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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야기 - 저는 미국의 이런 점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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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2 20:26:11

이번 글은 시리즈 중에서 첫 번째 글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미국이나 다른 나라가  부러운 점에 대해 시리즈 별로 하나씩 짚고 넘어갈 생각입니다. 미국은 문제점도 많은 나라이지만 오늘은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부러운 점에 대해 글을 씁니다. 


미국이 우리나라 그리고 독일 스웨덴 등 서유럽 국가와 크게 다른 점들 중 하나는 계층이동이 가능한 열린사회라는 데 있습니다. 미국의 부호 리스트를 보면 최상위 20위중에 자수성가한 인물이 70%를 차지합니다. 아래 2015년 탑텐 리스트 중에서도 코흐 형제와 월튼을 제외한 7명이 자수성가형 부자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부자인 빌 게이츠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파헤치면서 우리나라와 미국의 다른 점들을 짚어보겠습니다. 단 하나의 예에 그치는 게 아니라 매우 중요한 시사점들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1955년생인 빌 게이츠는 요샛말로 금수저입니다. 아버지는 시애틀의 저명한 변호사였고 어머니는 부유한 은행가의 딸이었습니다. 빌의 부모는 우리나라의 기준으로도 극성스러울 정도로 아들에 대한 교육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 덕에 빌은 중학교 시절인 1968년부터 대학에 입하할 때까지 5년 동안 메인프레임 컴퓨터와 접속하며 쉬지 않고 프로그래밍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수학과 프로그래밍에 놀라운 재능을 보인 빌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법률가가 되기 위해서 하버드 대학교 예비 법학부에 입학했으나 곧바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수학으로 전공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재능을 발휘해서 당시까지 미해결이던 이산수학 문제의 해법을 제시해서 SCI 학술지에 실었고, 그 논문의 우수성은 지금까지도 학자들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입니다.


천재수학자로서의 미래가 확고해 보이던 19살의 빌 게이츠는 같은 해에 기존 프로그래밍 언어인 BASIC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서 글자 그대로 초보자가 소형컴퓨터에서 사용이 가능한 언어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때마침 기적 같은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1975년에 기본 가격이 397달러의 가정용 조립식 미니컴퓨터 키트인 알테어 8800 (Altair 8800) 이 시장에 등장한 것입니다. 뒤를 돌아보면 알테어 8800은 빌 게이츠 뿐 아니라 그와 동갑인 스티브 잡스의 인생도 통째로 바꾼 희대의 발명품이었습니다.



빌 게이츠는 재빨리 알테어 8800의 제조회사 MITS의 사장 에드 로버츠를 방문해서 알테어 8800에 자신이 개발한 BASIC 키트를 옵션으로 탑재시키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에드 로버츠가 내건 계약조건은 빌 게이츠와 동료들이 MITS에 머물며 BASIC 키트의 작동에 대한 기술 지원을 제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빌은 하버드를 한 학기 휴학하며 MITS가 소재한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 머물며 BASIC 키트의 테크니컬 서포트와 서비스를 담당했습니다.


다음학기에 빌이 하버드에 복학했을 때 에드 로버츠는 빌에게 긴급하게 전화했습니다. 네가 없으니까 BASIC 오작동에 대응할 방법이 없고 소비자의 클레임이 끊이지를 않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에드는 빌에게 계약을 파기하거나 앨버커키에 계속 머물거나 택일하라는 최후통첩을 내렸습니다. 하버드에서 앨버커키는 비행거리로 3700km가 넘기에 두 곳을 매일같이 오가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빌은 부모와 이 난감한 상황에 대해 상의했습니다.



빌의 부모는 아들이 하버드를 중퇴하고 앨버커키에 작은 회사를 차리는 것에 적극 동의했습니다. 미국은 기회의 땅이고 너는 능력이 있고 우리는 돈과 인맥이 있는데, 몇 번 실패하는 건 길게 생각하면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는 게 빌 게이츠 부모의 생각이었습니다. 빌 게이츠의 친구 폴 앨런과 스티브 발머도 함께 하버드를 중퇴했습니다. 그들도 부모를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았지만 자신들이 한 번에 사업에 성공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습니다.


하버드를 중퇴한 직후 그 셋은 앨버커키에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습니다. 25년 후 세 명은 모두 세계의 부자 순위 top 10에 진입합니다. 2000년 세계 부자순위는 빌이 1위, 폴이 3위 그리고 스티브가 8위였습니다. 폴은 1988년부터 지금까지 쭉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의 구단주이고, 스티브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최대주주이며 2014년부터 LA 클리퍼스의 구단주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와 미국의 큰 차이점은 우리에게는 실패를 딛고 재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하나의 기준에서 한 차례만 낙오되어도 그게 낙인이 돼서 평생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패자부활전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사회는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가장 안전한 진로를 선택하려 합니다.


