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생 갚아도 부족한 빚을 지었습니다. (긴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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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5 23:15:59
저는 일본에서 유학생활중입니다.
2008년에 왔으니 어느새 횟수로 9년째를 맞이했네요. (중간에 군대가느라 휴학은 했습니다.)
저희 집안은 유복한 집안도 아니고 부자와는 거리도 먼 집안이지만, 부모님 두분다 성실함 하나로 인정받고 풍족하지는 않지만 빚도 없이 먹고싶은거 먹고 꼬박꼬박 저축해가며 남부러울거 없는 생활을 보냈었습니다.
하지만, 해외유학은 상상이상으로 큰 비용이 들었습니다.
과소비,호화로운 생활은 아니었지만 학비,방세,생활비등 한국에 있었을때는 생각치도 못했던 비용이 들었습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장학금 받아가며 해외에서 공부하시는 분들에게는 창피할 정도로 제 개인적인 노력도 부족했구요.
그 와중에 아버지가 하시던 일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거래처 사람들이 물건을 납품받은뒤 납품대금을 지불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몇달치 밀린채로 야반도주를 하거나 막무가내로 우겨가며 지불하지 않는 거래처가 수십곳이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로 인해 너무나도 순진한 저의 아버지는 혼자서 끙끙 앓으시다가 건강이 악화되었고, 저에게 늘 보내주시던 생활비도 빚으로 충당하게 되었습니다.
비싼 물가와 비싼 학비등, 저희 가족에게는 너무나도 힘든 일본 생활이었지만 어떻게든 대학졸업은 하겠다라는 저의 막무가내에 가까운 의지에 집안사정은 더욱더 기울어져만 갔습니다.
그리고 4학년이 된 올해, 결국 더이상 학비를 낼수가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인간불신상태가 되셨고, 생계는 어머니의 얼마 안되는 수입이 다인 상황이 되었습니다.
학교측에서는 아무런 협조가 없었습니다.
생계곤란으로 인해 학비를 낼수가 없다. 여기서 취직을 해야되는데 졸업이 안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자존심까지 다 버려가며 부탁을 했지만 학교측은 무시하기 바빴습니다.
'다른 학생도 다 똑같다. 너만 특별대우 해주는건 없다. 돈 못내면 제적당하던가'
이게 학교측에서 돌아온 답변이었습니다.
모든걸 포기하고 졸업도 못한채 한국으로 돌아갈까까지 생각했습니다.
당장 먹고살 돈도 빠듯한데 학비까지 어떻게 해볼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저에게 손을 뻗어주신 분이 2년정도 사귄 여자친구의 아버님이셨습니다.
딸의 남자친구라고는 하지만 결혼을 한것도 아니고, 하물며 외국인인 저에게 여자친구의 아버님은 셋이서 밥이나 먹자라고 부르신뒤 300만원이라는 큰돈을 건네주셨습니다.
'얼마가 걸리든 상관없으니까 형편이 되면 갚아라. 나는 자네를 늘 응원하고 있으니까'
집에 돌아간뒤, 혼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는사람 하나없는 외국에서 평생 갚아도 부족할 빚을 질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거든요.
앞으로 졸업까지 5개월가량 남았습니다.
아직 내야할 학비는 남아있는 상태이고, 여전히 힘든 상황입니다.
하지만 평생 갚아도 부족할 빚을 진 이상,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이 계신 이상 포기하지 않을겁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나네요.
꼭 성공해서 보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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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여자친구분과 결혼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