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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감상후기(노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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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1 21:29:03

 간만에 오전에 시간이 좀 비게 되었고 + 어마어마한 바깥 날씨를 버티려 어딘가 냉방이 잘 된 곳으로 도피해야 했고 + 이사한지 얼마 안되어서 필요한 생필품들을 사야 해서 겸사 겸사 집 근처 가든파이브를 찾았고 영화 터널을 어머니를 모시고 보게 되었습니다.


 일단 이 영화는 재난 영화이지만 그간 개봉했던 해운대라던지 감기라던지 타워라던지 심지어 부산행과도 약간 거리가 있습니다. 영화가 끝난 이후에 제게 든 생각은, 이 영화는 풍자나 블랙코미디의 문법을 상당 부분 차용한 다큐멘터리에 가깝다는 것이었습니다. 영화 시작하고 끝이 날때까지 비록 극장 안은 폭소도 터지고 정적도 감돌고 탄식 소리도 섞였지만, 시종일관 영화적 과장이랄만한 점은 거의 없었고 현재 우리나라 어디에서라도 일어날수 있는 일이라 느꼈습니다. 다시 말해서, 영화속 인물들이 그냥 캐릭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살아숨쉬는, 우리의 눈에, 그리고 뉴스에 비춰지는 바로 그 모습이라는 것이죠.



 아예 포스터에 대놓고 말하고 있듯이, 이 영화는 그저 재난으로 인한 터널의 붕괴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견되는 시스템의 균열을 그대로 담아냅니다. 언제나 대참사가 일어난 후에는 '인재였다' 라는 씁쓸한 결과를 보여주듯이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을수도 없고, 사회 전반에 걸쳐 생명의 가치보다는 자본의 논리에 입각한 냉정한 행동이 신속하게 푸쉬를 받습니다. 
 
 그래서 현재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일반인들의 키워드는 '각자도생'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 전철이 멈춰서던가 하는 작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예전같으면 방송에 따라 움직였을 시민들이 이제는 더이상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않습니다. 바로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되었고 이제는 어린 학생들마저 세월호 사건 이후 무슨 일이 생기면 가만히 있지 말고 살기 위해 뭐든지 하라는 가르침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러한 행동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어딘가 콕 집어서 여기가 잘못되었다고 말할수 없는 시스템의 총체적 균열에 시달리다 이제는 사고 예방은 언감생심, 누구도 믿지 않고 독자적으로 살길을 찾아야하는 시점에 까지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결국 누구도 믿을수 없는, 피해자만 자신의 아픔을 감수해야 하는 어그러진 시스템이 지배하는 나라가 된 것입니다.

 영화는 터널 안의 상황과 터널 밖의 상황을 교차시키며 어디에 치우치는 일 없이 뚝심있게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보는 관객들의 생각에 따라 이 영화는 오락영화일수도 있고 코미디일수도 있으며 다큐멘터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심각하게 서술했지만 영화의 분위기는 그리 어둡지 않으며 온가족이 볼만한 묘사로 잘 뽑아낸 수작입니다. 방학이라 그런지 특히 많은 어린 학생들이 부모 손을 잡고 극장을 찾았는데, 번잡한것이 싫으신 분은 조조나 심야 시간을 이용하심이 좋을듯 합니다. 

 어쨌든 몸 사리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풀어낸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번 여름 볼만한 가족영화를 찾으시는 분들은 같이 극장을 찾으시는것도 괜찮을듯 합니다. 다만 영화가 끝나고 아이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줄지 정도는 미리 고민하고 가시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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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08-11 21:51:32

'뻔한 흐름과 너무 눈에 보이는 돌직구스러운 사회비판들이었다' 생각들면서도 그 돌직구를 마구 던져준 감독의 의지는 박수 쳐주고 싶네요.
너무 쳐지지않게 중간중간 재치있는 씬도 좋았던것 같고 모든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줬다 생각이 듭니다!

2016-08-12 00:10:01

노스포가 아닌것 같습니다

WR
2016-08-12 01:07:33

어느 부분에서 그리 느끼셨는지 알고 싶네요.

2016-08-12 21:15:48

정성스럽게 적어주신 리뷰에 부정적인 댓글을 달아 죄송합니다. 개인적으로 기대작인데 전개에 중요한 포인트가 등장하는것 같아 관람전 편견을 가지지않으려고 후다닥 스크롤로 내리고 바로 코멘트를 달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보니 그렇지않네요. 죄송합니다.

2016-08-12 00:18:37

이런 좋은 글에 댓글이 너무 없네요....좋은 분석과 감상 잘 읽었습니다! 

2016-08-12 23: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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