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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모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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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3 09:10:56

1. 저는 경기도 화성의 '삼괴중학교'라는 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저와 동향이시라면 꽤 익숙한 이름이겠지만 일반인에게 '삼괴'라는 이름을 이야기하면 정말 희한한 이름이라는 피드백이 돌아오죠. 수원으로 고등학교를 진학한 저로써는 학교 이름가지고 놀리는 친구들이 좀 짜증나기도 했고, 모교가 더 좋은 이름이었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2. '삼괴'라는 이름은 석 삼(三)자에 회나무 괴(槐)자이고, 회나무란 것은 조선시대에 정승이 한명 나올 때마다 한 그루씩 하사받았던 나무라고 합니다. 따라서 그 중학교가 있던 고장이 조선시대때 세 명의 정승이 나온 고장이다... 라는 뜻이죠. 엄청난 커뮤니티나 탄탄한 지역기반(안동, 전주 등)에 기대지 않고 세명이나 배출했다는 것은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만한 하죠. 

3. 근데 외지인들에게 특히 "무슨 학교 이름이 그러냐? X내 괴상한데"라고 웃어제끼는 사람들 앞에서 그 유래를 이야기하는 것도 우습고, 설명해 준다고 해서 '삼괴'라는 이름에 대해 그닥 이미지가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화성은 전국적으로 이미지가 그닥 좋은 도시는 아니죠. 지금도 전남이나 경남 끝자락에 놀러가서 '화성'에서 왔다고 하면 바로 "거긴 아직 사람 안 죽어요?"라는 말이 튀어나오죠.

4. 그래서 지역 삼괴중학교 졸업생 중 10회였나 15회였나 동창회를 중심으로 그 지역의 행정구역명 조암(아침 조(朝), 바위 암(巖))을 써서 '조암중학교'로 바꾸자...라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선린상고를 선린인터넷정보고로 바꾸자...이런 것이랑 비슷한 움직임었죠. 

5. 이 의견은 나름 지지를 얻어서 꽤 진행이 되었던 모양이더라구요. 그런데, 5회 졸업생들이 학교 앞에 플랭카드를 붙임니다. 

"우리 어머니 이름은 '김말자'다. 우리 어머니 이름이 아무리 촌스러워도, 어머니 이름을 바꾸는 짓은 안 한다. 여기는 우리의 모교(母校)다! 삼괴중학교다"

물론, 삼괴라는 이름이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칼 말론에게 유타의 홈구장이 죽을때까지 델타 센터이듯이 많은 그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의 마음 속의 '삼괴'라는 이름은 추억이 되었을테니,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6. 이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 벌써 10년전이고, 아직도 그 학교의 이름은 '삼괴중학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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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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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3 09:21:10

자랑스러워 해도 될 이름입니다. 요새는 그 유래는 잘 모르고 그냥 얼른 보기 좋은 걸로 바꿔버리는 경향이 보이는데, 그 플래카드 건 분들 정말 멋있네요.


덧붙이자면 그래서 표창원 의원도 항시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경기 남부 연쇄살인'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시더라구요. 화성에서 모두 일어난 사건도 아니거니와 그런데도 사건 이름이 그렇게 명명된 까닭에 화성 사람들이 받는 고통은 엄청나다구요.

WR
2016-08-23 09:34:39

수색역을 디지털미디어씨티역으로 바꾼다든지, 선린상고를 선린인터넷고등학교로 바꾸거나... 이런식으로 '촌스럽다는' 생각으로 전통적인 지명을 바꾸려는 생각들이 요즘은 더 촌스러워 보입니다. 서양의 지명들은 거의 2천년 넘게 그 지명을 쓰면서도 촌스럽다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죠.


저도 '경기 남부 연쇄살인사건'이 정식 명칭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인식은 쉽게 변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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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3 09:53:35

선배님들에게 감사하고 자랑스러워 해도 될 듯하네요.

제가 사는 곳은 구라리입니다.

아홉 구 비단 라 - 아홉 개의 비단을 깔아 놓은 듯 아름답다는 뜻이죠. 뜻도 어감도 좋지만, 들으면 다들 넘어갑니다. 저도 여기로 이사온지 2년차이고 도로명주소로 바뀌고 덜 사용해서 여전히 어색합니다.

WR
2016-08-23 10:22:07

글에 올린 사건이후 저도 이젠 '삼괴'란 말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2016-08-23 10:12:41

3번 좀 공감됩니다.제가 경산에서 자라서 지금 수원에 살고있는데요 주위에서 너 어디서 왔어?라고 물어보면 경산이라고 말하면 다들 모르거나 대구아니야? 이래서 대구에서 왔다 말합니다종종.... 왜 말을 못하니...경산이라고...

WR
2016-08-23 10:24:10

군대있을땐, 선임들한테 고향이 어디냐고 했을때, '화성'이라고 하면 맨날 "니가 사람들 죽였지?"로 이어져서, 얕은 관계의 사람들한테 이야기할 땐, 고향이 수원이라고 많이 이야기했죠. 그래도 지금은 화성이 고향이라고 당당히 이야기합니다.

2016-08-23 10:57:39

90년대 사건때문에 아직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건가요?

WR
2016-08-23 11:01:52

정확히는 80년대 중반~90년대 초반이죠. 2000년대들어오면서 조금 잠잠해지나 싶더니만, 2003년 살인의 추억이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다시 화성을 기억하게 만들었죠. 

2016-08-23 11:03:16

충격이네요

2016-08-23 10:56:55

선린상고는....특성화고로 바뀌면서 이름이 바뀐거라 좀 다른케이스 이긴 하지만....

이름으로 놀림 받는건 이해합니다....저도 허준 방영당시 이름 때문에 별명이 홍춘이로 고정되어있었거든요....그게 처음에 별 신경 안쓰다....계속 모든사람들....선생님들 포함해서 정말 모든 사람들이 홍춘이라고 부르니 짜증 나더라구요...
WR
2016-08-23 11:02:43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 이름을 서현, 서진이로 짓는 이유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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