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을 하나 이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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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4 08:36:12
지난 토요일에 6살짜리 아들 녀석을 데리고 목욕탕 - 실은 사우나가 겸비된 찜질방 - 을 갔습니다.
태어나 6년동안 집에서 샤워를 하거나 가끔 bath tub에 물을 받아놓고 물놀이를 하는게 전부였던
아들 녀석에게 신세계를 보여주게 된거죠.
결혼을 하기전 솔로시절 막연하게 나중에 결혼해서 아들을 낳게 된다면 아들의 손을 잡고 같이
동네 목욕탕을 데려가야지라는 막연한 마음속에 로망(?)을 만들었었죠. 저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같이 동네 목욕탕을 갔던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아버지께서 제가 어릴때 지방에서 근무하시는
바람에 가끔 집에 오시기도 했었고 그냥 집에서 물받아 놓고 엄마가 때를 밀어주시곤 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고등학교에 올라온 이후 가끔 아버지와 함께 사우나에 갔던게 그나마 아버지와
함께 목욕탕에 갔던 첫(?) 기억입니다.
아들 녀석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하면서 데려갔었는데 온탕과 냉탕을 들락날락 거리며
완전 흥분 모드로 신나하더군요. 제일 뜨거운 열탕은 못들어가고 온탕을 먼저 데리고 들어갔더니
처음엔 뜨겁다고 못들어가다가 천천히 온도에 익숙해지면서 잘 버티더군요. 그리고 나서는 그 옆에
있는 냉탕에 들어가더니만 마치 수영장 같다고 좋아하면서 나름 큰 사이즈의 냉탕을 왔다갔다하며
좋아라 했습니다. 저는 냉탕이 너무 추워서 온탕에만 있었는데 아들녀석은 하나도 안춥다면서
신나게 왔다갔다 하더군요.
대충 씻고 찜질방으로 데려가 구운 계란과 냉면을 사주면서 같이 먹고선 좀 누워서 쉴까 싶었는데
이미 아들의 마음은 목욕탕에 가있더군요. 찜질방은 재미없다고 계속 목욕탕으로 넘어가자고
어찌나 조르던지... 결국 다시 사우나로 넘어가 아들녀석은 신나게 온탕과 냉탕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약간의 아쉬움을 뒤로 한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한가지 아쉬웠던건 목욕 끝나고 같이 바나나 우유로 마무리를 지어줬어야 하는데 미국엔 아직까지
한국에서 파는 그 뚱뚱한(?) 바나나 우유를 팔지 않아서 걍 근처에서 생과일 쥬스 하나씩 입에 물고
한국에서 파는 그 뚱뚱한(?) 바나나 우유를 팔지 않아서 걍 근처에서 생과일 쥬스 하나씩 입에 물고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목욕탕이라는 문화를 접한 아들 녀석.
처음에 탈의실에서 옷을 벗는데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옷을 벗는게 챙피한지 처음엔 저만
멀뚱멀뚱 보면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어쩔줄 몰라하는데 넘 귀엽기도 했습니다.
이젠 목욕탕 문화에 맛들였는지 다음주에도 오자고 벌써부터 조르고 있네요.
이쁜 딸내미 키우는 재미도 좋다지만 아들내미를 키우면서 이런 로망을 이루는 재미도
쏠쏠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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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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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애도 5살인데 수영장에서는 튜브를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면서 목욕탕에선 없어도 잘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