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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나에게 없는 것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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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6-01 09:54:43

요사이 많이 고민하고 있는 관계에 대해서 쓴 글 입니다. 매니아님들과 의견을 교환해보고 싶어서 제 개인 블로그에 쓴 글을 가져왔습니다. 평어체 양해 부탁 드립니다.



라캉이 말했다. '사랑이란 나에게 없는 것을 주는 것이라고...' 처음 이 얘기를 들었을때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모르는 것을 대할때면 으레히 그렇듯이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았지만 여전히 갸우뚱했다. 나에게 없는 것을 주는 것이라니...사랑에 대해서 많은 말을 들어왔다.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것이라는 말도 그 많은 말중 하나였다.


이 말을 떠올릴때면 나는 두 개의 퍼즐이 딱 들어맞는 그러한 장면이 떠오르곤 했다. 서로 각자의 것을 가진 두 개의 퍼즐이 딱 들어맞는 모습, 그것을 연애라고 생각했던 나이기에 나에게 없는 것을 주는 사랑이라는 말은 좀처럼 와닿지 않았다. 


사람은 자기가 경험한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존에 이미 가지고 있는 가치관, 지식, 경험 등이 고착화된 경우, 그 틀 밖에 있는 무엇인가를 받아들이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얼마전에 아픈 이별을 경험하면서 이제까지 해본적이 없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잠깐 잠깐 들었던 생각이고 마치 부끄러운 짓을 하다 들킨것 처럼 생각이 들면 바로 지워버리긴 했지만,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정도로 쓰디쓴 이별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별 덕분에 라캉의 말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이들 하는 말인데 건강한 인간관계란 그 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발견이 가능해야 한다고들 한다. 가령, 미처 몰랐던 나의 모습을(그게 장점이건 단점이건) 깨닫게 된다거나 아예 발현되지 않았던 모습이 그 연애를 통해서 발현된다거나 그럼 것들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연애 그 이전의 연애에서 나는 연애를 통해 그 나에 대한 그 무엇도 발견하지 못 했다.


항상 이미 잘 알고 있는 나의 모습(대체로 나 편한대로 편하게 행동하는 것)을 상대에게 강요했을 뿐이다. '있는 모습 그대로 상대를 인정해주는 것이 사랑이다'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상대에게 드러내면서 나의 언행을 정당화하곤 했다. 마지막 연애를 하면서 그 순간에 나는 인식하지 못 했지만 나는 나에게 없는 것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했다. 전에 없이 상대를 많이 배려하려고 애썼고, 내 마음보다는 늘 상대의 마음을 살피려고 했다. 


그런데 이별하고 나서 나의 연애를 돌아보니 나는 나에게 없는 것을 만들어내지 못 했다. '내가 너에게 이렇게 잘 해준다'라는 생각이 깔려있는 채로 상대에게 맞춰주는 것은 진정으로 무엇인가가 만들어지거나 바뀐 것이 아니라 그냥 껍데기일 뿐이었다. 마음으로는 반감을 가득 품은채로 겉으로는 상대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우리가 떨어져서 살아온 세월이 있는데 다른 것이 당연하다. 나는 니가 나와 다른 것을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래도 너를 사랑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진정 상대를 인정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 사람으로 인해 내가 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난 다만 포장지만 바꿨던 것이다. 진정 내가 변한 것은 아니었기에(그 당시에는 변했다고 믿었지만) 난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밖에 줄 수가 없었다. 애초에 연애라는 행위 자체의 촛점이 서로간의 관계에만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온전히 나 자신에 대해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못 했다. 나는 나란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가져본적이 없다. 내가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적이 없다. 나 자신의 욕망도 온전히 알지 못 하는 내가 나 자신에 대해서도 제대로 관심을 기울여 본적이 없는 내가 다른 사람에 대해 그러한 행위가 가능할 수가 없다. 


우선 나에 대한 관심을 우선적으로 가져야겠다. 나에 대한 사랑이 우선이라는 말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나에 대해 알고 나를 먼저 사랑해야 상대방과 껍데기만 맞추는 것이 아닌 진정한 내용물을 가지고 소통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믿음이 든다. 그리고 그러한 소통이 가능하다면, 나는 나의 연애 상대방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지 않던 것을 만들어낼 수 있고, 그것을 상대방에게 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아직 나에게 인간 관계란 그 중에서도 연애는 특히 어렵다. 너무 나 자신을 내세우면 관계에서 있어서 이기적인 사람이 되고, 너무 나 자신을 죽이면 내 자신이 그 관계에서 피해자라는 느낌을 떨치기가 어렵다. 사랑은 나에게 없는 것을 주는 것이다...


라캉의 말이 지금의 나에게는 해결책으로 여겨지지만 언젠가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관계에 있어서 서로의 욕망을 여과없이 표현하고 함께 있으면 더 충만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그런 관계를 언젠가는 내가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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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06-01 10:19:22

전체적으로 제가 요즘 깨닫고 있는 것들과 일맥상통하는 부분들이 많네요. 다만 '사랑은 나에게 없는 것을 주는 것이다'란 말은 아직 좀 어렵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WR
2016-06-01 10:32:13

저에게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말입니다. 그냥 어렴풋이 이런 뜻이 아닐까 짐작해보는 정도입니다.

2016-06-01 11:59:31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 보다는 이해하며
사랑 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저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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