우리나라는 벤처 창업을 정부 차원에서 독려하면서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벤처 창업자의 95%가 1~2년 안에 실패하는 시스템을 방관하고 있고, 더 큰 문제는 그들이 실패를 값진 경험삼아 재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너무 미비합니다. 망한 벤처회사의 CEO에게는 정부로부터 받은 창업자금이 평생 갚아야하는 공포의 빚으로 돌변합니다.


재기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 모두가 대학입시에 목숨 거는 사회가 됩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승부가 어린 나이에 치러지는 것입니다. 진학한 대학에 따라 이후 인생의 조감도가 미리 만들어진 듯 펼쳐집니다.


수능의 원래 목적은 대학에서 더 깊게 학문을 공부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인데 반해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더 깊은 학문으로 이어지도록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 자체에 최적화된 공부를 하기 때문에 그 많은 교육비를 들여 대학에 진학해도 그들의 실제 학력은 30년 전 신입생들만도 못한 희극 같은 상황이 바로 우리 현주소입니다. 학생들이 가장 큰 비중으로 공부하는 수학의 경우만 해도 입시준비를 위한 기계적 계산위주의 수학은 대학에서 배우는 원리와 개념 위주의 수학으로 전혀 이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어느 부모님들도 빌 게이츠의 부모처럼 전도 찬란한 아들이 하버드(or 서울대)를 중퇴하고 외진 벽촌에서 실패하기 딱 알맞은 일을 하겠다는 것을 불허할 겁니다. 그 대신 이렇게 말씀하시겠지요. “가라. 그런데 가려거든 내 시체를 밟고 가라.” 제가 경험한 바로는 우리나라의 경제력 있는 부모님들은 성인 아들이 독립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아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면서 당신들의 뜻대로 조종하길 원하십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런 부모님들은 아들딸이 창의적인 사람이 되길 원하시는 겁니다. 우리나라와 세계 곳곳에서 창의적인 인재를 강조하고 특별 대접하는 분위기 때문이겠지요. 물론 창의성과 실패가 동의어는 아닙니다.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절대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해야 하는 사회에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진정한 창의적 인재가 나올 것을 기대하는 건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다시 빌 게이츠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사업 초창기에 빌 게이츠는 어머니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뉴욕 사교계 마당발 출신 어머니는 빌이 사업에서 난관에 처할 때마다 그림자 구원투수가 되었습니다. 정글의 킬러 본능을 지닌 빌은 게리 킬달과 IBM이 연달아 자살골을 넣은 등 행운까지 겹쳐서 라이벌들을 무자비하게 제압하며 차츰 업계의 정상에 도달해서 37살이던 1992년에 세계 제 1의 부자가 되었습니다. 빌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계의 모든 소프트웨어와 지적재산권을 석권할 때까지 쉬지 않고 전진하려던 사람이었습니다.


듀크 대학을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석사학위를 1년 만에 마친 23살의 멜린다 프렌치는 1987년에 떠오르는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했습니다. 입사 후 1년 만에 CEO였던 빌 게이츠와 사귀는 사이가 됩니다. 회사 내에서 이렇게 6년을 사귀다 둘은 결혼에  골인하고 그 이후부터 빌 게이츠는 삶의 모든 게 서서히 달라졌습니다.



빌 게이츠가 멜린다의 어떤 점에 그렇게 매혹 되서 삶의 방향까지 바꾸게 되었는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사람들 말로는 멜린다의 미모 때문은 아니라고 합니다. 멜린다는 빌이 무자비한 사업가에서 만인의 존경을 받는 자선가가 되도록 서서히 영향력을 행사해서 2000년에 자선재단인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을 세우게 했고 빌이 사업에서 조기에 은퇴하도록 조언했습니다. 여성 배우자가 사람을 이렇게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저는 놀랐고, 멜린다야말로 진정 위대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빌 게이츠는 그 재산에 지금까지 40조원이 넘는 재산을 기부했고, 그의 관심은 기업으로 세계를 석권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와 제3세계 어린이들이 사람답게 살게 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기부의 목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대부분 팔아 지금은 스티브 발머에게 최대주주 자리를 내줬지만, 다른 투자에 귀신같은 능력을 발휘해서 그렇게 많은 돈을 기부했지만 그의 재산은 줄지 않고 여전히 세계 1위 부자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가 기부할 돈이 많아지는 건 인류를 위해 좋은 소식입니다. 비록 마이크로소프트는 빌의 은퇴 후 최첨단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잃었지만 빌은 새 삶을 찾았습니다.


