 똑똑한 사람이죠. 이런 사람들이 물을 우물에서 바가지로ㅍ퍼나르는 환경에서 수로를 건설하죠. 성실함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는 분명 한계에 이르게 됩니다.
한국인들은 인재를 안 키우기로 유명하죠. 인재가 나타나면 시기하고 질투해 끌어내리기 바쁘죠.

2016-10-06 23:03:18

PISA에서 각 부문 능력치 최상위권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효율성 부문에서도 압도적이더군요. 확실히 그들의 교육을 대하는 마인드는 본받아 마땅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건강한 교육이 말씀하신 대로 핀란드의 사회에 깔려있는 보편주의와 평등주의에서 비롯된 것을 보지 못한채 우리나라의 교육을 개혁하면 사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믿는 교육만능주의라고 봅니다. 특히나 정치세력이 교육 개혁이라는 그럴듯한 명분 아래 찍어내는 정책들은 교육백년지대계와 너무나도 어긋나 있어 일관성 없는 모습에 항상 안타깝습니다.

Updated at 2017-01-18 02:54:27

X

Updated at 2016-10-06 23:52:49
국내에도 익숙한 Nightwish나 Children of Bodom, Amorphis, Stratovarius 도 핀란드죠... COB의 광팬 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핀란드 출신 밴드가 진짜 많네요. Korpiklaani나 Ensiferum, Finntroll 까지 헉헉. HIM하니 괜히 Entwine도 생각나는군요.

Updated at 2017-01-18 02:54:43

X

2016-10-07 01:52:06

맞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물론 저는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지만 필수교양 과목처럼 들어본 것 같네요. 그 중 Entwine이 제일 맘에 들었어요. 

2016-10-07 00:31:03

와 Funeral of hearts.... 넘 오랜만이네요 진짜 HIM 한 때는 정말 좋아했는데...

Updated at 2017-01-18 02:55:02

X

2016-10-07 07:26:48

아  HIM이 핀란드밴드였군요.

이쪽 계통 좋아하는데 찾아서 들어봐야겠네요

2016-10-07 00:01:57

마이클 무어의 '다음 침공은 어디?'에 핀란드 교육이 나오는데 쇼킹하더라고요.

2016-10-07 01:56:17

흥미로운 글 잘 읽었습니다. 하고 있는 일 때문에 스칸디나비아 나라도 꽤 가 보고,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사람들과는 일도 같이 한 적이 꽤 있는데 핀란드 출신의 사람들과는 일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헬싱키 공항이나 좀 지났던 것 같습니다. 노르웨이나 덴마크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의 언어는 서로 어느 정도 알아듣는다고 하던데, 핀란드어는 그냥 한국어처럼 들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당히 의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핀란드어를 말씀하니시 하나 더 생각나는 게 아일라 피셔 주연의 '쇼퍼홀릭'이란 영화네요. 쇼핑 말고는 잘하는 것 없는 여주인공이 항상 이력서에 '유창한 핀란드어'를 구상한다고 적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한마디도 못하는데, 왜 자꾸 넣냐고 친구가 물으니 '아무도 안 물어 보니까'라는 대답을 하더군요. 그러다 실제 핀란드 사람과 독대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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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7 06:09:30

핀란드랑 스웨덴이 북유럽에서 알아주긴 하지만

현재는 핀란드가 선진국 반열에 들어갈수 있나 싶을 정도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죠.

독일 일본 미국 등 과학 기술 발전에 앞장서는 나라에 경쟁이 없는지 되묻고 싶네요.
경쟁이 없는거 자체가 제가 보기엔 말이 안되는거라서요. 

2016-10-07 08:28:52

뭐 그냥 시골 아닐까요?

Updated at 2016-10-07 13:41:14

핀란드가 선진국 반열에 들어갈수 있나 싶을 정도로 떨어진다고 하셨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노키아 사태 이후로 경제가 휘청거린것도 맞고, 요새 PISA 성적도 많이 떨어지고 있고, 1인당 GDP가 다른 노르딕 국가에 비해 한참 낮은것도 사실이지만 제가 느끼기엔 그래도 선진국이라 불리지 않을 이유가 없는거 같거든요.
일단 선진국이란 단어 자체가 광의적이고 시험 점수처럼 딱 떨어지는게 아니지만, 그 GDP도 세계적으로 볼땐 여전히 높은 편입니다. 그리고 각종 인덱스.. 부패인식지수, 인간개발지수, 지니계수, 삶의 만족도, 환경 지수, 여성의 사회참여 수준, 복지제도. 교육수준이나 시민의식, 사회적인프라 등..모든 부문에서 상위권입니다.
단순 GDP로만 따져도 20위권인데 선진국의 기준이 엄청 높지 않다면 핀란드는 여전히 선진국이라 생각해요. 
2016-10-07 23:54:29

물론 선진국 이죠. 지금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고요. 선진국이 쌓아놓은게 많아서 왠만하면 그 반열에서 떨어지지 않죠. 

제가 분석해서 내놓은 객관적인 주장이 아니라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핀란드가 제조업으로 상당히 성공한 유럽 나라 이지만 그 이상을 개척해 나가지 못한거 같아서 좀 안타깝더군요,
현재까지 이뤄놓은것으로 계속 선진국 반열에 끼어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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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7 09:29:08

 경쟁도, 어찌됐든 잘하기 위한 경쟁이라면 모르겠는데, 우리나라는 이상한 경쟁이 너무 많습니다.

 일 없는데 주말에 나오기, 휴가 안쓰기, 이유없이 야근하기, 내 시간 버리가 상사 모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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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7 11:26:51

경쟁을 통해 좋은 성적으로 확인하는 self-esteem은, 언젠가 삶에 어려움을 만나 뒤처지게 될 때 쉽게 사라져버리는 자존감이죠.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선 경쟁과 성적을 떠나도 자신이 충분히 사랑받을만한 존재라는 self-compassion을 심어줘야 합니다.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또 하나 배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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