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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얼마나 치우쳐있는 나라인지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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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2 00:57:52

런던 금융산업의 경쟁력에 대한 글을 쓰려다가 그보다 앞서 이 내용을 말해야 할 거 같아서 오늘은 영국이 얼마나 구조적으로 치우쳐 있는 나라인가에 대해 쓰겠습니다.



2016년 영국의 일인당 GDP는 4만2천 달러로 세계 17위입니다. 큰 나라 중에서 독일, 캐나다, 프랑스 그리고 일본보다도 앞섭니다. 그런데 문제는 평균을 내서 일인당으로 환산한 수치가 아닙니다.


2011년 잉글랜드의 산업구조는 극단적으로 기형적입니다. 서비스업이 종사자가 전체 산업이 80%가 넘고, 제조업은 9%에 그쳤습니다. 5년이 지난 2016년에는 그 격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산업혁명을 앞세운 19세기 영국은 찬란히 빛나던 제조업의 나라였습니다. 19세기 초에 트라팔카 해전에서 영국에게 패한 나폴레옹은 영국을 고립시키고자 대륙봉쇄령을 내렸고, 영국은 그에 맞서 해상봉쇄로 대륙과의 단절을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영국이 해상봉쇄를 단행하자 공산품을 영국에 의지하던 유럽 국가들은 암무역을 통해 영국에서 물량을 조달했고 그 때문에 영국의 무역량은 거의 줄어들지 않았을 정도였습니다. 19세기 후반에는 독일에서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가짜 영국제 물건들 때문에 영국은 상표법을 개정하여 상품에 제조국명을 포함시켜 독일산 짝퉁들을 막으려 했을 정도로 영국의 제조업은 품질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1950년대까지도 잉글랜드의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각각 전체산업의 40% 언저리를 차지하며 균형을 이뤘습니다. 그러다 1960년대부터 둘의 격차는 벌어지기 시작했는데, 마치 악어의 입 모양처럼 갈수록 심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래의 그림은 2011년 남녀별 각 업종의 종사자 인원과 비율입니다.



아래 위키피디아 링크는 지난 170년 동안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산업 구조가 어떻게 바뀌었나를 아주 구체적으로 그림을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6/68/170_years_of_industrial_change_across_England_and_Wales.png


지난 브렉시트 투표에서는 잉글랜드와 웨일즈 백인들의 런던에 대한 반감이 뚜렷이 드러났습니다. 특히 제조업 종사자들은 런던의 금융업 종사자들에게 극도의 혐오감과 불신을 표현했습니다. 실제로 그러한 반감과 불신이 충분히 이유있게 보일만큼 런던과 다른 지역의 격차는 엄청납니다.


우리나라는 서울과 수도권에 너무 많은 것이 집중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울지역과 다른 지역의 일인당 GDP나 소득은 얼마만큼 격차를 보일까요? 아래에 표를 보시면 답이 나옵니다.


그렇게 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제조업 도시인 울산은 서울지역보다 일인당 GDP나 소득 모두 훨씬 높습니다. 최근 중공업의 불황으로 휘청거림이 있지만 여전히 울산은 서울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평균 소득이 높습니다. 서울은 충남지역보다도 제법 낮습니다.


영국에서는 일인당 지표를 나타낼 때 GDP보다 GVA(총부가가치)를 선호합니다. GVA는 GDP에 상품순세금(세금-보조금)을 빼서 계산합니다. 아래 그림은 2014년 영국을 12개 지역으로 나눠서 각 지역의 일인당 GVA를 산출한 표입니다. 인구 800만이 넘은 런던의 평균과 다른 지역의 평균을 비교해 보십시오.




이제 지역을 더욱 세분화해서 영국 전체를 173개 행정구역으로 나눠 전체 평균을 100으로 놓고 1인당 평균 GVA를 보여드리겠습니다. 2016년 3월 자료인데 아래와 같이 말도 안 되는 표가 나옵니다. City of London은 베벌리힐스와 같은 부자 거주지역이 아니라 런던의 금융회사들이 모여 있는 오피스 지역으로 면적은 고작 1평방마일 정도입니다. 그나마 City of London이 Camden과 합친 것을 평균내서 저 정도지 City of London만 따로 산출하면 훨씬 큰 숫자가 나올 겁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2016년 영국의 지역별 격차를 상세히 다른 브리핑 논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researchbriefings.files.parliament.uk/documents/SN05795/SN05795.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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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07-02 01:20:45

영국의 경우 금융 및 서비스 산업과 런던지역에 수입이 몰려있는건 알겠는데, 이게 브랙시트와는 어떤 유관관계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WR
2016-07-02 01:31:08

국경없는 세계화는 극소수에게만 많이 유리하고 나머지 다수에게는 손해라는 선동 캠페인이 먹혀들어간 것입니다.

