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투표 이후 영국은 큰 곤경에 처했습니다
오늘 한중일 3국의 증권시장이 모두 오름세로 반전함으로 인해 브렉시트의 충격파는 일단 가라앉았습니다. 아래의 표는 지난달 15일과 비교해서 현재 세계 15대 증권시장의 달러기준 시가총액 변화입니다. 제가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든 표라서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주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보면 영국인들에게는 EU에 대한 반감만큼이나 런던에 대한 반감이 많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런던은 일찌감치 발달한 금융업을 바탕으로 EU 통합과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유럽 및 전 세계의 금융허브로서 번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나라 모두가 함께하는 것이 아닌 런던 혼자만의 번영이라는 것이 잉글랜드 지역 다수 백인들의 생각이었음이 국민투표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상황 이해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서 제가 작년 5월에 올린 글 하나를 링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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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국민투표는 세대별 투표였고, 지역별 투표였고, 또 계층적 투표였습니다. 교육수준과 임금이 낮은 계층일수록 탈퇴에 더 많은 표를 던졌습니다. 그런 이유로 탈퇴의 결과 어떤 일들이 발생할지 몰랐거나 생각해보지 않은 채 단순히 반감 때문에 탈퇴에 표를 던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그 때문에 재투표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미 물 건너간 일입니다.
영국은 국민들의 브렉시트 찬성으로 좋아지는 점들도 있겠지만 앞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첨예한 문제가 런던의 금융시장입니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런던이 예전과 동일한 금융도시의 위상을 지킬 수 있다면 브렉시트는 영국에게 호재가 됩니다. 하지만 프랑스와 독일을 비롯한 EU 회원국들이 그렇게 놔둘 리가 만무하고, 그동안 금융도시 런던의 위상은 영국이 EU 국가였던 것과 큰 관련이 있기도 합니다.
런던 금융시장은 현재 영국이 갖고 있는 유일한 초일류 자원이고, 그 지위가 무너지는 순간 영국은 유럽의 2류 국가로 전락하게 될 만큼 영국이 가지고 있는 다른 산업에서의 우위는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2016년 기준 EU 내 헤지펀드 자산 거래와 유로달러 거래의 80% 이상이 런던에 집중되며 전 세계 유로화 거래의 40% 이상이 영국 내 금융시장에서 이뤄집니다. 현재 런던 금융시장은 국가로의 은행 대출, 장외 파생상품 거래, 국제 채권 거래에서 뉴욕을 제치고 세계 1위이며 외환거래에서는 뉴욕이 도저히 따라오지 못할 만큼 큰 격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EU 내에서도 그동안 파리, 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 더블린 등이 런던에 집중된 금융회사, 회계법인, 컨설팅 회사 등과 금융인들을 자신들 쪽으로 분산시키고자 노력해왔으나 탈규제의 자율화 속에서도 고도의 질서를 갖추고 있던 런던의 적수가 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가 가결된 이후에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달라지는 것의 핵심은 영국 금융기관의 패스포팅(passporting) 상실입니다. 패스포팅은 금융기관이 EU 회원국 중 어느 한 곳에서만 인가를 받으면 다른 회원국에서도 상품과 서비스를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영국의 EU 탈퇴가 확정되면 런던에 인가받아 있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EU 회원국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팔 권리를 상실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는 경우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런던에서 떠나 파리나 프랑크푸르트 같은 EU 회원국의 도시로 옮길 수밖에 없습니다.
