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창조한 진정한 첫번째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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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9 00:02:51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6년 5월 27일 원폭 투하 후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71년 만에 처음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했습니다. 오늘의 글은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투하된 인류 최초의 핵폭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939년 7월에 유럽과 미국의 학계에서는 히틀러의 명령을 받은 독일 과학자들이 핵폭탄 제조를 위해 핵분열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이에 레오 실라르트를 비롯한 미국 측의 과학자들은 원자탄이 히틀러의 수중에 들어간다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빚어질 것으로 걱정했습니다. 실라르트는 당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인 아인슈타인을 움직여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결과 1939년 8월에 아인슈타인이 서명한 편지가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전해졌으며, 10월에 미국 정부는 우라늄위원회를 발족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독일보다 먼저 핵폭탄을 만들고자 하는 맨해튼 계획이 시행되었습니다. 그 성과가 나타나 1944년 여름에 미국은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준비를 모두 갖추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 독일은 핵폭탄을 만들지 않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제조할 능력도 보유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독일이 항복을 선언한 직후 미국은 핵폭탄 제조에 성공했습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은 자신들이 만든 첫 번째 핵폭탄을 1945년 8월 6일 일본의 군사거점도시인 히로시마에 투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리틀 보이(Little Boy)라는 이름의 이 핵폭탄은 포신원리를 이용한 우라늄-235 폭탄이었습니다. 그 원리는 단순하여 포신장치로 우라늄-235 조각을 다른 조각을 향해 발사하면 각 조각이 합쳐지면서 연쇄 핵분열이 발생하는 임계질량을 넘게 됩니다.
우라늄-235 폭탄을 만드는 것은 매우 간단해서 재료만 갖춘다면 오늘날 실험도구를 다루는데 능한 대학생이 인터넷에 떠도는 제조 원리를 참조하면 자기 집 창고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정도입니다. 진짜 어려움은 순수한 우라늄-235를 얻는 과정입니다. 1945년 8월 당시에 미국은 자신들이 끌어 모을 수 있는 우라늄-235를 전부 합쳐서 간신히 리틀 보이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21세기 현대의 원심분리 기술을 사용한다고 해도 핵폭탄을 제조할 만큼 우라늄-235를 모으는 일은 국가적 프로젝트에 해당할 정도로 엄청난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므로 단순한 국제 테러조직이 우라늄-235 핵폭탄을 만드는 것은 아예 불가능합니다.
자연 상태의 우라늄은 99.3%의 우라늄-238과 핵분열이 가능한 0.7%의 우라늄-235로 존재합니다. 우라늄-238을 분리해서 순수 우라늄-235를 얻는 작업을 우라늄 농축이라고 부릅니다. 이 두 동위원소는 화학적으로 완전히 동일한데다 원자량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분리할 수 없습니다. 우라늄-238이 우라늄-235보다 약간 무겁다는 점을 이용해서 대규모 시설과 수천 개의 정교한 원심분리기를 거쳐서 우라늄 농축이 이뤄집니다. 1945년 당시에는 미국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 가까스로 리틀 보이 하나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 그 원리와 작동방식이 매우 단순하므로 폭발 실험을 거치지 않고 바로 히로시마에 실전 투하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1945년에 미국이 만드는데 성공한 또 다른 핵폭탄은 플루토늄 폭탄입니다. 폭탄의 핵심 재료인 플루토늄-239를 얻는 것은 우라늄-235를 정제하는 작업보다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쉽습니다. 하지만 플루토늄-239를 이용해서 핵폭탄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흩어지기 쉬운 플루토늄의 연쇄반응을 얻어낼 수 있는 내폭기술은 21세기의 웬만한 국가들도 실험을 거치지 않고는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개발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이 1945년 8월 9일 일본의 나가사키에 투하한 폭탄이 바로 플루토늄 핵폭탄입니다. 플루토늄 핵폭탄은 실전에 투하하기 전인 1945년 7월 14일 뉴멕시코 주 앨라모고도에서 역사적인 폭발 실험에 성공했습니다. 오늘의 글은 히로시마 원폭에 대한 것이어서 플루토늄 핵폭탄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겠습니다.