빌 게이츠처럼 사업에서 일찍 은퇴해서 자선가의 길을 걷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미국의 최고 부자들은 대부분 큰돈을 기부하는 데 인색하지 않습니다.


점잖은 방법으로는 미국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없습니다. 빌 게이츠처럼 때로는 악랄하고 잔인해져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최고 부자로 인정받은 후에는 그 돈을 남을 위해 정승같이 써서 존경받는 욕구를 충족시킵니다. 이게 바로 미국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많은 결함 속에서도 세계를 이끄는 기본 동력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미국사람은 부자를 미워하거나 질투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미국의 공평하고 열린 시스템을 믿습니다.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성공의 기회는 공평하게 온다고 생각하기에 그들은 성공한 사람들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리고 그 성공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기부를 하고 자선사업을 함으로써 존경을 받습니다. 저는 미국의 이런 시스템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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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6-02-02 20:30:41

미국 국가 Star Spangled Banner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O'er the land of the free and the home of the brave 입니다.

그리고 저게 그냥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노래의 가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미국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있는 문장이기도 한 것이 참 부럽습니다.

WR
2016-02-02 20:40:27

19세기 초에 쓰인 시인데도 말씀하신 부분은 지금의 미국인들의 마음을 잘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국빠는 아니지만 걸프전 당시 슈퍼볼에서 휘트니 휴스턴이 부르던 노래는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2016-02-02 20:47:35

좋은 글 감사합니다. 미국을 보고 있으면 전통적인 가치를 매우 존중하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가치를 무시하지도 않죠. 이 두가지의  밸런스를 잘 잡고 유지해 나가는게 미국의 원동력이라 생각합니다.

WR
2016-02-02 20:50:43

공감합니다. 그 많은 문제점들 속에서도 미국이 세계 부동의 1위를 꾿꾿이 지키는 데는 그만한 장점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2016-02-02 20:59:26

공감가는 이야기네요. 우리나라가 저리 바뀌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WR
2016-02-02 21:00:55

감사합니다. 우리나라의 다른 문제점들도 앞으로 하나씩 짚어갈 생각입니다. 너무 복합적인 문제라서 어디부터 실타래를 풀어야 할지 저도 한참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2016-02-02 21:01:28

사실 빌 게이츠가 좋은 조건인거는 맞지만, 그렇다고 기존의 부에 몇 십만배를 불리는 건 그의 능력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죠. 그리고 실제적으로 빌의 활동만 보더라도 자신의 부에 상당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려고 하는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크지 않나 싶습니다.


누구에게나 길이 열려있고(적어도 미국 시민에게는...) 그렇게 부를 취했을때 사회에 환원하려고 하는 모습, 이것만으로도 미국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힘의 원천을 찾을 수 있는 겁니다. 반면에 한국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기도 하죠. 한국은 성공하는게 아닌 '실패를 하지 않는 방법'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의 끝은 제반자원 빈약으로 인한 '고사'에 불과한거죠. 수 많은 강대국에 둘려쌓여있는 인구 적은 나라의 운명인 셈입니다. 그거를 스스로 재촉하고 있는게 현재의 작금이구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데미안 님이 요즘에 글을 많이 주셔서 저는 행복합니다.
WR
2016-02-02 21:05:50

말씀에 공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실패의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에 그것을 피하는데 가장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꿈이 초급 공무원인 나라에 무슨 희망이 보일까요? 격려의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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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2-02 21:13:56

인간사도 물리력과 마찬가지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는 에너지가 필요하고 특히 돈이라는 닻을 올리려면 정말 큰 에너지가 필요하고 아주 큰 저항이 발생하는것 같습니다. 미국은 본인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부단히 노력한 사람들이고 우리는 타인에의해 리셋 버튼이 눌러진 상황이라 우리나라사람들이 미국사람들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바라보는 차원에서 많이 미숙하다고 봅니다. 글에서도 표현하셨듯이 빌이 경쟁상황에서 굉장히 잔인한 사람이라고 묘사한 부분이 그런 것의 한가지예라고 봅니다. 미국은 그런 점이 우리랑 많이 다른것 같아요. 변화시 발생하는 저항에 대해 태생적으로 감각이 있는 민족 같습니다. 요즘 젊은 층이 한국을 떠나려는 상황이 권리를 쟁취하는 행위의 미숙함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자식이 부모를 보고 기본적인 생존 방법을 배우는 것인대 부모들도 모르는 것을 자식들이 알수는 없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우리 부모님들이 그랬듯이 내자식 우리 가족 만큼은 고생시키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떠나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역사에 엥겔지수가 40%를 넘으면 혁명이 일어났다고 하던대 20-30의 기술이민이나 미군입대등이 혁명의 다른 모습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감사합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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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2 21:21:49

