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와 E-Sports (부제: 하스스톤의 방향 그리고 오버워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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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3 03:40:55
한 4월까지 하스스톤을 열심히 하다가 5월부터 접었다가 그제 오랜만에 하스스톤을 해봤습니다.
하스스톤을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는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요그사론 영상을 보고 갑자기 오랜만에 해보고 싶어서 접속해서 모험모드사고 했는데 3일만에 좀 후회됩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템포메이지를 하스스톤에서 가장 혐오스럽게 생각합니다. 템포메이지도 뭐 나름대로 전략이 있을수는 있겠습니다. 템포메이지의 개요는 꼬리전사와 스펠로 필드를 지속적으로 정리하고 다른 하수인들로 명치를 치면서 마지막 데미지 딜링 스펠이나 후반용 미니언/카드로 마무리 하는것. 정 안되면 요그사론이 알아서 하는것.
요그사론 템법을 보고 너무 짜증나서 템포스톰가서 메타리뷰를 봤더니 심지어 모든 덱에 요그사론이 사실상 다 쓰이더라고요 -_- 그리고 주술사는 분명히 사기여서 너프를 먹었어야 할것 같은데 좋은 카드만 계속 받고 있네요 -_-
블리자드가 E-Sports로 성공한 게임은 스타1 그리고 워3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 두게임의 공통점은 블리자드가 프로 게이밍 씬에 손을 대지 않았고 프로씬이 알아서 발전하고 커졌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게임의 또다른 공통점은 요새 성공한 게임들의 공통요소란 걸 가지고 있습니다.
Looks easy and fun (보기엔 재밌고 쉽고)
Hard to master (완벽하게 하기엔 어려운)
전 이 두가지 요소 때문에 스타와 워크3가 떴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이 그냥 보기엔 쉬웠지만 제대로 하려면 미치도록 정교한 컨트롤과 빌드 / 운영 / 심리전 까지 모든걸 탑레벨로 요구했던 게임입니다.
재밌는건 그 이후로 나왔던 게임들은 e-sports란 측면에선 뭔가 좀 이상합니다.
스타2 / 하스스톤 / 오버워치
일단 오버워치는 현재진행형이니 제외하면 저 두게임은 조금 방향이 이상합니다.
스타2는 스타1에서 있었던 차분하게 기다리고 하던 빌드업 스테이지를 삭제하고 오로지 처음부터 난전에 난전에 난전을 중시하고 스타크래프트를 aos처럼 비슷하게 스킬들을 잔뜩 넣더니 공허의 유산에 와서 그냥 망했습니다. 프로리그도 있고 개인리그 있잖아요 라고 하시겠지만 적어도 군심이나 자날에서 롤이나 도타와 경쟁하던 스타2는 없습니다. 그냥 망했어요. 저는 군심까지는 그동안 스타의 정 때문에 봤는데공.유.부터는 그냥 질리더라고요. 도데체 무슨 게임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갔습니다.
변명거리는 있겠죠. RTS의 시대가 저물었어요 등등. 그러면 CS:GO는 어떻게 부활했죠? CS 1.6 이후에 사실상 사장됬던 FPS의 부흥은 CS: GO가 몇년동안의 삽질끝에 살렸습니다. 인게임 티켓으로 아이템을 주는거로 시작하면서 엔진을 1.6과 최대한 흡사하게 맞추면서 1.6에서 뛰었던 선수들을 거의 GO로 죄다 귀환 부활 시켰습니다. 분명히 이런걸 보면 장르의 시대가 단순히 저물었다 뭐다 하기 보단 게임의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전 스타크래프트의 진정한 매력은 초반에 정찰과 그에 따른 빌드 심리전을 통해서 차분히 보는 사람들의 긴장감이 빌드업 되고 한타나 전략에 의해 피크치는 그 절정의 순간이 최대 매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타2는 그 부분이 생략되고 처음부터 난전에 난전에 힘싸움이니 그 전투 하나하나가 별로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지 않나 싶습니다. 스타2는 분명 뒤에 명제인 어려운건 맞는데 보는게 전혀 재미가 없고 직관적이지도 않습니다.
