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Free-Talk
Xp
자동
Free-Talk

서른 둘, '노량진의 삶'을 선택하였습니다. (장문, 개인사)

 
58
  4019
2016-08-31 01:03:30

사실 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남기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으며, 필요도 잘 못느낍니다.
하지만, 오늘은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밤이네요.

오늘부터 노량진 고시원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목표는 중등임용입니다.
이번에 교육대학원 논문이 완료됨에 따라,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이 거듭되었습니다.
사실, 역사 교사를 목표로 제대 후 다시 수능을 치루고 사범대 진학에 실패하여 일반 사학과에 입학하고 다시 교육대학원을 진학하는 긴 시간의 도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졸업을 하게 되니,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방대, 나이, 지식의 부족, 10대와의 소통, 금전상태의 빈약, 가정에서의 기대, 결혼의 압박, 소위 취직 잘한 친구들과의 비교,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 전해지는 임용시험의 어려움, 취업의 한계 등 저를 둘러싼 모든 것이 저를 압박하고 고민하게하고 자존감을 크게 떨어뜨렸습니다.

고민의 가장 큰 지점은 바로, '과연'입니다.
긴 시간 중등임용을 위해 공부해왔는데, '과연 내가 임용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까?'라는 제 안의 의문은 끊임없이 되풀이 되었습니다.
의문이 제시되는 원인은 바로 현실이었습니다. 소위 공부잘하는 청년들도 쉽게 통과하지 못하는 시험을 현실적으로 내가 통과할 수 있는가? 저를 돌아봤을 때는 불가능입니다. 불가능이라 생각하게 되는 순간(논문의 장기화, 기출문제 풀이 후 자신감 하락, 역사를 주제로 나누는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역사적 지식의 부족 등)들이 반복되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겠다는 '꿈'만을 쫒아 살아왔는데, 좋아하는 것을 내가 잘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반복되니, 두려움이 밀려오고 자신감은 점점 낮아졌습니다.

한 지인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네가 고민하는 것 자체가 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노량진에서 죽어라 공부할텐데, 나이-결혼-취업-시험통과 등을 고민한다는게 안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이지요.
또 다른 지인은 이리 이야기합니다.
'왜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려 하느냐, 1년만 도전해 보아라.'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너만큼 고민도 않고 하는 이야기이니, 귀담아 듣지 말으라며
1년 공부해보는게 인생에서 그렇게 큰 차지 안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번에 도전 안하면 10년 뒤에도 후회하고 고민할 것이라고요.

저는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서른 둘. 누군가에게는(특히 부모님에게는) 시험에 도전하기에 많은 나이입니다. 저 스스로도 그렇게 느낍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저 스스로가 꾸준히,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란걸 압니다. 그래서 1년안에, 빠른 시간에 합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적인 느낌도 강합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기엔 제 스스로가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수없이 반복된 고민, 끝내고 싶었습니다.
사실 다시 시작한다는 두려움이 가장 큽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성격도 아니고,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성격도 아닙니다.
시험과목에 있어서도, 교육학을 비롯하여 그동안 논문에 집중하느라 전공역사를 등한시하여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합니다.
생활비며, 학원비, 교재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도 해야하구요.
농구, 야구, 영화, 만화, 인터넷, 걸그룹, 술자리, 데이트... 같이 평소 좋아하는 요소들을 줄여야 합니다.
(오버워치는 못 줄이겠.....)

그래도. 더 이상 후회하지 않으려 도전합니다.
라디오스타 10주년 방송 때, MC들이 이런 멘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10년 전 우리는 지금의 우리를 상상하지 못했겠지만, 10년 전 포기하지 않았기에 지금의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10년 뒤, 제 삶을 만족하고 있을 지, 후회하고 있을 지 모르겠지요.
하지만, 지금의 제 자신을 포기하지 않은 제 모습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도전해 봅니다.

평소 활발히 활동하는 유저가 아닌지라,
글을 남긴다는게 어색하지만, 그저 고향과 같은 마음이 드는(이상하네요, 왜 그럴까요?) 이 곳에 잠시 '토로'하고 싶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4
Comments
2016-08-31 01:12:56

저랑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시네요.
저도 당장 반년정도 남은 1차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지, 그 다음 2차 시험은 또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막막합니다.
거기다 지방대라 아마 붙는다쳐도 편입을 해야할테고...그동안의 끈기, 금전적 압박, 불투명한 미래 등 불안감이 많이 드는 요즘이네요. 나이 또한 젊은 편도 아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밀어붙여보자란 맘으로 오늘도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왔습니다. 아마 내년 1차 시험은 떨어지겠지만 서른남님 말씀처럼 포기하지 않고 몇 년 뒤엔 제가 바라는 대로 됐음 좋겠습니다.
서로 포기하지 말자구요. 힘냅시다!