오늘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부분이 우리와 미국이 다른 점이라고 공감합니다. 그런데 미국으로 떠나겠다는 우리 젊은 사람들이 잘 못 이해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미국의 경쟁은 우리처럼 획일적이지는 않지만 주요 종목에서는 우리보다 경쟁이 더 치열합니다. 직장에서의 업무시간은 짧을 지 몰라도 업무강도는 더 높습니다. 그리고 인정 사정 없는 해고가 뒤따를 수 있습니다. 여기가 힘들어서 미국에 가는 건 잘못되면 늑대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는 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외람된 말씀이지만 우리나라 엥겔지수는 40%에 훨씬 못미칩니다. 40%를 넘었던 시절은 30년도 더 된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2016-02-02 22:06:52

높은 월세와 학자금 대출 그리고 기본적인 식비등의 부담이 많아 종자돈을 모을 여유가 없는 2030분들의 현실을 표현하려던 것이었습니다. 제가 너무 과격했습니다. 고견 감사합니다.

WR
1
2016-02-02 22:08:06

분명히 맞는 말씀이셨습니다. 고맙습니다

2016-02-02 21:20:59

미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영웅을 만들어내고 그 가치를 최대한 인정해줌으로써 스타가 되어 자체로 마케팅 효과를 보면서 수많은 서민층에 꿈과 희망과 환상을 심어주는 선순환 구조가 잘 이뤄져 있습니다. 우리는 뭐하나 잘된다 싶으면 개떼같이 달려들어서 파이를 쪼개먹으려하고  핵심만 빼내서 날로 먹으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구글과 nhn의 기업인수 사례를 비교해보면 규모의 차이를 고려해도 정말 말이 안될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납니다.

WR
2016-02-02 21:23:33

맞습니다. 그런 현상의 원인을 설명할 방법은 있지만 어떤 이유가 가장 큰 것인지는 저도 궁금합니다. 아무튼 안타깝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1
2016-02-02 21:41:44

저는 자원의 한계라고 생각해요. 일종의 생존 본능. 우리나라가 유독 교육열이 높은 이유가 자식을 살아남게 하려는 동물적인 모성애라고 보는데 비슷한 맥락으로 연결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WR
2016-02-02 21:43:02

그 교육열 때문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은 분명합니다.

2016-02-02 21:30:41

잘 읽었습니다. 시리즈라니 기대가 됩니다.

WR
2016-02-02 21:31:13

고맙습니다^^

2
Updated at 2016-02-02 21:58:20

준 고시생이라 매니아도 눈팅만 가끔 하려고 했는데 창업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남깁니다.

제 1년이 채 안되는 짧은 창업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저는 오히려 우리나라 창업 지원 시스템이 너무 허술해서 사업의 추진 목적이든 재기의 발판이든 간에 꼭 필요한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지원되지 못하고 있는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2013년 내내 창업에 매달릴때, 저희 팀은 서울시 창업지원 프로젝트에 사업기획서를 내고 5천만원 상당의 지원금을 약속 받은적이 있습니다. 당시 지원 조건은 서울시에서 싼 임대료에 이용할 수 있는 작은 사무공간 지원, 회계 처리 무상 지원 등이었습니다. 5000만원 중 의무적으로 반환해야하는 금액은 없었고, 쓸 수 있는 경비를 3500만원으로 제한하기는 하였으나 실질적으로 나머지 1500만원을 대표자 1인의 1년 봉급으로 처리하면 별 문제 될 게 없는 구조였습니다. 당시에는 파격적인 조건이었고, 정확한 숫자는 기억나지 않지만 50팀 이상의 꽤 많은 팀을 지원했었습니다. (여전히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니 요즘은 정부에서 이 정도 조건으로 지원하는 사업은 없다더군요.)

