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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에 걸린 어느 성형외과의 민망한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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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7 00:50:42

1980년 5월 17일과 18일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아주 큰 의미를 갖는 날입니다. 벌써 36년이 지나 그 날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프랑스의 민중항쟁을 상징하는 미술작품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일 것입니다.



이 그림은 1830년 7월 28일 왕정복고에 반대하여 봉기한 시민들이 3일간의 시가전 끝에 결국 부르봉 왕가를 무너뜨리고 루이 필립을 국왕으로 맞이한 7월 혁명을 주제로 한 작품입니다. 가슴을 드러내며 한 손에 프랑스 공화국의 삼색기를 치켜들고 다른 손에 장총을 쥔 채, 무너져 내린 바리케이드와 그 아래 깔려있는 시체들을 딛고 성난 민중을 뒤돌아보며 전진을 독려하는 여신이 중심이 된 그림입니다. 그녀의 지휘 아래 중절모의 신사, 도시의 노동자 그리고 농민이 모두 함께 폭정에 대항하기 위해 무기를 들고 파리 시가전에 나섭니다.




며칠 전부터 서울 강남의 주요 지하철 역에는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패러디한 어느 성형외과의 그림 광고가 내걸렸습니다. 강남역, 신사역, 교대역 등 제가 가는 곳마다 걸려 있는 이 광고의 제목은 《미인으로 이끄는 쥬얼리 여신》입니다. 들라크루아의 그림이 많이 패러디 되기는 하지만 숭고한 뜻을 지닌 시대를 대표하는 명작을 이런 식으로 패러딘 한 것에 개인적으로 민망함을 느꼈습니다. 저 그림에서 총칼 든 사람들은 여신에게 이끌려 그 성형외과로 쳐들어가는 건가 궁금하기도 합니다.



명화에 대한 패러디 광고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그런 패러디가 너무 많아서 위 그림처럼 여성의 신체 일부가 노출된 명작에 대한 패러디 광고를 몇 개 소개합니다.



아래 작품은 마네의 작품으로 《풀밭 위의 점심식사》라는 제목의 그림으로, 1863년 살롱전에서 낙선한 화가들의 전시회인 낙선전에 전시되어 큰 관심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당시 이 작품에 쏠린 관심은 비난 일색이었고, 그 비난은 작품의 주제와 기법 등 작품의 거의 모든 측면에 대해서였습니다. 특히 옷을 잘 갖춰 입은 부르주아 남성들과 함께한, 화면 제일 앞에 옷을 벗은 채로 그려진 여성에 대한 당혹감에 관람자들과 비평가들은 분노했습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 마네는 현대 회화의 선구자이며, 이 작품은 현대 회화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 추앙 받고 있습니다.



몇해 전 마네의 이 그림을 배달음식 검색 및 주문서비스 업체인 '배달의 민족'이 광고로 패러디해서 큰 호응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래에 그 광고를 소개합니다.






프랑스의 고전주의 작가 앵그르(Ingre)는 여려 작품에서 여자의 몸을 그렸는데, 《샘, La Source》이라는 이름의 작품은 그의 말년인 76세에 완성한 것으로 샘의 정령인 젊은 여인이 나신으로 물 항아리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을 정확한 데생으로 표현한 명작입니다.



아래 그림은 앵그르의 샘을 패러디 한 광고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광고입니다. 샤넬의 대표적 향수 코코(COCO, L'ESPIRIT DE CHANEL)를 샤넬을 대표하는 검정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앵그르의 그림에서처럼 들고 있는 뛰어난 광고입니다. 올해 초에 프랑스의 비밀문서가 공개되었는데, 샤넬의 창시자인 가브리엘 코코 샤넬은 나치 독일의 스파이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르네상스 초기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여겨지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사랑과 미의 여신 비너스가 바다에서 탄생하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것으로, 막 태어난 비너스는 푸른 바다 거품으로부터 태어나 진주조개를 타고 바다 위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영원한 사랑을 의미하는 목걸이를 건 과실나무의 요정이 그녀의 나신을 감싸기 위해 시간을 상징하는 데이지 무늬의 옷을 펼쳐 들고 있습니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엄청나게 많은 패러디를 양산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보티첼리 그림의 패러디 광고는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드비어스(De Beers)의 광고입니다. 드비어스는 다이아몬드를 채광하고 유통•가공 •판매까지 하는 유명 회사입니다.




드비어스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낀 이 모델은 보티첼리 그림에서 비너스의 얼굴과 자세를 패러디했습니다.






아래 그림은 프랑스의 무명화가 '퐁텐블로'의 작품입니다. 퐁텐블로는 작가의 이름이 아니라 15~16세기 프랑스의 퐁텐블로성을 중심으로 활약한 화파를 뜻합니다. 그림의 작가는 무명이지만 이 그림은 아주 유명합니다. 루브르 박물관의 그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유명세로 따지면 선두주자에 속할 겁니다. 이 그림의 제목은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자매, 빌라 공작 부인》으로, 왕실의 창고에 있다가 곧바로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입니다. 이 그림은 두 명의 여성이 목욕통 속에 들어가 상반신을 그대로 보여줄 뿐 아니라 갈색 머리의 여자가 금발 머리 여자 가슴의 유두 부분을 살짝 잡고 있는 행동 때문에 특히 주목을 받았습니다. 왕실의 여인들이 이런 포즈로 화가의 모델이 된 아주 드문 경우라서 수 많은 구설수를 만들어 냈습니다.




아래는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자매, 빌라 공작 부인》을 패러디 한 입생로랑의 광고입니다. 이 광고는 나오자마자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입생로랑도 어떤 메시지를 준다기 보다는 고객들에게 센세이션을 일으키기 위한 의도로 만든 광고로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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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05-17 01:02:02

민망함이라는 단어가 참 적절한 것 같습니다

2016-05-17 02:43:04

샤넬이 나치 스파인건 진짜인가요? 믿기지 않네요

WR
2016-05-18 01:36:39

본문에 너무 거두절미하고 한줄로 썼는데, 자세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1&aid=0008260309

2016-05-17 06:57:04

마케팅이 너무 극단적으로 가는것 같아요. 그냥 정도를 모르는.

2016-05-17 08:15:51

성형외과 광고는, 센스 있다고 보여지지 않네요. ^^ 만든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며 만들고 광고도 했겠죠.


그에비해 배달의 민족 광고는 예전에 봤을 때 재미있었습니다. ^^ 역시, 스토리가 중요한 것 같아요.

WR
2016-05-18 01:38:04

저 성형외과 광고는 특이함과 민망함이라는 것 말고는 포인트를 잘 못잡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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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5-17 09:49:07

인상파는 전문적으로 그림에 대한 이해가 깊은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마네의 그림에 조금 설명을 추가해 보겠습니다.
당시 마네와 모네가 활동할 당시는 프랑스의 도시화와 철도의 광범위한 구축으로 기득권들의 도심 인근 교외로 마실이 유행시기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마실에는 바람피우는 유부녀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매춘을하는 직업 여성들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사회현상을 그림으로 고발과 비난할 의도가 있었고
아마 이런 이유로 당시 그림을 본 상류층과 비평가들의 불편한 심기가 그림에대한 평가로 이어진것이 아닐까 합니다.

WR
2016-05-18 01:46:23

말씀 감사합니다. 그림의 모델 빅토린 뫼랑은 마네의 예술과 아주 각별한 관계를 갖고 있으며 소설의 주인공으로도 나왔습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41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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