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와 헤어졌네요.
안녕하세요 매니아 분들. 몇년동안 눈팅만 해오다 이렇게 처음 글 쓰게 됩니다.
제목처럼 얼마 전 2년 반 정도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연애하는 동안 친구관계를 소홀히
했더니... 누군가에게 헤어졌다고 푸념하고 싶은데 마땅히 생각나는 친구가 없네요. 그래서 제가 유일하게 오는 커뮤니티의 게시판에라도 이렇게 글을 쓰면 마음이 조금 위안이 될런지 해서 씁니다.
사실 저는 석사 1년차 대학원생인데 나이가 좀 많습니다. 29살이에요. 그전에는 건실하다고 생각한 회사에 다녔었고 여자친구 또한 그때 만났습니다. 꿈이라는게 뭔지 작년 겨울에 퇴사했고, 올해부터 대학원 다니고 있습니다.
헤어진 사유는 간단한데... 여자친구도 저와 동갑인 29살인데 미래에 대한 확신을 못 주는 남자친구가 더이상 따뜻하게 느껴지지도 않고, 사랑받는 기분도 안 들고 외롭다고 하더라구요. 이게 헤어짐의 사유입니다.
사실 제가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을 때 박사는 유학을 생각했습니다. 여자친구는 직업이 치위생사라 제가 석사 하는 2년 동안 여자친구 또한 영어공부 열심히 해서 같이 다른 나라로 갈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퇴사하니 현실이 보였던 모양입니다. 주위 친구들은 하나 둘씩 결혼하고, 저는 회사 다닐 때 보다 더 바쁜 것 같아 보이고... 얼마나 갑갑했을지 이제야 조금 짐작이 가네요.
생각해보면 제가 욕심이 너무 컸나 봅니다. 회사 다닐 때에는 '하는 일' 빼곤 모든 것들이 다 만족스러웠기에, 하는 일만 바꾸면 내 삶이 가장 행복해지겠다 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제 결정을 응원해줬던 여자친구가 언제나 옆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안일했던 것 같습니다.
대학원에 와서도 제 욕심은 여전히 컸는데, 늦깎이 신입생+타대생 이라는 걸 극복하려다 보니 사람이 참 절박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었는데, 여자친구의 존재에 대해선 제가 절박하지 않았나 봅니다. 우선순위가 공부>여자친구가 되더라구요. 제가 잘 되어야 우리의 미래 또한 잘 될거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여자친구의 응어리가 터져 저흰 헤어지게 되었고, 저는 다시 잡을 염치도 없습니다.
처음으로 대학원 진학을 후회하고 있는 제 자신이 한심하기도 합니다.
저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고 항상 생각해왔는데, 자존감의 근원은 여자친구가 주던 사랑이었다는걸
이제 조금 느끼네요. 주위에 친구도 없고, 학생에, 사랑하는 사람도 없는 제자신이 조금 초라해지네요.
다들 힘드실텐데 우울한 글 추가하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대나무숲에 얘기하듯 이렇게 글을
쓰니 마음이 조금 정리되는 것 같아요. 이해좀 부탁드리며, 즐거운 새벽 되시길 바랍니다.
글쓰기 |
글쓴이님의 깊은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수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힘내시라고 밖엔 해드릴 말이 없네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