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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원, 54원, 그리고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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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0 10:59:58


안녕하세요, Spurs4all 입니다.

근래엔 팀 던컨의 은퇴로 마음이 심란하여 눈팅 or 뻘 댓글 위주로만 매니아에 접속하였네요.

대부분 NBA 관련 쪽에서 글을 쓰고 의견을 나눕니다만, 이렇게 가끔 Free-talk에 오면 마음이 참 편해지고

좋습니다. 과거에 신부님과의 스토리를 적었을 때에도 정말 많은 분들이 좋은 말씀을 해 주셨구요.


제목을 보고 대부분 무슨 말인지 모르실 듯 합니다.

만약 엔터테인먼트나 음악 쪽에 종사하고 계시다면 아시는 분들도 있을 거구요.


600원은 음원 한 곡의 다운로드 가격이며, 54원은 그 중 프로듀서(작곡가)에게 돌아가는 수입입니다.

아, 참고로 곡을 부른 아티스트는 30원의 수입을 올립니다.


갑자기 이 말을 하게 된 건, 오늘 아침 갑자기 처음 음악을 시작하던 때가 생각나서 입니다.

저는 음악(특히 상업성을 띄는 음악)과는 그다지 큰 관계를 맺어오지 않았습니다.

유학생활을 끝내고 한국에 고1 겨울에 돌아왔고, 음악이라고는 교회 옥탑방에서 늘 듣던

비기, 나스, 우탱클랜, 맙딥, 빅엘, KRS, 오닉스 등의 '초' 올드힙합이었거든요.

거기에 호른을 좀 배웠던 것. 딱 이정도.


한국에 와선 입시교육에 엄청 휘둘렸고 어찌어찌 영어 특기를 살려 인서울 대학교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남들과 똑같이 대학생활을 하다 군에 입대하게 되지요.

거기에서 만난 전 회사 대표님, 덕분에 전 단순한 헤비 리스너에서 음악을 하게 되었습니다.

20대 때 추억을 만들어준다고 해서 혹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냥 경영학 공부나 열심히 할 걸 그랬나 싶습니다. 아는 동기도 한 손에 꼽고,  타 대학 학생들도 아는 왕십리 맛집을 전혀 모르고...



어찌어찌하여, 전 프로듀싱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신나는 힙합 프로듀싱.

원래부터 정말 깊고 좁게 힙합음악을 들어온 터라, 트랜드에 맞춰 급변하는 힙합 음악은 듣기도 하기도 싫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프로듀싱을 시작했을 때부터, 전 늘 클래식과 재즈를 좋아했고 붐뱁과 이를 함께하는 식의 접근을 가졌습니다.

업으로써의 음악은 초짜였던 제게, 곡을 발매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음원사이트 좋아요 수가 50이 넘었을 때 그 행복했던 순간, 저작권협회에 등록되어 내 곡 덕분에 1만원이 넘는

액수를 번 순간.


한국힙합의 1세대를 대표하는 모 랩퍼의 가사 중 '600원 짜리엔 과분한 라임' 이라는 말이 있지만,

전 그 600원(엄밀히는 54원) 에도 너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물론 저 하나 감당하기도 힘든 금액이었고, 학교생활을 병행했던 터라 생활비 자체가 부족해서 정말

많은 알바를 함께 해 늘 녹초가 되었지만요.


재작년, 전대표님의 호의와 경영학 학사라는, 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잡에 최적화된 전공, 

그리고 힙합회사에서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는 피아노 베이스 프로듀서라는 점 덕분에 운 좋게 큰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기본급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이 전의 회사(제가 언제나 제 일처럼 사랑하는 회사입니다!)와는 달리,

풍족하고 여유있는 삶을 보장해주는 이 곳이 전 참 좋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앞서 언급한 모 랩퍼의 가사를 오랜만에 듣고 다시 한번 그때의 열정이 그리워졌습니다.

지금의 전 곡 하나에도 대중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기보다 남들의 구미를

자극할만한 노래에 혈안이 되어 있거든요. 엄밀히 말하면 회사에 맞는 음악을 해야 하는.


과거 내가 54원에 행복했던 날을 생각하며 그때의 마음을 다시한번 먹게 되는 오전입니다.

물론 곡 당 받는 금액은 같네요 생각해보니... 허허.


초심을 생각하게 되어서 말이 길어졌습니다.

매니아 여러분들도 날은 덥지만 마음은 시원한 하루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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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07-20 11:18:57

초심으로 돌아가는게 정말 쉽지않죠^^
원하시는 일을 하신다니 부럽네요~

근데 600원중에 84원을 제하면 나머지 516원이
모두 음원사이트에서 가져가는건가요?
저는 그래도 저작권(?) 있는 사람이 절반은 가져가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보네요^^;;

WR
2016-07-20 12:21:40

나머지는 음원 회사 및 아티스트/프로듀서 소속 회사 쪽 지분일 겁니다.

2016-07-20 11:22:37

유통구조가 진짜 칼만 안들었지 강도네요...

WR
2016-07-20 12:21:58

많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발전해야 합니다...

2016-07-20 11:22:39
제가 수익구조를 잘 몰라서 하는 얘기일 수도 있는데 곡당 54원이면
세기의 히트곡이 발표되어 천만명이 다운로드 한다고 해도 5억4천이네요. 너무 적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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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0 11:33:19

/g2/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2754369

음원 수익 구조와 관련해 지난번에 쓴 글인데, 다른분들이 글을 읽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음원 다운로드 가격이 600원이지만, 사실 개별 곡으로 다운로드를 받는 경우는 많지 않죠. '다운로드30'이나 '다운로드100' 상품을 사용하면 저작권자들이 받게 되는 금액은 더 적어집니다. 이런 부분에서 한국 음악시장은 아직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WR
2016-07-20 12:23:03

맞습니다.

요새 어느 누가 한 곡 씩 다운로드 받고 할까요.

보통 패키지 상품으로 달에 몇십곡 해서 이용하곤 하는데,

자본주의 시장 상 당연한 구조입니다만 말씀해주신 것처럼 쉽지 않네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2016-07-20 17:16:35

음반 판매보단 공연으로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남길 수 있다고 하더군요.

2016-07-20 18:49:43

554 원이 아니라 54원이라는데 경악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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