스타트업이 가장 어려워하는 자금 문제에 돌파구를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 저희 팀은 이 지원을 수용하는지 여부를 두고 갈라서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희 팀은 지식 기반 플랫폼으로 인터넷 웹사이트를 운영하는것이 목표였는데, 개발 능력도 완전하지 않은 상태였고 가진 건 오로지 로고 디자인과 급조한 사업계획서가 전부였습니다. 저는 이 사업의 정말 조악한 초기버전도 없는 상태, 저희 팀이 스스로 만든게 아무것도 없었던 상태에서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것 자체가 될 리가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였으나, 제 손으로 썼지만 그야말로 허접하기 짝이 없는 이 사업계획서로 5천만원이라는 큰 돈을 따냈다는데 약간의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것을 판단하는게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사업계획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좀 더 필요한 누군가에게 집중되어서 갈 수 있는 돈이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마치 그들의 노력과 기회를 뺏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지원금을 받고 당장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1년의 휴학을 해야한다는것이 굉장히 크게 느껴졌습니다. 부모님께서는, "부담갖지 말고 하고 싶은걸 해보라" 라고 하셨지만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던 집 사정을 맏이로써 외면하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저희 팀이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1년을 의미없이 보내게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제 스스로를 설득할 수 없었고 결국 팀 전체가 와해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1년여간 이미 쏟아부은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취업 등이 어려운 시기에 1년이라는 시간을 더 쏟는다는데 제가 그렇게 부담을 크게 느꼈었나
...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것저것 쓰다보니 포인트도 없는 글에다가 길이도 너무 길어졌네요. 좋은 밤 되세요 :)

WR
2016-02-02 22:04:06

실수로 댓글이 저 밑에 달렸습니다

2016-02-02 21:55:17

여러 매체나 혹은 글들에서 항상 나오는 얘기가 '우리나라는 실패하면 인생 끝 재기의 기회가 없고 미국은 실패해도 괜찮고 재기할 수 있다' 이건데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을까요? 저도 외국서 살아보긴 했지만 가까이서 겪어보지 않아서 그런지 그 실체가 어떻게 다른지 사실 항상 궁금했습니다.

간단한 예로,
1. 대출을 받아 사업을 시작해서 망했을때 미국에서는 어떻게 재기하나요? 우리나라에서는 향수 수년간 빚갚느라 절절맨다는건가요?

2. 그렇다면 투자를 받았다가 망했을 때는 두 나라에서 결과가 어떻게 다른지요

혹 각 나라의 법률적인 차이 때문에 다른건지, 아니면 무슨 사회적 문화적 차이때문인지 좀 궁금했습니다.

WR
2016-02-02 22:03:40

벤처를 대하는 사회 풍토가 다른데다 미국은 주로 투자를 받는 데 반해 우리는 대출성 지원을 받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나라는 클리어 되는 게 미국만큼 쉽지 않습니다. 실패경험자들도 미국은 우리보다 훨씬 우대합니다.

2016-02-04 00:54:43

다른 나라는 모르겠는데 제가 한국에서 창업 경험과 미국에서 근무 경험이 있어서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두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케이스 별로 다르지만 미국이든 한국이든 유상증자를 비롯한 지분을 넘기고 투자를 받는 방식에서는 회사가 망해도 횡령, 배임에서 자유로울 경우 대표 및 등기이사들이 지는 책임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전환사채 같은 경우들은 조금 다릅니다. 그리고 이것이 미국과 한국에서 대출을 받았을때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미국, 그리고 제가 알기론 많은 나라들이 회사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았을때 연대보증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회사의 명의로 대출을 받아도 보통 대표이사가 연대보증을 서야합니다. 즉 회사가 망했을 경우에 그 빚이 대표의 몫으로 남을 확률이 큽니다. 저희도 기술보증 기금을 통해 대출을 받았지만 여전히 대표이사가 연대보증을 서야했습니다 (저희가 가진 기술을 담보로 잡히고도 말이죠). 여튼 이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벤처하다가 망하면 평생 그 빚갚으면서 산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WR
2016-02-02 21:56:32

그런 사연이 있으셨군요. 정말 좋은 조건이었는데 아마도 기획서에 수월성이 있어서 지원금을 받으신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그 돈을 거절하신 것은 팀원들의 철두철미하고 정직한 성품 때문이 아닐까도 생각합니다. 대학교에 연구과제를 통해 지원되는 서울시 연구비는 액수도 많은데 교수들 사이에는 눈먼 돈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라면 창업지원 프로세스도 조금 허술할 수 있습니다. 복숭아맛사탕님의 지난 1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시험준비 철저히 하셔서 꼭 좋은 결과 있길 기원해요.

WR
2016-02-02 22:00:47

이건 복숭아맛사탕님께 드리는 댓글입니다. 이상한 곳에 붙었네요^^

2016-02-02 22:06:38

감사합니다. 시리즈 글 기대됩니다. 정독하겠습니다

Updated at 2016-02-02 22:29:26

실패하는 자들에겐 등을 돌리고 1-2년 안에 성과를 보는 프로젝트만 장려하면서, 정작 결과물은 10-20년짜리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바랍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왜 노벨상을 수상 못하냐는 말만 하구요.


