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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와 헤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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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4 01:46:00

안녕하세요 매니아 분들. 몇년동안 눈팅만 해오다 이렇게 처음 글 쓰게 됩니다.


제목처럼 얼마 전 2년 반 정도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연애하는 동안 친구관계를 소홀히

했더니... 누군가에게 헤어졌다고 푸념하고 싶은데 마땅히 생각나는 친구가 없네요. 그래서 제가 유일하게 오는 커뮤니티의 게시판에라도 이렇게 글을 쓰면 마음이 조금 위안이 될런지 해서 씁니다. 


사실 저는 석사 1년차 대학원생인데 나이가 좀 많습니다. 29살이에요. 그전에는 건실하다고 생각한 회사에 다녔었고 여자친구 또한 그때 만났습니다. 꿈이라는게 뭔지 작년 겨울에 퇴사했고, 올해부터 대학원 다니고 있습니다.


헤어진 사유는 간단한데... 여자친구도 저와 동갑인 29살인데 미래에 대한 확신을 못 주는 남자친구가 더이상 따뜻하게 느껴지지도 않고, 사랑받는 기분도 안 들고 외롭다고 하더라구요. 이게 헤어짐의 사유입니다.


사실 제가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을 때 박사는 유학을 생각했습니다. 여자친구는 직업이 치위생사라 제가 석사 하는 2년 동안 여자친구 또한 영어공부 열심히 해서 같이 다른 나라로 갈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퇴사하니 현실이 보였던 모양입니다. 주위 친구들은 하나 둘씩 결혼하고, 저는 회사 다닐 때 보다 더 바쁜 것 같아 보이고... 얼마나 갑갑했을지 이제야 조금 짐작이 가네요.


생각해보면 제가 욕심이 너무 컸나 봅니다. 회사 다닐 때에는 '하는 일' 빼곤 모든 것들이 다 만족스러웠기에, 하는 일만 바꾸면 내 삶이 가장 행복해지겠다 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제 결정을 응원해줬던 여자친구가 언제나 옆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안일했던 것 같습니다.


대학원에 와서도 제 욕심은 여전히 컸는데, 늦깎이 신입생+타대생 이라는 걸 극복하려다 보니 사람이 참 절박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었는데, 여자친구의 존재에 대해선 제가 절박하지 않았나 봅니다. 우선순위가 공부>여자친구가 되더라구요. 제가 잘 되어야 우리의 미래 또한 잘 될거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여자친구의 응어리가 터져 저흰 헤어지게 되었고, 저는 다시 잡을 염치도 없습니다. 

처음으로 대학원 진학을 후회하고 있는 제 자신이 한심하기도 합니다.

저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고 항상 생각해왔는데, 자존감의 근원은 여자친구가 주던 사랑이었다는걸

이제 조금 느끼네요. 주위에 친구도 없고, 학생에, 사랑하는 사람도 없는 제자신이 조금 초라해지네요.


다들 힘드실텐데 우울한 글 추가하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대나무숲에 얘기하듯 이렇게 글을

쓰니 마음이 조금 정리되는 것 같아요. 이해좀 부탁드리며, 즐거운 새벽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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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05-24 01:52:42

글쓴이님의 깊은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수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힘내시라고 밖엔 해드릴 말이 없네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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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5-24 01:53:41

너무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자친구보다 밀러님 인생이 우선인걸요.

2016-05-24 01:54:25

힘을 내세요. 무슨일이든 다 잘풀리길 빕니다. 해드릴 수 있는건 없지만 작은 댓글이라도 맘이 나아지셨으면 하여 남기고 갑니다.

1
2016-05-24 01:54:55

여자분입장도 밀러님 입장도..참 안타깝습니다.

이런 이야기 들을 때 마다 사랑도 내 꿈도 같이 이룬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다시 한번

느낍니다. 저도 비슷한 입장이라..애쓰고 있는데 힘내라는 말씀 밖에 못 드리겠네요 !!!

하시는 일 다 잘 풀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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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4 01:57:07

예전에 비슷한 경험으로 크게 좌절한 적 있었네요. 헤어지고 나니 어찌나 미안하고 제 자신이 싫어지던지... 한동안 폐인처럼 술 마시며 지내다 빨리 정신 차리고 제 갈 길 갔고, 정신 없이 살다 보니 또 다른 사람 만나서 지금은 결혼 준비 중입니다. 헤어질 때는 미안해서 헤어지길 잘 했다 생각하기도 했는데, 돌아보니 서로를 위해 잘 헤어졌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만남이 계속됐어도 서로 부담만 깊어질 거라서..