WR
2016-08-31 02:11:08

'서로 포기하지 말자'는 말, 위로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2016-08-31 01:14:58

저도 29에 노량진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전공도 아니고 연관도 없고 글쓴분 처럼 나이, 주위 환경에 이런 저런 생각에 망설였지만 앞으로 평생할것 1~2년 까짓것 해보자 마음 먹고 시작했습니다. 안되면 실망도 타격도 적지않겠지만 해보지않고 후회하는것 보단 해보고 실망아니 꼭 성공하리라 마음먹고 다같이 화이팅합시다. 화이팅~!

WR
Updated at 2016-08-31 02:14:44

그렇죠. 해보지않고 후회하는 것. 이것이 도전의 주요 바탕이 되었어요. 응원 감사합니다.

2016-08-31 01:15:34

도전에 박수를 보냅니다. 아직 우리는 충분히 젊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두려움을 떨치고 도전하신만큼 몰두하시기를, 좋은 결과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WR
2016-08-31 02:12:43

사실 두려움을 떨치기가 쉽진 않는데요.
공부에 익숙해져야죠. 응원 감사합니다.^^

2016-08-31 01:19:07

생각이 많으면 행동이 멈춥니다. 제가 지난 2달간 시험공부 하는데, 마지막 2주는 뒷심이 떨어져서 글쓴님과 같은 고민을 하느라 하루에 3시간 팬대잡는게 겨우였습니다... 정말 원한다면 될거라고 믿고, 다른거 신경 안쓰고 도전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WR
2016-08-31 02:16:10

생각이 많으면 행동이 멈춘다.. 지난 몇 개월의 제 모습이네요.
이제 행동해야죠. 격려와 응원 정말 감사해요!

2016-08-31 01:42:12

저는 변리사 시험 공부 중입니다. 고시 입문하신 분을 뵈니 반갑네요.

저도 독서실에 있다가 지금 귀가해서 매냐에 들어왔습니다

글쓴님께서 진정 도전해보고 싶은 길이라면 최소 한 번은 해보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세 얼간이라는 유명한 인도 영화에 "파르한"이라는 공대생이 나오는데요.
사진 작가가 꿈이지만 아버지의 강요에 의해 공대 공부를 하는 친군데,
공부를 그만 두고 사진 작가가 되겠다며 아버지를 설득하면서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나중에 아버지를 원망하면서 사느니 저 스스로를 원망하면서 사는 게 더 낫지 않나요?"

주변에서 지인들이 뭐라 하시든 글쓴님 마음이 가는 도전을 하셔야
나중에 붙든, 떨어지든 후회가 적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힘내세요
WR
2016-08-31 02:18:43

세 얼간이, 저도 이 영화보고 도전 정신을 강하게 느꼈었습니다. (제 인생영화 리스트에 올려놓기도 했어요.)
그런데... 어째 이리 사그라들었었는지..
그 때의 감정과 마음을 다시 찾아보게 됩니다.
격려 감사합니다.^^

2016-08-31 02:40:59

멋진 출사표입니다!

원하시는 시험에 꼬옥 합격하시길 바라며 댓글로나마 남깁니다
2016-08-31 02:44:42

고시준비를 생각만하다가 졸업이 다가와서 취준을 준비하는 저한테도 귀감이되네요
도전에 늦음은 없는것같아요
화이팅입니다

7
2016-08-31 02:50:40

조금 지나친 얘기 일수 있지만 글쓴이 분을 위해 조금 적어봅니다.
지금 생각하시는 조금의 여가 또한 전부 없애버리셔야 합니다. 왜 자신에게 안이 하게 행동하시는 지 모르겠습니다.
노량진에는 정말 수많은 , 오직 미래만 보는 삶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절박하여 단지 하루하루 모든 힘을 쏟아내는 사람들입니다.
그 안으로 들어가시면서 단지 평소 좋아하는 것들을 '줄이는' 정도로 괜찮다고 생각하신다면 정말 심히 염려됩니다.
몇년간은 죽었자고 생각하십시오. 만약 그게 엄두가 안 난다면 시작하지 마십시오.
제 주변을 보며 제가 확실하게 느낀것들입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2016-08-31 03:14:20

아 정말 다른 의미로 공감됩니다. 저도 주로 눈팅만하는 매니아인데, 오늘 회사에 이번 달로 퇴사 통보할 예정입니다.

원래 글쓰는 것을 좋아해 소설가가 꿈이었는데, 그동안 회사 일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니 다른 일이 안 되더라고요.

