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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과 토의(영양가 없이 긴 내용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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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5 18:55:59

초등학교(제가 다닐 때는 국민학교였지만...) 고학년 시절에

무슨 과목이었는지는 잊어버렸지만

아무튼 토론과 토의에 대해 배운 것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 발췌)

토의 : 어떤 문제에 대해 검토하고 협의함

토론 :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러 사람이 각각 의견을 말하며 논의함


둘 다 어떤 문제를 가지고 이루어지는 활동이지만,

초등학교 수업 때는 아래와 같이 배웠습니다.

사람들 간에 다른 의견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려고 하면 토론이다.

사람들 간에 공통된 의견을 가지고 회의를 진행하면 토의다.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거라서 큰 줄기만 가르쳤을 수도 있고,

더 자세히 가르쳐 주었는데 제가 까먹었을 수도 있겠죠.

다만 토론과 토의의 차이점에 대해서만은 저렇게 정의를 내리고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토의를 할 일은 아마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다면 운영진이 운영 방안에 대해 의논할 때 정도일까,

아니 오늘 저녁에 뭐 먹을까요? 아니면 썸녀랑 잘 해보고 싶은데 어떻하면 좋을까요?

하는 질문성 글에는 토론이 아닌 토의가 진행될 수도 있겠네요.

다만 대부분의 경우,

특히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의논할 경우에는

그 이슈를 해석하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토의가 진행될 수가 없습니다.

저마다 자신의 주장이 맞다고 갑론을박 하게 되죠.

즉 토론을 하게 됩니다.


티비에서도 토론 프로그램이 여럿 있고,

시간이 짧게 정해진 포맷이 있는 반면 밤샘토론 같이 주구장창 하는 토론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종료할 때 해당 주제에 대해 결론이 나는 경우는 0%에 가깝죠.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 목표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쉽게 설득 당할 거면 티비에까지 왜 나갑니까

보통 이런 토론에서 설득 당하는 경우는

본인이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의견을 주장하다가 그 오류가 밝혀지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아주 가끔,

상대편 패널이 본인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조목조목 반박해서

본인의 논리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것이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그걸 무시하거나 다른 궤변을 늘어놓는 방법으로 본인의 주장을 이어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몇 년 전에 개고기 식용 문제로 티비에서 토론을 했을 때가 기억나네요...)

이런 경우는 더 이상 토론의 의미가 없어집니다.


매니아에서는 동일 주제를 가지고 여러 개의 글이 올라오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룰로 자리잡혀 있는데,

이번에는 같은 주제를 가지고 한 페이지 내에 계속 글들이 올라와서 운영진까지 개입하게 되었네요.

글 쓰신 분들이 대부분 원색적인 비난 보다는 사실에 입각한 비판을,

휘발적인 단문이 아닌 본인의 신념을 담은 긴 글들을 써주셨기 때문에

하나 하나 읽어볼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었습니다.

다만, 우리 사이트는 성별, 취미, 기타 선호도가 대부분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보니

모든 글들이 줄기는 여러 갈래로 갈라져도 결국 결론은 같은 뿌리로 올라가게 되는 형태가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가끔은 어떤 주제에 대해 운영진이 자제를 부탁했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주제의 글이 올라오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 분들은(이번 메갈 사태는 운영진 개입 이후에 같은 주제로 올라온 글은 없으니 저격 아닙니다!)

남들과 다른 얘기를 하고 싶으셔서 글을 올렸다는 마음이 느껴지거든요.

그런데 결국 읽어보면 글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같은 결론...

이런건 우리끼리 토론할 필요가 없거든요.

그냥 잘못된 것이 어떻게 잘못 되었는지만 알고 있으면 되는 거지요.


언제고 이런 내용의 글을 써보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끄적여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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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16-07-25 19:02:14

맞습니다. 일종의 표현 욕구라고 생각되네요.
글을써서 제의견을 알리고 싶다라는 토의에 대한 욕구? 랄까요.

저의 경우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잘못쓰이고있는 현실, 그리고 사실은 매니아에서 추구하는 배려와 존중이라는 것이 그에 맞닿아 있는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팠습니다.

아직 그에 대해서는 적은분이 없어서요. 우리 끼리 싸울필요없이 무엇이 이사태에서 문제인지 알면 충분하다는데 공감하고, 전 그런 사고에서 글을 썼던것 같습니다!

WR
1
2016-07-25 19:05:19

저같은 경우

'저건 페미니즘이라고 할 수 없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도대체 페미니즘이 뭐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워웍님 글 덕분에 개념 정리가 잘 됐던 것 같습니다~

2016-07-25 19:44:00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결론에 다소 당황(내 본심을 어떻게?!)했지만 글을 잘 풀어주셔서 술술 읽었습니다 


저는 토론의 기본 자세가 중요한 거 같더군요

자기 논리 구조를 확립하고 그걸 전달하는 것보다

다른 이의 생각에 대해서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투자금을 받거나 연구 용역을 따내거나

무언가 2~3년이든 10년이든 앞으로 큰 계획을 잡을만큼 결정적인 자리라면 그럴수 없겠죠. 당장 밑에서 데리고 있는 직원이든 연구원이든 월급 챙겨주거나 연구비 지급해야 하니까 일단 자기 연구나 자기 계획 이외에는 약점이나 잘못된 걸 찾는 험악한 토론 자리가 나올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자리가 아닌 경우죠


흔히든 거듭 고민하고 거듭 노력해도 잘 안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게 어찌할수 없는 구조적인 짓눌림이 아니라면 저절로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고, 다른 방향을 갈구합니다


그런 분들이 회의에 참석하면 행동이 많이 다릅니다. 방관자가 아닌 절실한 사람으로서 다른 이의 이야기에 집중을 하죠. 갑자기 이야기되거나 관심이 쏠리는 현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돌이켜볼수있는 자리가 매니아에서 생기면 좋겠습니다


그러다가 말씀하신 것처럼 한 방향으로 흘러가서 괜찮게 완결(?)될수 있고요!!

WR
2016-07-25 20:54:43

그러네요 상대방을 조금씩만 이해한다는 생각으로 대화를 나누게 되면 확실히 논쟁으로 이어질 일이 현저히 사라지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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