사람은 또 만나게 되어 있고, 석사과정 중이시면 공부하는 분야랑 관계가 있는 분 만나서 서로 이해하며 잘 지내시면 좋겠네요. 그냥 이런 땐 술 마시거나 만나서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한데...

2016-05-24 01:58:18

힘내세요...

머 전...3년 이상을 가족처럼 함께한 여친과도 헤어져봤는데....

결국 자기일 열심히 하다보니 잘맞는 짝 만난다는게 맞는거같습니다!!

최근 여자분보다 더 멋진 여자는 다신 못만난다 생각하실수 있으나...

본인스스로에게 열심히고 하면 금방 더 멋진 인연 만나실거라 봅니다!

힘내세요!!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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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4 02:03:21

다들 따뜻한 글 감사드립니다. 댓글 하나하나가 이렇게 위로가 된다는걸 처음 알았습니다.
저도 다른 매니아 분들 힘들 때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 될 수 있도록 마음 추스려볼게요. 감사합니다.

1
2016-05-24 02:03:37

사회경험 있는 29살 남자, 대학원에 진학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나이도 아닙니다. 무언가 더 도전해볼만한 용기와 시도를 충분히 해볼만한 나이고요. 그렇기에 여자친구와 헤어진 것 때문에 현재 공부하는 것에 대해서 후회하진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 선택이 결국엔 당장이 아니라 미래의 밀러님에게 값진 자양분이 될 수 있으니까요. 다만 공부 때문에 여자친구에게 소홀히 대한 것 때문에 많은 아쉬움이 후회가 밀려오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대학원 진학에 후회를 느끼는 것일 수도 있는 점은 이해해요. 제가 볼 땐 여자들이 29살에서 30살 넘어가는 시기에 가장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때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뭔가 확신이 있기를 원하는 것 같고요. 그런데 또 그시기만 지나면 오히려 마음의 여유가 좀 생기는 것 같기도 한데... 개인적으로 지금 같은 상황일지라도 좀 더 서로와 자신을 위해 정진했다면 관계가 틀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해봅니다.

몇달전 29살 여자친구와 헤어진 사람으로서 위로가 되어드리고 싶어서 글 남깁니다. 별 위로가 안됐을지도 모르겠으나 잘 극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아직 젊으시니 일이건 여자건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여지가 충분합니다. 벌써 그렇게 좌절하지 마세요. 전 30대도 중반을 지난 사람으로서...

2016-05-24 02:09:32

앞으로의 대학원 생활 응원합니다. 이 계기로 앞만보고 가세요. 원하는대로 다 잘풀리시길 바랄게요.

2016-05-24 02:10:54

내가 되고싶은 나와

내 여자친구가 원하는 내가 동시에 되어주는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죠.
여자친구분도 안타깝고 밀러님도 안타깝습니다.

내가 잘되면 여자친구 이것도 저것도 해줘야지 라는 생각도 있지만
막상 지금 사귀는 사람이 자신에게 소홀해지고 잘된다는 확신이 없을때
사람의 마음이 변하지 않긴 쉽지 않겠지요.
그렇다고 한 사람의 마음이 변하지 않을만큼의 확신도 주면서 무언가를 이룰만큼
우리는 대단한 사람이 못되구요.(애초에 그런 사람이 있을리가 없기도 하죠.)

지금 제 상황과 비슷해서 이런 글을 볼때마다 괜시리 저도 같이 울적해지네요.
2016-05-24 02:40:22

아직 무언가 도전할 수 있는 충분히 젊은 나이 입니다.

2016-05-24 03:07:49

글쓴님의 마음이 잘 느껴지네요. 그래도 이번 경험이 다음에 오게될 새로운 인연과의 관계에 좋은 밑거름이 되겠지요. 퐈이팅!

2016-05-24 03:11:49

자존감의 근원이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이다

멋진글귀네요
글귀만큼 멋지신 분일테니 잘극복하실겁니다

2016-05-24 03:15:29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셨다는게 참 합리적이면서도 멋져보이네요

2016-05-24 03:25:14

대학원 생활이 생각과는 달리 많이 힘들 때가 있죠.