브렉시트 투표결과 찬성으로 결론 난 순간, 유럽중앙은행(ECB) 이사회 멤버인 프랑수아 빌루아 드 갈로 프랑스은행 총재는 영국은 더 이상 유럽경제지역(EEA)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EU에서 영국 금융기관들의 패스포팅(passporting) 기능은 끝났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직후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시티그룹, 모건스탠리 등 미국 대형 투자은행들은 런던의 사무실과 인원 중 일부를 프랑스나 독일 등지에 옮기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파리에는 유럽 상위 10대 은행 가운데 BNP파리바, 소시에테제네랄 등 4곳의 본사가 이미 자리 잡고 있으며, 브렉시트 결정 직후 HSBC 은행의 투자은행 부문도 유치할 기세입니다. 현재 런던에서 이뤄지고 있는 외환거래의 일부만 파리로 가져오더라도 은행·증권업 등은 물론 파생상품 산업에서도 비약의 발전을 물론 일자리 창출 효과가 생기고, 그만큼의 손해가 런던과 영국에 돌아가게 될 상황입니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패스포팅(passporting)은 영국에서 인허가된 금융회사들이 EU시장의 고객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EU를 탈퇴하는 순간 영국은 패스포팅의 일부 또는 전부(설마??)를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브렉시트가 찬성으로 귀결된 이상 영국은 자국경제의 중심인 금융업을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영국은 EU 회원국들과의 협상을 통해 패스포팅을 현재와 근접한 수준으로 유지시키는데 총력을 다할 것입니다. 반면에 EU 회원국들은 고부가 산업인 영국의 금융시장 중 일부라도 자신들이 떼어먹으려고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고 영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EU 탈퇴에 대한 ‘보복, 징벌, 괘씸죄’ 같은 단어가 회원국들 사이에서 공감되어 나도는 것입니다.
현재 EU 회원국들은 영국에게 빨리 EU를 떠나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은 10월에 새로운 정부를 구성한 후 협상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EU 탈퇴협상은 2년 안에 종료되어야 하는데, 아무리 서둘러도 2년 안에 모든 첨예한 결정들을 다 마무리 짓고, 27개국 모두의 동의를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브렉시트 찬성 진영중의 일부는 영국이 EU와의 재협상을 통해 추가 양보를 얻어내고, EU에 다시 가입하도록 하자는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후회하고 있습니다.
2016-06-28 18:43:15
이번 결과를 보면서 저 또한 국민의 한 사람이지만 이러한 중요사안을 국민투표로 하는게 맞는가 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정도 사안은 투표 전 약 몇달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의무적인 집중 교육과 정확한 인식 이후에 투표를 해야 하지 않나 개인적인 생각이 듭니다 1
2016-06-28 18:55:15
말씀하신대로 직접 민주주의에서 잘 들어나지 않았던 단면을 잘 보여준 경우라고 봅니다. 가질 수 있는 무거운 결과에 반해 해당 사항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경우가 많으니까요. 영국에서도 이제서야 절반 이상 득표가 아닌 2/3이나 더 높게 그 기준치를 잡아야 하는게 아닌가라는 말이 뒤늦게 나오고 있죠. 결국 지역간, 세대간 계층간 대립의 골이 더욱 심해진 모습입니다.
2016-06-29 13:49:44
국민투표가 문제가 있었다기 보다는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발생했다고 봅니다. 투표를 하는 국민들은 많은데, 정보를 제대로 모두 얻은 다음 투표한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고 봅니다.
대표적으로 민주주의는 최고의 정치는 아니지만 가장 공평한 정치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에 쓰신듯 정치적인 모험을 하다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죠. 똑똑하지 못한 민중과 지도자는 어떤 것보다 위험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며, 다시금 교육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한국에서 정치적인 목적을 위한 헛소리나 거짓말을 여과없이 받아들일까 이제는 두려워지네요. 아무튼 영국은 앞으로 많은 문제를 2년안에 직면하게 딜 것이고 분리독립원하는 지역들이 생겨날 것 같네요. 진짜 영국은 제조업 몰락 후 금융으로 먹고살고 있는데 이것을 내주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되고 이번으로 영국의 이미지는 망가졌죠. 신사의 나라가 아니라 이민자를 배척하는 나라로요.