2016-07-02 01:36:27

말그대로 선동이 될 확률이 높은거 같네요. 실제 브렉시트가 영국국민 전체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궁금하긴 하네요. 경제에 문외한인 저에게 너무나 어렵긴 하네요 후후


WR
2016-07-02 02:05:25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가가 정말 중요합니다. 올해는 협상을 시작하지 않고 그냥 이대로 넘길 거 같습니다.

Updated at 2016-07-02 01:28:39

경제학에 문외한이라서 궁금한데요.
흔히 파이를 먼저 키우는게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지역적 소득 편중이나 한국 같은 빈부격차이나 선진국에서 흔히 나타나는 소위 '고용 없는 성장' 같은 상황에서도 파이가 큰게 공동체의 이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가요? 예컨대 시티가 혼자 독주해도 시티가 망하는 것보다는 영국인 전체에게 훨씬 낫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어찌 생각하면 그럴 것도 같고(시티에서 번 돈이 영국내에서 순환하니까) 어찌 생각하면 안 그럴 것도 같고(10여년전 프랑스가 고용 없는 성장에 시달릴때 대기업들은 번 돈을 부동산 구입이나 외국 금융에 써서 경제지표는 좋은데 국내에는 별 좋을게 없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납니다) 도저히 모르겠네요.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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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2 01:39:00

주류 경제학에서는 파이를 키우는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그런 경우에는 민주화 정부와 투표 등을 통해서 공동체의 이익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에 분명히 런던의 시티는 부의 분배에 무심한 면이 많았고, 전혀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영국이 더 발전을 하려면 시티의 경쟁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다른 산업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금융이 무너지거나 약화된다면 그 악영향은 모든 곳으로 다 번집니다. 우리나라에서 삼성이 잘나가도 일반 국민에게 혜택이 거이 안돌아오는 것 같지만, 삼성이 몰락한다면 나라 전체가 휘청거릴 겁니다. 영국에서 더 시티가 휘청거린다면 우리나라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SK텔레콤이 동시에 망가지는 것보다 더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입니다.

2016-07-02 01:53:11

저도 대체로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데요. 시티가 망한다는 가정이야 극단적인 가정이니 접어두고 생각하면, 예컨대 시티가 더 행복해진다고 해서 대다수 영국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는가에 대해 의문이 듭니다. 물론 시티의 성장이 직간접으로 영국 전체에 좋은 영향을 끼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굉장히 미약한 수준은 아닐까 하는 거죠. (딱 영국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영국이야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어서요.) 

WR
2016-07-02 02:02:52

브렉시트가 가결된 이상 시티에 미래가 불확실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유럽연합은 '상품,사람,자본, 서비스 이렇게 네가지에 대한 이동의 자유를 천명하고 있는데, 영국은 투표에서 탈퇴가 가결되었고 그 중요한 이유가 사람에 대한 이동의 자유를 통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마도 탈퇴협상에서 영국은 그 부분을 양보하기 힘들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EU는 영국에게 자본과 서비스에 대해서  EU 단일시장 접근권을 통제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더 시티의 위상은 예전같기 힘들고, 협상이 더 험악하게 흘러 EU가 보복이라도 생각하는 경우 더 시티는 휘청거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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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2 01:42:41

분배가 유지되면서 파이가 커진다면 모두에게 이익이긴 하지만 역으로 분배가 줄어들면 더 작아질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고용없는 성장의 경우는 안좋은 것이 결국 돈이 안돌고 돈이 어딘가에 고여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동맥경화와 비슷하다고 볼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파이가 큰게 이득이냐고 하면 이득이겠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비교하는게 정당하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은것이 투자를 다른방향으로 처음부터 했으면 다른 결과가 나올수도 있으니까요. 지금 이렇게 서비스업에 몰빵해놓고 거기에서 서비스업 경쟁력을 죽여놓고 두개 비교하면 당연히 경쟁력 있는게 좋겠죠.


