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달을 맞아 골라보는 추천 애니메이션 5편
9
1501
Updated at 2016-05-05 21:32:03
연휴 시작을 맞아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괜찮은 애니메이션 영화 5편을 골라봤습니다.
업(up, 2009)
무심코 아들을 데리고 극장에 들어간 아버지들이 무방비 상태로 앉아있던 초반 10분만에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이다 영화 끝날때 쯤에는 아이들은 웃고 어른은 뭉클한 표정으로 나오게 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모티브는 실화에서 가져왔다는데요, 그 실화가 된 이야기도 찾아보면 미담입니다.
이 영화의 특이한 점은 더빙판이 굉장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에 있는데요, 다른것은 차치하더라도 주인공 노인의 목소리 더빙을 맡은 이순재씨(우리가 아는 야동순재씨 맞음)의 원작 싱크로율이 어마어마하다는 평입니다. 저는 자막판으로 봐서 안타깝게도 어느 수준인지 알지 못합니다만, 가족끼리 관람하실분은 더빙판으로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영화 최고의 장면은 초반 대사없이 진행되는 5분 정도의 영상입니다. 미처 준비가 되지 않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인생의 축약본인데요, 그저 화면과 아름다운 음악만으로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혹자는 픽사 최고의 5분이라고도 하는데, 이 5분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음악상을 수상했으며, 매우 이례적으로 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습니다. 아바타와 허트 로커가 워낙 각축을 벌이던 때라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경쟁에 오른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붉은 돼지(紅の豚, 1992)
저는 이 영화를 대학생때 봤습니다. 혹시 기억하시는분이 계실지는 모르겠는데 저 어렸을적 굉장히 인기 있었던 TV 애니메이션이었던 '하록선장' 이라는 작품의 극장판인 나의 청춘 아르카디아호의 도입부처럼, 프로펠러기를 몰고 하늘을 누비는 주인공에 대한 어떤 로망같은게 있었는데요, 그런 로망을 한꺼번에 충족시켜주는 지브리의 명작이 바로 이 붉은 돼지였습니다.
어렸을때 본 감상과 최근에 본 감상이 많이 달라지는 영화이기도 한데요, 원작자인 미야자키 하야오 자신이 항공매니아이기도 하고, 작정하고 자기 취향에 맞는 요소만 고르다시피 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원령공주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같은 다른 걸작에 담긴 메시지나 주제의식은 살짝 덜한 편입니다만 보는 이의 취향에 맞는다면 굉장히 즐거운 영화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중년이 되다보니 더더욱 취향에 맞아가는것 같기도 한데요, 하야오의 영화중 가장 섹시한 주인공 세손가락에 충분히 들어가는 캐릭터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이 인간으로 돌아간 모습은 한번도 나오지 않지만 말이죠.
하늘을 맘껏 날아다니는 자유로움과 아름다운 여인과의 로맨스,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전투 등등 재미있는 요소가 가득히 들어있는 명작입니다. 가족용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류를 좋아하신다면 100% 취향저격일거라 단언합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2011
유명한 동화 원작의 애니메이션입니다. 암울한 국산 동화 시장에서 정말 드물게 큰 인기를 누린 원작을 상당한 자본을 투자하여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는데요, 성우진이 화려합니다. 주인공 모자역에 문소리씨와 유승호씨를 캐스팅했으며 최민식씨와 감초 조연으로 유명한 박철민씨등도 더빙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역대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순위 16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디즈니나 지브리가 아닌 국산 애니메이션 영화가 역대 16위의 흥행 성적을 썼으니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개봉한 그 해에는 역대 흥행순위 10위였다고 합니다)
원작이 사실 아이들이 보기에는 너무 암울하지 않나 싶은 부분이 있는데 애니메이션 판은 아무래도 흥행을 위해서인지 많이 순화시킨 느낌이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이들 혼자 보기에는 좀 어두운 부분이 있으니 부모와 함께 관람하는것을 권합니다. (영화가 끝날때쯤엔 아이들보다 부모가 더 감정이입되어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훌륭한 원작의 힘이 크겠으나, 작품성과 상업성을 다 잡은 흔치 않은 국산 애니메이션의 수작이라 하겠습니다.
일루셔니스트(L'illusionniste,2010)
프랑스산 지극히 아름다운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마치 살아움직이는 수채화를 보는듯한 환상적인 작화로 비록 영화 전체를 통틀어 대사가 몇마디 되지 않지만 대사없이도 훌륭한 연출로 관객들에게 감정을 제대로 이입시킵니다. 마치 옛날 무성영화를 보는듯한 묘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하는데요, 보다보면 이 영화의 많지 않은 캐릭터들과 함께 숨쉬고 웃고 우는 자신을 발견할수 있을겁니다.
대사도 몇마디 없고 굉장히 정적인 영화이지만,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와 품격이 느껴지는 몇 안되는 2d 애니메이션 수작입니다. 비록 해피엔딩은 아닙니다만 보는 동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최선의 마무리라고 볼수도 있겠죠.
'시시한 사람은 있어도 시시한 인생은 없다' 는 말이 떠오르는, 서두에도 표현했듯이 지극히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입니다. 만약 실사 영화였다면, 이만큼의 여운을 가지지는 못했을듯 합니다. 현실이 아니면서도 현실을 그려내는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죠. 혹시 안보신 분은 꼭 구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
아이언 자이언트(iron giant, 1999)
픽사의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과 라따뚜이, 실사영화 미션 임파서블 4의 감독으로 알려진 브래드 버드의 걸작 애니메이션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여기 올린 영화들 모두가 훌륭하지만, 별 다섯개를 주저없이 줄수 있는 첫번째 영화로 이 아이언 자이언트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비록 네이버 평점을 다 믿는것은 아니지만, 네티즌이 준 역대 모든 영화의 평점 순위에서 39위에 올라있는 작품입니다. 재미있는것은 이 영화는 개봉당시에 평론가들의 열광적인 반응과는 달리 시장에서 처참하게 망했고 우리나라에서는 극장개봉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고 한사람씩 한사람씩 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본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들이 하나 하나 쌓여져 지금은 미국 애니메이션계의 비운의 걸작으로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배경 자체가 냉전시대의 이면을 그리고 있으며 화려하고 아름다운 작화도 아니기에 개봉 당시에 더더욱 외면받았는지 모르겠는데요, 저 역시 그저 심드렁하게 보기 시작했지만 점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개와 특히 막판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대사가 빈 디젤의 목소리로 터져나올때 쯤에는 저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수 없었습니다.
이 리스트에 있는 영화들이 다 그렇듯이, 아이들에게도 좋지만 오히려 어른들에게 더 어필할수 있는 영화입니다. 혹 이 다섯 영화중에 한편만을 볼 수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 '아이언 자이언트' 부터 볼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26
Comments
글쓰기 |
저는 wall.E 추천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