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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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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8 04:10:38

회사 다닐 때 친하게 지내던 전 직장 동료님이 어제 퇴근 후 방문하셨어요. 일단 가게를 지켜야하니 동료님(딱히 표현할 호칭이 생각나지 않아요. 동갑이고 많이 친하지만 아직 서로 존대하거든요)을 제 집으로 데려간 후 게임이나 하세요 라고 패드를 던져줬어요.

2시간 후 가게 문 닫고 집에 오니 다크소울3에 매우 집중하고 있네요. 어헝헝, 실격씨 이거 어려운데 너무 재밌어. 잠깐 멈춰봐요, 커피나 한 잔 합시다라고 말을 한 후 맛난 커피를 직접 내려줬더니, 어헝헝 이거 너무 맛난다 라며 좋아해요. 참 좋은 사람이야 이사람. 커피 마시며 얘기를 나누다 우리 김대리 이런 말을 해요. 요즘 너무 바빠서 여자친구도 못 사귄다고. 저는 이렇게 말해요. 바빠서 여자친구가 없는게 아니라, 여자친구가 없는 와중에 바쁜거예요. 시험 준비하는 애들도 그렇고 취업 준비하는 애들도 그래. 바빠서 여친이 없는게 아니라, 여친이 없는 와중에 바쁜거라고. 어헝헝, 실격씨 말 진짜 맞는 것 같아요. 진짜 명언이다, 진짜 맞는 말이야. 근데, 지금 집에 슬슬 가야 출근하는데 지장 없지 않아요?(이건 김대리를 빨리 보내고 싶어서 한 말이 아니라 진짜 걱정돼서 한 말이에요. 그 분도 그런 제 의도 잘 알고요) 어헝헝, 다크소울 좀 더 할래. 실격씨는 괜찮아요? 아, 난 상관없음. 편하게 하기 싫을 때까지 하고 가요.

그리고 게임하는 거 구경하다 먼저 잠들었는데, 지금 눈을 떠보니 이 분 아직도 집중하고 계시네요. 자는 나 깰까봐 패드에 이어폰 꽂고 하고 있네요. 아, 좋은 사람. 바빠서 여자친구가 없는게 아니야ㅜㅜ 너무 집중해서 뒤에서 제가 폰 보고 있는 것도 못 알아차리고 있어요. 뭔가 웃겨서 글 남겨봐요. 저 분 밤 꼬박 새고 출근하시겠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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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04-28 04:49:14

예전에 친구 집에가서 fm 깔아주던게 생각나네요

2016-04-28 08:43:12

마약을 파시다니....안되겠네요 농못님

2016-04-28 09:43:04

깔아주고 좀 알려주고 있었는데 친구 형도 와서 이거 뭐냐? 라며,,, 이것 저것 알려주고 집에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2016-04-28 05:14:54

끝판을 깨겠다는 의지의 뒷모습은 여러모로 멋지죠! 방안이 후끈후끈하겠네요~
타락타락(음성효과)~ 아날로그 스틱소리를 자장가삼아 조금더 주무세요~

2016-04-28 06:04:18

인간실격님의 글을 읽고나면 정말 정말 재미있고 웃기는 웹툰을 본 듯한 느낌이에요.

정말 탐나는 필력입니다. 
2016-04-28 07:15:11

하하하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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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8 08:19:54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남자와 같은 방에서 잠들다 일어나 그 남자의 등을 바라보며 흐뭇해 하고 있는 인간실격님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2016-04-28 10:37:29

다른 좋은 글도 많았지만 이 글에 추천을 위한 로그인을 하고야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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