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 번역가의 시빌워 번역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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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4-28 12:16:23
매니아에도 오렌지 번역 관련해서 게시물이 올라왔는데, 현재 최초 발언자가 자수한 상황이랍니다.
즉, 누구 오렌지 있는 사람? 이 잘못된 번역은 아니라는것이죠. 오렌지 라이센스 운운은 완전히 잘못 들은것이라는 결론입니다. 즉 슬라이스가 맞다는것인데요.
사실 박지훈 번역가는 이전의 '그거 할래?'를 비롯한 크리티컬한 오역들이 좀 있는 편이라서 까이고 있기는 합니다. 오죽하면 저에게 90년대 내내 영화 시작이나 끝에 꼭 보아야했던 이름, 조상구씨나 이미도씨 이후로 첨으로 이름을 알게 된 번역가이기도 하니까요. 그렇지만 작금의 까이는 분위기는 박지훈씨에게는 조금 억울한 점도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먼저 번역가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면, 일상을 담은 영화가 아니라 특정 세계관에서 이루어지는 히어로영화는 그 세계관에 대한 충분한 숙지가 없이 영화 대사를 있는 그대로 번역하면 원작의 뉘앙스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따라서 방대한 원작의 설정을 수많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대부분 작업하는 번역가 한사람이 커버한다는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박지훈씨가 직접쓴 번역가의 변)
http://dvdprime.donga.com/g5/bbs/board.php?bo_table=archive_movie_2010&wr_id=598115
이것은 번역가를 욕하기보다 개봉할 영화에 맞는 번역가를 섭외하지 못한 영화사측의 잘못이 크다고 봐야겠죠. 그래서 올해 개봉한 데드풀의 번역가 황석희씨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것처럼, 신세대 번역가들이 더욱 많이 발굴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변이 넓어지면 곧 관객들에게 선택의 기회도 더 주어지게 되는거겠죠.
게다가 박지훈씨의 변에 따르면, 번역작업은 먼저 시나리오만 보고 가번역을 한 뒤에 화면을 보고 수정을 거치는 작업을 한다는데, 그 일정이 엄청 촉박하답니다. 물론 유출의 가능성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 그런걸테지만, 역시 그 후폭풍은 고스란히 관객이 감당해야한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이제 슬슬 관객들도 행동에 옮겨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아무리 초고속 인터넷이 발달하고 토렌트가 판을 쳐도 극장에서 볼 가치가 있는 영화는 분명히 흥행하는것이 현실입니다. 양질의 번역된 자막을 볼 권리는 관객에게 분명히 있습니다.
그렇지만 박지훈 번역가가 욕먹는 이유는 결국 자신의 능력 부족입니다. 개봉하는 모든 영화의 설정을 완벽히 숙지할수 없고 번역 일정도 촉박하다는 변명은 그 결과물 앞에서 설득력을 잃습니다. 물론 이번 시빌워의 번역은 그저 무난한 수준이었습니다. 몇몇 거슬리는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넘어갈정도는 되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간의 과가 있어서 더욱 논란이 심해지는것도 사실이고 이것은 한 번역가에 대한 성토도 있지만 그 화살은 영화사에 돌아가는 것이 더 맞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영어도 잘한다고 했습니다. 언어적 센스라는 점에서는 단순히 외국어 어휘를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그 외국어에 대응하는 우리말을 얼마나 '적재적소에' 구사하느냐가 관건이 된다는 말인데요. 가장 번역가에게 요구되는 자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지훈씨가 욕먹는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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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번역으로 호평받은 번역가들이 늘고있는 요즘 시대에 또다른 초월번역을 많이하셔서.... 본인이 쌓아놓은 업적때문에 루머로도 욕먹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