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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앰 어 히어로 보고 왔습니다. - 초식남적 판타지 좀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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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3 19:41:52

미리 밝히자면 저는 원작을 모릅니다. 원작을 안보고 바로 영화를 봤습니다.

아이 앰 어 히어로가 여타 좀비 영화와 차별화 되는 부분은 철저하게 주인공 개인에 집중한 구조에 있을 겁니다. 보통 일반적인 좀비 영화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과 생존자 그룹 내에서의 이야기의 비중이 꽤 높은 편인데 비해 (혹은 하다못해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나라도 나오는데)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을 제외하고선 그닥 자세한 이야기가 언급되지 않습니다. 세상이 어쩌다보니 망해있더라,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굴러들어왔더라 정도로 넘어갑니다. 영화가 철저하게 주인공 개인에게 집중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히데오는 신인상을 받은 이후로 변변한 작품 활동 없이 만화가의 어시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초반부에 히데오가 그린 만화는 주인공이 너무 평범하다란 이유로 거절당하는데 영화가 갈수록 주인공이 일종의 히어로로 변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충실한 좀비영화

이 영화는 퓨어한 좀비 영화에 가깝습니다. 후반부에는 스타일이 많이 변하긴 합니다만 초중반까지는 꽤나 강렬하면서 잔인한 묘사도 충실하고 좀비 사태 발생 직후의 난장판의 묘사도 인상적입니다. 클라이막스의 화끈한 전투까지 기존 좀비물에서 갖추고 있던 요소들은 거의 주인공 하나 정도만 빼고 충실한 편입니다. 심지어 더블 배럴 샷건까지요.

 

초식남식 좀비 판타지

영화의 가장 독특한 요소는 초식남식 판타지입니다. 앞서 언급 했듯이 주인공 히데오는 소시민 혹은 루저에 가까운 캐릭터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새벽의 황당한 저주>가 떠오르는 지점들이 군데 군데 있었는데 (루저형 주인공, 생각 외로 충실한 장르 공식에 충실한 영화, 분위기에 비해 가차없이 죽일건 죽이는 후반부-_-;+좀비 겸 친구가 된 주인공의 일행) 기묘하게도 다 보고 나오니 드는 또 하나의 영화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더라고요.

영화 자체가 초중반 주인공의 상상 혹은 만화 내용을 구현하는 내용이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서브컬쳐에 대한 미묘한 농담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느낌이 있습니다. 영감을 위해서라곤 하지만 쓸데 없기 총을 보관하고 있는거나 계속해서 들고 다니지만 총을 꺼내거나 쏘지 않는 것이나 혹은 후반부 생존자 집단의 무기가 BB탄 총인 거나 묘하게 폭력성과 실제 폭력 간의 괴리를 이용한 농담을 기반으로 삼는 느낌이 짙습니다.

 

가득차거나, 공허하거나

앞서 언급했듯이 영화는 좀비 영화에서 갖출 걸 어느 정도는 다 갖춘 영화입니다. 근데 영화가 묘하게 허술합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이유를 꼽자면 첫째로 주변 인물, 배경에 대한 묘사가 좀 부족합니다. 이야기가 좀비 사태로 인한 주인공의 각성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상황이나 캐릭터가 철저하게 주인공의 행동에 맞춰집니다. 근데 정작 주인공이 선한 소시민을 대표하는 캐릭터는 될 수 있지만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는 (적어도 저한테는) 아니었어요. 이 영화의 개그는 그런 캐릭터가 좀비 아포칼립스에 내던져 졌을 때 나오는 거지 그 캐릭터 자체가 재미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은 안들다 보니까 막판 주인공의 (+평면적으로 다루어진 일행의) 각성은 약간은 뜬금없는 이야기가 된거 같습니다.

두 번째는 원작이 미완결됐다는 점인거 같습니다. 듣기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잘려나갔다고 하는데 영화 상에서도 조금 더 이야기 할법한 장면들을 과감하게 쳐낸데다가 이야기가 아직 완결을 짓지 못해서 영화 상의 떡밥이나 상태도 미완결로 남긴 느낌이 좀 듭니다. 어떤 클라이막스를 위해 지나치게 늘어지는 느낌도 진하구요.

 

 아이 앰 어 히어로는 전반부는 충실한 좀비 영화로, 후반부는 소시민적 히어로의 영화로 나눠서 생각해야할 거 같습니다. 초반부의 충격이나 후반부의 화끈함은 분명 인상적이지만 그닥 인상적이지 못한 캐릭터나 사건은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습니다.

 

P.S. 기괴한 크리쳐로써의 좀비가 두드러지는 작품이고 고어성도 충만합니다. 이런 저런 좀비물을 TV나 컴퓨터로 봤지만 극장에서 본건 부산행이 전부라…. X쫄면서 봤습니다ㅠㅠ

P.S 2. 주인공이 아무리 봐도 나이든 포켓몬스터 지우같아요. 모자 때문에 더 그런듯.

P.S 3. 아울렛 장면은 파주에서 찍었다고 합니다. 높이뛰기 좀비도 한국인 배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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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09-23 19:53:45

원작 엄청 재미있죠. 요새 연재가 느리긴하지만

WR
2016-09-23 19:55:50

저는 원작을 안봐서.... 근데 묘사 수준을 보면 아마 못보지 않을까

2016-09-24 00:00:56

원작에서보면 찌질하게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좀 잘려서 아쉬웠어요 남주가 자전거를 태우고 못타서 여고생이 태워가는데 여고생이 남자가 이런것도 못하냐 잔소리하니깐 이럴때만 남자 운운하는 건 옳지않다 이렇게 말하는데 이정도의 찌질함이 좀 더 보여줬으면 했어요 생각보다 덜 찌질해서...

WR
2016-09-24 00:04:38

막 되게 많이 잘렸다곤 하더라고요. 근데 이게 미완성인 후반부 까지 그런 느낌이 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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