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한 남자
회사 다닐 때 친하게 지내던 전 직장 동료님이 어제 퇴근 후 방문하셨어요. 일단 가게를 지켜야하니 동료님(딱히 표현할 호칭이 생각나지 않아요. 동갑이고 많이 친하지만 아직 서로 존대하거든요)을 제 집으로 데려간 후 게임이나 하세요 라고 패드를 던져줬어요.
2시간 후 가게 문 닫고 집에 오니 다크소울3에 매우 집중하고 있네요. 어헝헝, 실격씨 이거 어려운데 너무 재밌어. 잠깐 멈춰봐요, 커피나 한 잔 합시다라고 말을 한 후 맛난 커피를 직접 내려줬더니, 어헝헝 이거 너무 맛난다 라며 좋아해요. 참 좋은 사람이야 이사람. 커피 마시며 얘기를 나누다 우리 김대리 이런 말을 해요. 요즘 너무 바빠서 여자친구도 못 사귄다고. 저는 이렇게 말해요. 바빠서 여자친구가 없는게 아니라, 여자친구가 없는 와중에 바쁜거예요. 시험 준비하는 애들도 그렇고 취업 준비하는 애들도 그래. 바빠서 여친이 없는게 아니라, 여친이 없는 와중에 바쁜거라고. 어헝헝, 실격씨 말 진짜 맞는 것 같아요. 진짜 명언이다, 진짜 맞는 말이야. 근데, 지금 집에 슬슬 가야 출근하는데 지장 없지 않아요?(이건 김대리를 빨리 보내고 싶어서 한 말이 아니라 진짜 걱정돼서 한 말이에요. 그 분도 그런 제 의도 잘 알고요) 어헝헝, 다크소울 좀 더 할래. 실격씨는 괜찮아요? 아, 난 상관없음. 편하게 하기 싫을 때까지 하고 가요.
그리고 게임하는 거 구경하다 먼저 잠들었는데, 지금 눈을 떠보니 이 분 아직도 집중하고 계시네요. 자는 나 깰까봐 패드에 이어폰 꽂고 하고 있네요. 아, 좋은 사람. 바빠서 여자친구가 없는게 아니야ㅜㅜ 너무 집중해서 뒤에서 제가 폰 보고 있는 것도 못 알아차리고 있어요. 뭔가 웃겨서 글 남겨봐요. 저 분 밤 꼬박 새고 출근하시겠네.
-끝-
3
2016-04-28 08:19:54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남자와 같은 방에서 잠들다 일어나 그 남자의 등을 바라보며 흐뭇해 하고 있는 인간실격님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2016-04-28 10:3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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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친구 집에가서 fm 깔아주던게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