또한 불평등이 심화되면 그에 따르는 사회적인 비용이 점점 커집니다. 유명한 책으로는 불평등의 댓가라는 책이 있겠습니다. 

WR
2016-07-02 02:03:48

미국은 뒤늦게라도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려고 노력중인데, 영국도 이상태가 지속되거나 심화되는 건 정말 안좋습니다.

2016-07-02 07:36:04

그런데 타국가: 우리나라, 프랑스, 스페인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확실히 영국은 메이드 인 잉글랜드 상품을 별로 들어본적이 없을 정도로 적긴 적죠. 프랑스는 농업이 워낙에 발전되서 이 분야가 훨씬 높을거 같지만, 스페인 같은 국가도 제조업에서 뭘 만든다는 소릴 못 들어서 어떨지 궁금하네요.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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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2 13:52:03

프랑스는 이상적으로 보일만큼 산업구조의 균형이 잘 잡힌 나라입니다. 제가 하버드에서 운영하는 아주 좋은 사이트를 링크하겠습니다. 모든 나라의 산업구조가 아주 구체적으로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너무 구체적이고 자세해서 어느정도 노력을 들여야 제대로 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일단 2014년 스페인에 맞춰놓겠습니다. 나라와 연도는 마음껏 바꾸실 수 있습니다.

http://atlas.cid.harvard.edu/explore/tree_map/export/esp/all/show/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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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7-02 09:06:37

그래서 '영국은 부유하지만, 영국인들은 가난한게' 정설입니다.(그리고 그 길을 가장 빠른 속도로 밟고 있는게 현재의 한국이죠. 반쯤은 섬나라에 국민성, 그리고 금융에 모든 걸 목숨 걸어야 한다는 캐치 프라이즈까지 완벽합니다. 이미 많은 제조업분야가 외국으로 이전을 완료했거나, 진행중이죠.) 우스갯소리로 영국사람으로 태어나서 성공하려면 "밴드를 하거나, 축구를 차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게 금융이라는 분야의 근본 성질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손을 거치는 성장이 아니라, 철저하게 자본이 부풀어 오르게 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셈이죠. 이는 제가 돌아다녔던 대표적 금융국가인 싱가폴, 홍콩에서도 동일하게 벌어지고 있는 사태입니다.(미국은 이런 곳에서도 예외이기는 합니다만, 그거는 미국이니까...) 한 쪽으로 치우쳐서 생긴 문제이기 이전에 그것의 대상이 금융이라는 게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죠. 금융업을 메인으로 한 이상 벌어지는 필연적 사태라고 봅니다.

 적어도 한국은 이 사태를 쉬이 볼 상황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미 여러 곳에서 자본적 슬럼화가 진행중이지만, 공항만 가보면 이 나라가 돈이 없는게 말이 되는가 싶죠. 인간의 탐욕에 대한 다시금의 재조명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WR
2016-07-02 13:53:21

홍콩과 싱가포르는 런던의 판박이입니다. 우리나라는 금융분야가 제조업에 비해서 아직은 뒤지고 있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Updated at 2016-07-02 11:09:01

예전부터 금융업이 무슨 한국의 미래 먹거리라고 주장하던 사람들 볼때마다 위험한 생각이라고 느껴왔었는데, 영국의 케이스가 반면교사가 되길 바랄 뿐이죠.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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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2 13:55:22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세계에서 13~15위 정도인데, 금융분야의 순위는 30위권 근처입니다. 금융이 낙후되면 국부가 유출될 위험이 많은 것이 현재 정보화시대 세계의 시스템입니다. 금융과 국가 경제력이 비슷한 레벨로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2016-07-02 18:08:17

몰랐던 사실인데 영국이 지역별로 소득차가 굉장히 심하네요. 서비스업 편중도도 그렇고.. 지역/계층간 갈등이 생기기 용이한 구조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6-07-03 18:59:58

좋은 글과 자료 감사합니다.

런던이 금융 중심으로 발전한 것에대해 설명해주시기위해 설명해주실 것이 정말 많네요. 항상 많이 배웁니다. 요즘은 베일리님 글을 인용해서 아들과 브렉시트에대해 얘기하고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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