2016-06-28 20:16:00
신문이나 사설같은곳에서 투표전에 이러한 결과를 예측했는데 정작 영국에서는 찬성으로 간 이유가 단지 자국의 이익이 정말로 높아질수있다생각해서인가요?아님 정치적 이유인가요?? 정치적 이유라면 국가의 몰락까지는 아니더라도 큰 타격이 있을텐데 이러한 도박을 한 이유가 궁금해지네요 http://www.hankookilbo.com/v/8f08e054c8b8419295dc95e28fa8d0d2
'난민'문제가 부각되긴 했어도 현 EU 연합내 독일 주도하에 맹목적으로 끌려가는 것에 대한 반감이 큰 것 같습니다.
http://cv63.egloos.com/4405312
링크의 만평과 같은 느낌이랄까요?
2016-06-28 21:03:15
재미난 글 잘읽었습니다 지금으로선 어떠한평가도 섣부를수있겠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전 베일리님께서 올려주신 이번 브렉시트의 경제적 분석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습니다. 제가 모르는 경제적인 면을 풀어주신 글 잘 읽었고 제겐 배움이 되는 글이었습니다.
다만, '언제나 겨울'님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왜 나왔는지에 대한 의문에 관하여, 경제적인 측면이 아닌 영국내 정서적인 측면에서 바라본 글을 제시한 것일 뿐이지요.
제 소견을 덧붙이자면 이번 영국의 브렉시트 건이나 미국의 트럼프, 유럽 내 극우정당의 득세등등 현재 국제 정세에서 주목할만한 것이 엘리트 지도층과 대중사이의 갈등 심화인 것 같습니다.
베일리님께서 이번 글에 언급하셨듯 EU 그리고 런던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였는데, '공공선'을 추구하는 가운데 일반 대중의 정서를 고려치 않고 강행하는 데에서 오는 반발감이 트럼프나 극우정당을 성장시키는 골치아픈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닌가 싶고,이에 대한 해법이 쉽지 않을 것 같기에 우려스럽습니다.
2016-06-28 21:32:21
영국은 EU가입 자체가 늪에 빠진 느낌이네요 남아있자니 난민문제와 분담금이 부담되고 나오자니 경제가 문제고.. 1
2016-06-28 21:53:49
이번 브렉시트 관련해서 지난 번에 올려주신 글도 그렇고(달러와 영국의 금융시장 관련한 내용들) 이번 글에서도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의 지식들을 배워갑니다. 질문이 하나 있는데요, 올려주신 증권거래소 지표에서는 중국 거래소들의 하락폭이 두드러지는 것 같은데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인지요? 아니면 중국 시장의 성격이 본래 등락폭이 큰 시장이라서 이번 브렉시트의 영향도 더 크게 받고 있는 것인지요? 위안화 약세라는 특징을 표시해주시기는 했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30%나 하락한다는 것이 유난해보여 궁금한 마음에 질문드립니다.
2016-06-29 00:28:24
만일 오늘(29일)도 주가가 오르고 외인매도세가 멈춘다면 일단 브렉시트영향권은 벗어난다고 봐도 될것 같다는 전문가 의견이 많더군요 영국이 탈퇴를 공식적으로 통보해야지만 협상이 가능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아무일도 발생하지 않고 영국에 대한 신용도와 평판만 나빠집니다. 영국으로서는 의회에서 가급적 빨리 국민투표 결과를 추인하고 탈퇴를 공식 통보하는 편이 그 이후에 일들을 진행하는데 있어 서로에게 좋습니다. 협상이 길어지면 그 불확실성 때문에 런던에 입주한 대형 금융사의 일부가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있습니다. 반 영국 정서를 갖고 있는 EU 국가들은 영국이 자신의 이익만 챙기게 놔두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 영국에게는 협상과정에서 EU에게 최대의 양보를 얻어내어 다시 EU에 합류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생각하는데,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영국이 EU에 머무른다면 런던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크게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100%는 아니겠지만 예전의 위용을 많이 되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Updated at 2016-06-29 09:04:20
Damon Bailey님이 브렉시트 관련글을 써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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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박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