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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직장동료였던 형님이 갑자기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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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5-26 01:46:33


제가 20대초반부터 배관쪽에서 일을해서 경력이 15년가까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수도권에있지만 불과 3~4년전까지만해도 직업특성상 지방에서 일할때가많고 거주지역시 외딴 시골에서 단체숙소생활을 많이했었습니다. 갓들어온 막내 조력공부터 배관팀장까지 예외없이 건장한 남성들이 큰 숙소에서 단체로 지냈지요.


근데 설비쪽이 배관팀과 용접팀으로 나뉘는데 보통 배관팀장이 용접팀장보다 직급이높고 설비반장을 겸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배관팀이었고 숙소는 용접팀과 배관팀이 같이쓰는 8인실쯤되는 한방에서 머무는데 제옆자리에는 40쯤되보이는 용접팀 형님이 있었는데, 용접팀에서 경력은 팀장다음으로 오래되었는데 사람이 너무 착하고 정직한데다가 시골사람처럼 약간 순박하다고 해야하나 촌스럽다고 해야하나..그런 형이 있었습니다.


직급은 용접팀 부조장. 편의상 경력때문에 임시로 만들어준 직급이지 이 형님은 팀내에서도 외톨이취급에 별로 인정도 못받았지요. 그럼에도 10년가까이 회사에 버티고있었고 꿎꿎이 견뎌내던분이었습니다.



틈나는대로 고된 파이프 알곤용접의 일상이 끝나면(이형님은 10년째 일하시면서도 용접공이아니라 직접 용접도 못하고 알곤가스통이나  나르고 잡일을하는 조력공의 위치였습니다.) 수요일과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마다 숙소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리며 어디론가 가는것이었습니다.


그 시골구석탱이 숙소에서 마을버스를 타는곳까지 걸어서도 30분. 마을버스를 타고 도심지역으로 가는데도 2시간가까이 걸리는 그런 길인데 자동차도없이 어딜가나했더니 숙소가 위치한 옆도시의 침례교 교회였습니다..


알고보니 그형님은 신학대학원까지 졸업하시고 목사안수를 받으셨던 목사님이었던것이지요. 당시 40에가까운 나이였으니 지금은 40대 중후반은 되었을겁니다.


이형님이 대단했지요..당시 40가까운 나이에도 용접공들은 보통 용접만하기에 편한데 이형님은 조력공이었습니다. 담배한번 필시간없이 알곤가스나르고 이것저것 셋팅에 청소까지다해서 허리한번 펼 시간도 없을만큼 일이 고되지요. 그럼에도 새벽기도와 교회활동에 그렇게 열정적이었습니다. 같이 숙소생활해서 잘아는데 하루에 2시간도 채 잠을 못자고 남들 다쉬는 토요일 일요일도 교회에서 하루종일 있다가 오는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일에 소홀한것도 아니고 한번도 힘든내색 피곤하거나 졸거나 하지도않고 남들이 보던 보지않던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청소와 잡일등 조력공으로서 실력없이 경력만있으면 보통 텃세나부리고 나쁜쪽으로 빠지는데 이형님은 항상 팀의 막내같이 궂은일 티나지않는일 남들이 인정해주지않은일을 성실하게 해내었지요. 일주일내내 하루에 잠을 2시간넘게 잔것을 본적이 없었습니다. 체력도 뒷받침되어야하고 무엇보다 정신력이 남달랐을거라 생각합니다.


집안도 흙수저는 커녕 수저비슷한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었습니다. 전라북도 무주쯤되는 산악지방이 고향이라는데 고향에서는 이 형님의 부모님은 남의 작은 밭에서 70이 넘은나이에 아직까지도 소작농으로 일하는 가난한 산골민이고 고향의 친구들과 부모님이 보고싶지만 타지에서 고생하며 먹고사는모습을보면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형님과  그리 길지는않지만 1년가까이 같이 지내면서 여러가지일이있었는데요..갑자기 생각이납니다. 세월이 무상하고 인생은 아침이슬같이 안개처럼 사라진다고 했는데 그런말들에 참 어울리는 분이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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