정부나 학교들이 이렇다보니 사람들도 결국 단기간짜리, 또는 겉만 번드르르한 계획서를 통해 돈 따내기에만 급급하고 정부는 그런 거에 넘어가서 예산을 허비하고... 결국은 악순환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빌 & 멜린다 게이츠가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반환하는 내용을 보니 최진석 교수님이 쓴 이 글이 떠올랐습니다.
http://economy.donga.com/3/all/20151212/75323237/2
이 글을 읽고 제게 보여준 지인에게 글이 너무 이상주의적이지 않냐고 했더니 제게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우리가 이걸 이상주의적이라고 생각해선 안된다며 따끔하게 한 마디 하셨습니다. 순간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항상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WR
2016-02-02 22:44:35

최교수님 글이 심오하면서도 신선하네요. 잘 봤습니다.

그 지인분도 멋지십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2016-02-02 23:10:06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직업의 특성상 외국인들하고도 일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런 경험들 생각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네요.
WR
2016-02-02 23:12:08

말씀 고맙습니다.

2016-02-02 23:31:23

항상 적다보니 진부한 인삿말 처럼 되는거 같지만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가 느끼는것도 공유해보자면 본문에 나와있는것처럼
1. 실패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사회
2. 1번과 연관되어있지만 안전제일 사회
3. 허레허식같은 체면이 중요한 사회 (체면이 중요하지만, 중요할땐 game face가 필요합니다)
등이 있는 듯 합니다.

미국역사책에서 강조하는 manifested destiny와 함께 이어져있는 frontier 정신이야말로
우리가 본받아야 될 점이라고 봅니다. (인디안, 멕시칸의 아픈 역사는 비판해야 마땅하지만요..)

도전,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 그리고 그에 대한 존중하는 시선과 가다가 실패한 사람의 도전정신을 높이사고 교훈으로 삼는 문화가 전혀 없이, 성공한 자는 무한히 찬양하지만 실패한 사람은 단순히 그 사람의 나태, 교만, 우둔함등으로 단순화 해서는 지금의 공무원 안전사회를 벗어날수 없다고 봅니다.

요즘 업무에 계속 치이다보니 생각나는건 많았는데, 이정도만 일단 적곘습니다..
WR
2016-02-03 02:00:11

반갑습니다. 여전히 바쁘신 모양이네요. 이 글을 계속 이어나가서 조만간에 말씀하신 3번도 언급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게시판 분위기를 보면 이 시리즈는 더 진행 안하는 게 낫겠습니다. 물론 이 글 때문에 도화선이 당겨진 건 아닌 듯 하고, 속편을 올려도 제 글에서 논쟁이 벌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꺼져가는 불씨를 제가 또 당길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여튼 우리나라와 다른나라를 비교하는 건 건설적인 동기에서 시작되었더라도 폭발의 소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하시는 일 모두 순조롭길 빕니다.

2016-02-03 02:34:26

말씀하신대로 현재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많은 문제들이 있고 이를 어디서부터 풀어갈 것인가는 고민하는 것 조차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다수가 문제에 공감하고 조금 의견은 갈리더라도 공통적으로 공감하는 방향도 있다라는 점일 듯 합니다. 문제는 이를 실천에 옮기고 구현시키는 문제인데 확실히 여러요소들이 얽혀있다보니 쉽지 않은 부분인 것 같습니다. 


단기성과에 매몰되는 현실은 정말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임용되서 한국으로 돌아가시는 분들만 봐도 연구환경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용 후 2년간 몇 편의 논문을 달성해야하는 실적 압박 또한 여러 문제들을 연쇄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계가 이런데 회사나 일반 사회는 더더욱 이런 단기성과에 대한 압박이 극심할테고 이로 인해서 생기는 장기적인 부작용이 점차 현실화가 되고 있어서 생각보다 그 위험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다들 나라와 우리 사회를 걱정하고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감정적인 대립보다는 좀 더 건설적인 토론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아쉬움도 듭니다. 그런면에서 힘드시더라도 생각을 좀 더 나눠주셔도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좋은 의견 잘 읽었습니다. 
WR
2016-02-03 03:32:07

제가 이번 글에 속편을 쓰려니까 또다시 우리나라의 부정적인 측면을 언급해야 하는데 지금 게시판 분위기에서 그런 글을 올리는 게 적절할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말씀처럼 우리나라에서 장 단기 목표의 불합치는 여려 부작용을 낳습니다. 한국인들은 늙을 때까지 숙제를 하듯 인생을 삽니다. 하나의 숙제가 끝나면 또 다른 숙제 그것이 끝나면 또 다른 숙제 ... 이런 식의 프로젝트 베이스 인생이다 보니 단기의 목표가 장기적인 비전과 상충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합니다.