우선 퇴사하고 대학원에 진학하신 만큼 금전적 문제가 클 것이고, 대학원 일들이 관심있는 분야더라도 인내를 요구할 때가 많죠.. 이런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이 큰 힘이 되죠. 어떨 떈 친구보다 더 기댈 수 있는 존재기도 하구요... 물론 대학원에서 힘든 만큼 알게 모르게 더 기대게 되면서 상대방도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일단 대학원을 선택하신 만큼 열심히 목표한 바를 향해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묵묵히 열심히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 보면 본인을 더 이해하고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도 올 것이라 믿습니다. 
현재의 시련은 훗날 더 멋진 삶으로 나타날 것으로 믿습니다. 같은 대학원생으로서 응원하겠습니다!
1
2016-05-24 04:51:30

사귄다면 의자 날리면서
헤어졌다면 위로하는 츤데레 아재들 같으니!

2016-05-24 06:03:02

그게 매니아 아니겠습니까
딱...딱히 솔로되서 챙겨주려는건 아냐
이런 느낌

2016-05-24 07:34:49

그래서 우리는 여친을 멀리하고 취미생활과 커뮤니티를 가까이 해야 합니다.

2016-05-24 06:13:26

정말 인연이라면 선택을 옆에서 응원하고 지지했겠지요. 인연이 아닌겁니다. 빨리 헤어진게 다행이에요

2016-05-24 06:55:45

29살이라는 숫자에 주위에서 결혼을 하고 있는 여자라면 지금의 상황을 이해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단 다만 본인을 절대 자책하지 마십시오. 꿈을 선택한 기회비용이 너무 크지만 꿈을 선택해서 열심히 살아오셨기에 인생에 후회할뻔한 일을 지워버리신 셈이니까요. 그리고 29은 절대 많은 나이가 아닙니다.

다른인연 혹은 지금 여자친구와의 재결합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니 지금은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갖고 관망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Updated at 2016-05-24 08:53:48

저는 올해 28이고 근 3년동안 한 시험을 준비하고있습니다. 여자친구랑 함께 준비하고있었죠. 하지만 올해 초에 2년 만나던 여자친구와 비슷한 이유로 헤어졌습니다. 2년연속 면접탈락, 여자친구도 탈락 그리고 나이 서른... 결혼이라는 현실이 다가오더군요. 여자 29 30 정말 무서운거같습니다... 그렇게 사랑하던사이가 끝나버렸으니까요.. 정말 자책 많이했습니다. 제 동기들 친구들처럼 그냥 전공 살려서 취직이나 하지 왜 다른길로 와서 이렇게 힘드냐고... (전공은 기계과입니다) 한번은 여자친구가 이렇게 말한적이 있습니다. 자기 나 너무 힘들어.. 나는 진짜 이제 쉬고싶어 정말 자기가 취직해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들어 다른 친구들처럼 그냥 아무생각없이 너와 살고싶어라고 말이죠. 여자친구가 했던 이말이 근 5개월이 지났는데 지금도 한번씩 가슴을 후빕니다.


정말 힘드실껍니다. 여자친구가 이해가 가면서도 왜 날 조금은 믿어주지 못했냐라는 생각이 계속 드실껍니다.. 1년만 나를 믿어주지 정말 진짜 조금만 나를 믿어주지 이렇게요. 후회랑 자책은 당연히 들수 있습니다. 하지만 얼른 털어내고 스스로가 선택한길에 더욱 악착같이 합시다. 지금 힘들다고 흔들리면 자신만 손해입니다. 옆에서 위로해주고해도 어차피 스스로가 짊어져야하는 무게.. 얼른 이겨내고 다시 일어납시다. 저도 제가 걸어가는길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고 있네요. 어떻게 마무리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왠지 오늘 꿈에 또 그사람이 나타날듯하네요. 다시 공부나 하러가야겠습니다.

2016-05-24 09:27:01

모두 다 잡기는 참 힘든 세상입니다.(토닥토닥)
힘 내시고 밀러님 인생에 매진하시길...
좋으신 분 같으니 더 좋으신 분 만날겁니다.

WR
2016-05-24 09:32:47

다들 감사합니다! 비슷한 경험 이겨내신 분들 글보며 정말 많은 위안이 되었고 저도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2016-05-24 10:07:16

힘내십시오. 이 말이 어감적으로 따뜻한 위로가 아닌 것 같아서 쓰는데 거부감이 드네요. 그런데 다른 말로 대체할 수 있는 말이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어쨋든 !!  화이팅!!! 잘 극복하실 수 있습니다. 

행복한 얼굴로 웃는 모습을 금세 되찾으셨으면 합니다!
2016-05-24 10:11:44

"제가 잘 되어야 우리의 미래 또한 잘 될거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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