하스스톤을 한번 보겠습니다.
LoE가 나왔을때 까지 하스스톤은 굉장한 실력게임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비밀기사나 미드 드루 같은 얼척없는 -_- 덱이 있긴 했습니다만 컨사제 / 방밀전사 / 리노 흑마 / 템포 전사 / 손님전사 / 얼법 같은 덱들은 실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어려운 덱이었습니다. 블락 제도가 생기고 이후 카드 팩들을 보면 그냥 스킬캡이 너무 낮아졌습니다. 어느 누구도 미드 주술사와 템법 요그드루이드를 가지고 실력이 있는 덱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하스스톤이 결국엔 핸드폰 게임이고 그에 맞는 수준에 따라 가고 있다면 전 할말은 없습니다.
근데 블리즈컨에 메인 이벤트중 하나로 삼는 게임이고 세계대회도 있는 게임을 개발사가 직접 프로씬을 파괴하는 모습은 좀 얼척 없긴 합니다. 최근에 디그니타스 / 나비 / 아콘이 하스스톤 팀을 해체한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게임이 가면 갈수록 초반 rng에 의존해서 경기가 판별나고 오로지 그냥 내면 무조건 쎈 1/2/3 드랍을 내면 이기니 luck of the draw가 사실상 게임의 전부가 되가고 있습니다. 보드 클리어에 대한 메리트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카드게임에 무슨 매력을 더 느껴야 할까요... 아무리 카드 게임에서 draw라는 개념이 운이긴 한데 이 게임은 갈수록 초반 draw가 망하면 답이 없습니다. 늦게 나온 카드 게임인 페어리아 / 엘더스크롤 레전드 같은 게임들이 더 정교하게 잘 만든걸 보면 그냥 할말이 없습니다.
최근에 라이프코치가 G2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최근 하스스톤에 대해서 엄청 실망하고 있더군요.
예전에는 드림핵을 이기면 그에 대해 굉장한 명예와 존경을 받았는데 더 이상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운이 좋은 누군가가 이기는 게임에 소위 프로 선수들이 무슨 목표를 세워두고 해야하냐고 일갈하는게 공감이 갔습니다.
오버워치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FPS게임이 역대 최악의 관전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걸 보면 전 블리자드가 정말 이해가 안갑니다. 프로씬이 게임에 있어서 중요한건 아닙니다. 하지만 프로씬이 잘 되면 잘 될수록 라이트 유저들을 끌어들이기도 용이하고 게임사한테 전혀 손해가 될게 없습니다. E-sports화 시키려고 손만 대면 망치는 블리자드가 좀 답답하고 짜증나네요.
이 회사의 제품들에 한 20년 넘게 지켜본거 같은데 지난 8년동안 실망 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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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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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하스스톤을 나름대로 헤비하게 즐기는 유저로써 많은 공감을 하게 되네요
얼방법사 방밀전사 리노흑마 등등의 컨트롤덱을 참 재미있게 돌렸는데
어느날 부터 컨트롤 덱 들의 승률이 극악으로 떨어지면서 어느순간 저도 123하려고 미드 주술사나 템포 메이지만 굴리고 있더군요
물론 제가 실력이 떨어져서 그럴수도 있지만 언제부턴가 하스스톤 하면서 생각을 거의 안하고 마나수정 안남기는 놈이 이긴다 라는 마인드로 게임하고 있습니다...
주술사는 1턴이나 2턴에 토템골렘 나오면 거의 이기고
템포 메이지는 신나게 스펠 던지고 요그사론 내면 이기고
사냥꾼은 필드 차곡차곡 쌓다가 사바나사자-야생의부름 콤보 나오면 이기고...
내 머리와의 싸움이 아니라 말씀하신대로 어떤 카드가 오른쪽에서 나오느냐가 게임의 전부가 되어버려서 참 아쉽네요
그래서 요새는 그냥 인디게임이다 생각하고 오늘의 운세 테스트 정도의 느낌으로 게임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투기장에 맛들려서 어느날은 투기장만 할때도 있구요
다음 확장팩때는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