한국에 임용되어 오시는 분들은 처음에는 걱정이 많지만 금새 잘 적응하십니다. 2년간 좋은 연구를 몇 가지 하는 건 어렵지만 전공 카테고리에서 SCI 상위 30 저널에 몇편 싣는 것은 느끼시는 것만큼 어렵지 않습니다. 한국에 임용되는 순간 본말이 전도돼서 연구의 목적이 깨달음에 대한 욕구도 아니고 전공 체계 안에서 학문적인 공헌도 아닌 IF 몇 짜리 논문 몇 편 그리고 얼마 액수의 연구비로 바뀌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달성하면 자신들이 올바른 학문적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연구 환경입니다.


양적인 면과 지표적인 면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 과학이 많이 발전했는지는 몰라도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후퇴했을지도 모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히려 일반 사회에서는 단기적 성과가 장기적 효과가 없을 때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개혁할 수밖에 없는데 학교 울타리의 보호를 받는 사람들은 스스로 개혁할 동기조차 없습니다.


동료가 동료를 심사해서 채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신규인원 채용 시 후보자의 우열이 명백히 드러나는 경우가 아니면 집단의 이익보다는 본인의 이해관계를 더 먼저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탁월한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연구지원이 부족해서가 절대 아닙니다. 연구주제의 과학적 가치를 판단하는 정성평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서입니다.


지금 시간이 새벽이고 저에겐 지난 10여년 동안 민감했던 주제가 나오니까 제가 저절로 흥분하는 게 느껴집니다. 게시판 분위기 봐서 진정된 듯 싶으면 글을 올리겠습니다. 부족한 글에 격려말씀 감사합니다.

2016-02-03 04:06:46

연구환경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사실 가장 좋은 연구 "주제"가 정해지는 시기는 바로 부임한 직후와 첫 박사과정 학생이 졸업하게 되는 시점이라고 판단을 합니다. 그 이후의 연구 성과는 각 PI에 따라 천차만별이구요. 부임 직후엔 박사과정-포닥을 거치면서 해당 연구 분야에 대한 감각이 가장 빠릿할때 그리고 5-6년 후에는 교수 뿐 아니라 그 구성원인 학생들의 성과가 막 터지기 시작할때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도 서울대, 카이스트 등의 몇몇 대학은 연구환경도 좋고 성과도 잘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문제는 바로 그 아래 레벨에서의 대학들인데 사실 이쪽에 임용되서 가시는 분들을 보면 실력도 정말 좋고 좋은 비전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연구에 참여할 학생들도 부족하고 스타팅펀드도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간 내에 논문 성과를 내야하다보니 결국 선택권은 예전 지도교수의 도움을 받거나 SCI 논문 편수나 IF를 채우기 위해 양산되는 논문들이겠죠. IBS가 생기고 나서는 중소형 레벨 펀드들이 씨가 마르면서 일부 대학을 제외하곤 정말 '연구'라고 부를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되기는 쉽지 않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미국으로 포닥 지원하는 학생들의 CV를 보다보면 한국 학생들만큼 논문 편수가 많은 경우도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출판한 저널들이나 그 내용들을 보다보면 아쉬울때가 많습니다. 조금만 잘 다듬고 후속 연구들과 결합시키면 더 좋은 성과와 결과들로 이어질 수 있었을텐데 하고 말이죠. 말씀하신 연구를 평가하는 시스템의 문제도 이런 결과를 야기시킨 큰 이유 중에 하나일테고 그 점에대해선 저도 동감합니다. 그런면에서 최상위 클래스 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아래 단계 학교들은 뭔가 좀 더 연구와 교육 사이에서 그리고 연구 내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WR
2016-02-03 04:33:13

제가 있는 곳은 말씀하신 S, K에 닿으면서  한단계 아래입니다. 생명쪽 신임분들은 CNS 제1저자로 깔고 오십니다. 본교출신 대학원생도 제법 가는 편인데, 연구공간은 항상 부족합니다. 학교에서 연구업적은 교신저자 아니면 카운트도 안합니다. 그래서 안식년때도 어디를 못갑니다.  승진 등 모든 지표가 IF를 더한 합으로 나옵니다. 이론과학 쪽은 본교출신 대학원생은 거의 없습니다. 패컬티의 맨파워는 좋은 편입니다. 정부주관 큰 사업에서는 항상 마지널입니다. 죽으나 사나 지표관리입니다.

Updated at 2016-02-03 08:51:27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글과 댓글들이네요.

저는 화공에서도 고분자를 전공했는데, 석사를 마친 후 박사과정으로 미국에 갈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군대도 다녀와서 나이도 너무 많고, 여러가지 문제로 그냥 취업해서 지금까지 살고있습니다.