더군다나 회사 일도 매일같이 글을 읽고 쓰고 편집하는 일이다 보니, 일을 하고 나면 제가 진정으로 써야하고 쓰고 싶던 글들을 계속해서 미루게 되더군요.

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일을 안 할 수 없었기에 계속해서 일을 했지만, 남은 기간동안 뭐라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심 끝에 퇴사하려고 합니다.

후임자에게 인수인계도 있고 남은 일도 있어 구체적으로 한 달 후에나 퇴사하겠지만, 벌써부터 기분이 싱숭생숭합니다.

저도 사대쪽이라 임용고시의 지난한 과정을 선후배들을 통해서 알고 있기에 정말 잘 되길 기원합니다.

2016-08-31 03:40:13

저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잡생각 떨치고 공부해보고자 마음먹었지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랑 비슷한 고민이 있는 분이 계시다니 위로가 되네요. 힘내요 우리

2016-08-31 04:06:49

동기부여 받고 갑니다

2
2016-08-31 04:30:09

저도 서른둘에 웹툰작가 도전중입니다 힘내세요 브라더

1
Updated at 2016-08-31 09:25:54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역사 과목 참 힘들죠...ㅋㅋ 볼 것두 많구요..

저도 대학 졸업 후 전역하고 개인 사정으로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꿈을 찾아 서울로 올라와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올라와서 같은 공부를 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도 나눠봤지만...이 바닥에서 서른 둘은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닙니다. 많은 수험생들이 글쓴이 분과 같거나 더 많은 나이로도 열심히 준비를 하며 도전하고 있어요. 인생의 방향을 한 번 결정했으면 합격에 대한 의지 이외의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는 쉽지 않겠지만 전부 머릿속에서 배제시키는게 좋습니다. 이 시험은 1년에 한 번 짜리 장기레이스라 그런지 내면의 걱정거리가 내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적이 되더라구요.

본인을 믿으시고, 하루 하루 꾸준히 해나가나는 것 외에 이 시험의 왕도는 없습니다. 북소년 카페에서 합격수기를 몇 개 읽어보시는 것도 좋구요, 아니면 학원에 가셔서 구체적인 공부의 방향을 상담, 설정하는 것도 좋습니다. 다시 공부를 시작하시는 단계이시니 우선 올해 남은 백여일 간은 기출문제와 교과서를 중심으로 분석하시면서 흐름을 확실히 다지시는게 가장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최근 출제의 경향은 교과서가 강조되는 추세입니다. 힘 내셔서 훗날 같은 교직에 몸담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Updated at 2016-08-31 10:44:01

이제 정말 백세시대 입니다.
조급하게 시작하는것보다는 더 공부해서 꿈에 도전하는 것이 저도 옳은결정이라 생각하고 응원해드립니다.

그리고 많은 것을 포기하고 시작하는만큼 여가 특히 게임은 끊으셔야합니다.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요.
컴퓨터모니터옆에 부모님 사진이라도 붙여넣고 참으셔야 합니다.
저도부족한 사람이기에 경험에 따르면 머리가 안좋으면 공부하는 시간을 늘려야지 남들처럼 하고싶은 거 똑같이 다하면 답없습니다.

2016-08-31 10:35:30

초등이지만, 올해 신규 발령난 43살 형님도 계십니다(교사는 처음) 힘내세요

2016-08-31 10:56:58

화이팅!!!!!!

1
2016-08-31 11:00:08

역사 교육 대학원 후 32살.. 임용은 과연 '선택'이셨나요? 다른 대안이 있었다면 선택이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선택하신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절실하게 하셔서 꼭 이루세요.

2016-08-31 14:39:45

우리 학교에 38살에 신규 무경력으로 발령나신 선생님도 계십니다.

저 또한 늦게 사범대에 입학하여 서른이 넘어 일하며 공부하는 중이고, 그 동안의 방황, 실패들이 거름이 될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한방에 통과하시면 좋겠지만, 임용고시의 특성상 운도 많이 작용하고,

과정 중 실패를 겪게 될 수도 있으실 텐데, 

일정 수준이상 실력이 쌓이면 학교에 근무하시면서 공부하셔도 될겁니다.

어차피 호봉 인정되고 월급 다 나옵니다.

임용은 그런 시험인 듯 합니다. 누가 될지 모르는, 그러나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되는..

응원합니다 선생님.

 

   


2016-08-31 15:30:29

도전에 정답은 없습니다.

선택만이 있을뿐이죠.
그리고 그 선택의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 것은 노력입니다.
선택하셨다면 자신의 선택을 옳게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세요.
그러면 도전이 성공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22:59
5
718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