히로시마에 투하 될 예정인 리틀 보이에는 60kg 가량의 우라늄-235가 탑재되었고, 그 중에 36kg이 연쇄 핵분열에 따라 아인슈타인의 공식 E=mc² 에 의하여 에너지로 방출될 용도로 쓰였습니다. 만일 전부 에너지로 방출되면 거의 메가톤 급에 달하는 에너지였습니다. 그런데 우라늄 전부가 핵분열을 일으키게 하는 것은 극도로 어렵습니다. 원자핵이 분열할 때 추가로 나오는 중성자가 그 옆에 있는 원자핵의 분열을 연쇄적으로 일으키는데, 연쇄반응을 거칠 때마다 2배로 증가합니다. 핵폭탄 내의 원자핵 분열에서 연쇄반응은 수백만 분의 1초에 모두 종료됩니다. 만일 연쇄반응이 딱 한 세대 더 일어난다면 폭탄의 위력은 두 배가 되고 두 세대 더 일어나면 폭탄의 위력은 네 배가 됩니다. 그 때문에 핵폭탄의 위력을 예측하는 것은 정말 어렵고, 그 오차의 폭은 매우 큽니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리틀 보이는 탑재된 우라늄-235의 2%가 핵분열에 의해 에너지로 전환되었고 나머지는 폭발의 화학반응으로 흩어져서 실제로 방출된 에너지는 13킬로톤에 해당하는 정도였습니다. 만일 연쇄 반응이 한세대 더 일어났다면 폭탄의 위력은 두 배가 되어 26킬로톤이 되었을 것입니다.
리틀 보이의 길이는 약 3m이고 지름이 71 cm 무게가 무려 4.4톤입니다. 자칫 폭격기가 핵폭탄을 싣고 이륙하다 추락한다면 공군기지와 주둔 병력이 전멸할 위험이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미군은 이렇게 무거운 폭탄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안전한 폭격기를 기적같이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 폭격기의 이름은 B-29입니다. B-29는 1945년 3월 10일 도쿄 대공습 때 엄청난 양의 폭탄을 도쿄 상공에 투하해서 일본의 수도를 불바다로 만든 공포의 폭격기입니다. 미국의 B-29 개발 계획에는 원자폭탄 개발 계획인 맨해튼 계획보다도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되었을 정도로 2차 대전 당시 미군의 가장 강력한 필살기였습니다. B-29는 일본의 전투기에 격추당할 위험이 실제로 없을 만큼 높고 빠르게 비행하는 동시에 엄청난 양의 폭탄을 탑재하여 목표에 정확히 투하할 수 있는 월등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B-29가 있었기에 1945년 8월에 미군은 일본에 핵폭탄을 투하할 수 있었습니다.
8월 6일 히로시마에 리틀 보이를 투하하는 데 사용되었던 폭격기는 에놀라 게이(Enola Gay)라는 이름의 B-29 였는데, 기체 명칭인 에놀라 게이는 기장인 폴 티베트 대령의 모친인 에놀라 게이 티베트(Enola Gay Tibbets)로부터 따온 것이었습니다. 에놀라 게이는 일본 본토에서 비행시간으로 6시간 떨어진 서태평양 티니언 섬 북쪽에 있던 미 공군 기지 비행장에서 이륙하여 히로시마로 향했고, 리틀 보이는 히로시마 현지 시각 08시 15분에 고도 9,470 미터 상공에서 투하됐습니다. 투하 직후 리틀 보이는 히로시마 상공을 43초 동안 낙하하여 600미터 고도에서 폭파되었습니다. 600미터 고도는 폰 노이만을 비롯한 최고의 물리학자들이 계산을 통해 폭발의 위력이 가장 크게 발휘되는 높이라고 결론 내렸기 때문입니다.
핵폭탄 내부에서 농축된 36kg의 우라늄 덩어리랄 향해 발사된 중성자는 백만 분의 1초 동안 중성자 파편이 두 배가 되는 연쇄반응을 80번을 거치고 종료되었고, 80번째 연쇄 반응에서는 방출된 엄청난 열 때문에 주변 금속이 녹아 더 이상의 연쇄반응 없이 모든 반응이 끝났습니다. 그 사이에 우라늄 원자핵들이 쪼개지면서 섭씨 1천만도 이상의 고온이 생성되었고, 산산이 부서진 리틀 보이는 자체적으로 감마선을 내뿜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이 찢어지는 듯한 섬광이 나타났습니다. 출근길에 그 섬광을 직접 본 시민은 다행히 살아남았어도 눈의 시력을 상실했습니다. 섬광에 이어 엄청난 열에너지가 생성되어 밖으로 뿜어져 나왔습니다. 그 열기는 지구에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엄청난 가속도로 공기를 밀어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태풍보다 몇십배 빠르게 폭풍이 불었습니다. 그 사이에 에놀라 게이는 후폭풍의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안전한 장소로 날아갔습니다.
리를 보이는 사라지면서 반경 1.6 킬로미터 이내의 모든 것을 지워버렸으며, 70%의 히로시마 건물들이 파괴됐습니다. 히로시마 인구의 4분의 1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습니다. 히로시마 시 전체는 초고온의 열과 비명소리 신음소리로 가득 찼고, 방사선과 분진 덩어리의 잿빛 대기가 태양마저 가려 사방이 밤처럼 어두운 가운데 사방이 불지옥으로 변했습니다. 거대한 버섯 모양의 구름이 솟아오르면서 지구상에서 첫 번째로 만들어진 핵폭탄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uDLey1Oo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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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무시무시하네요. 요즘에 개발된 핵무기의 위력은 70년 전 것들보다 훨씬 강력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