제가 석사 하고있을 때, 준비해서 미국으로 간 형들이(저보다 한 살 많은) 지금 두 명 울산에 있는 대학에 교수로 가있네요. 미국에서 왜 돌아왔나 싶으면서도 한국이 더 살기 편한 면도 있다고 합니다. 가족을 두고 온 형도 있고, 가족을 데려온 형도 있고, 장단점이 있는게 눈에 보입니다.


얼마전에 아는 동생이 스웨덴으로 이민을 갔습니다. 국내 최고의 회사(???^^)에 다니면서 계속해서 이게 맞는 삶인지 고민하던 친구였는데, 스웨덴으로 가면서도 계속 이게 맞는 선택인지 고민하더군요. 전 가끔 떠날 수 있는게 부럽습니다.


저희 교수님께서는(찾아뵌지 정말 오래됐네요. ㅜ.ㅜ) 미국에서 꽤 괜찮은 공기업(?)에 계시다가 오셨습니다. 제가 첫 직장에서 모셨던 팀장님도 비슷한 경우시구요. 이런 경우 보통 남자들은 한국에 돌아온 것을 무척 만족해해지만, 나머지 가족들은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글이 너무 중구난방이고 이얘기 저얘기 섞여있는데, 결국 우리나라가 과연 살기좋은 나라인가... 다들 그렇지 않다고 하면서도 돈 있으면 우리나라가 제일 좋다고 하는 것도 참... ^^ 그러면서도 애들 행복하게 키우려면 우리나라는 아니라고 하는데는 다들 동의할 것도 같습니다. ^^

WR
2016-02-03 12:56:50

어떤날님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고려하셨었군요. 큰 기회비용을 지급하면서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지금도 많은 우수학생들이 선뜻 나서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학문적인 이유때문이라면 분명히 미국에 있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연구가 즐겁고, 연구 자체의 목적을 위한 깨우침의 욕구가 분출하고, 자신의 학문적 포텐셜을 최대한 발휘하고자 한다면 귀국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귀국하는 것도 여러가지 중요한 이점이 있습니다.


미국의 일인당 GDP가 대략 5만 6천 달러로 2만 8천 달러인 한국의 두배인데, 제가 받는 연봉은 공일 전공에서 미국의 top 주립대 교수가 받는 연봉과 동일한 액수입니다. 미국은 연봉을 9개월로 계산하고 나머지 3개월은 연구비 나 다른 벌이로 충당할 수 있는 구조이고, 서울의 메이저 사립대의 연봉이 다른 대학보다 높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교수 연봉은 우리가 미국보다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저는 추가로 매년 연봉의 3/4 이상을 금융 자문과 외부강연  등 주 전공외 활동으로 외부에서 법니다. 물론 모두에게 워커홀릭이라는 말을 듣지만 삼성전자 임원이나 의과대학 교수만큼 바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대로 얼마든지 일정과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미국보다 국내가 연구여건을 나쁘지만 학생교육은 훨씬 보람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 이유로 귀국한 직후부터 후회한 적이 없었습니다. 제 나이에 17번 결혼식 주례를 한 사람은 전문 주례인이 아니면 찾기 힘들 겁니다. 가끔씩 서울대에 가면 그곳의 연구분위기는 분명히 다른 걸 느낍니다. 하지만 전혀 탐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생 나이가 넘었을 때 가족과 귀국한 분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는 걸 자주 봅니다. 아이들이 우리나라의  독특한 분위기와 조기 경쟁에 적응 못해서 심리치료를 받기까지 합니다. 이번 글에 이어서 속편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게시판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지면요. 매번 감사드립니다

2016-02-03 10:38:56

대기업에게는 독과점이 허용되어있고 벤처기업에게는 안전망이 없죠...

거대 자본을 가진 기업에게는 순환출자로 문어발식 경경이 가능하고, 벤처기업에게는 대출 상환의 압박이 있구요...
담합은 당연한거고 특허권을 편법으로  빼앗는것에대해서도 전혀 막지 못하고있고, 벤처기업의 미래는 사실 대기업에게 기술을 헐값에 넘기고 돈이나 챙기는게 그중 가장 나은 미래라고 보일만큼 답답합니다...

거대 자본에 대한 어느정도의 제한만 걸어줘도 어느정도 활로가 보일텐데... 라는 생각이 들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사족으로 경제가 문제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경제가 문제가 되는건 이러한 사회의 문제점들이 있기에 그에 따른 여파로 경제가 문제가 된다... 라고 저는 생각하고있습니다...
WR
2016-02-03 13:01:01

말씀에 공감합니다. 거기에 하나를 더하자면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직종과 분야에서 새싹들에게 가혹합니다. 될성부른 떡잎이 보이면 키워주기는 커녕 불법을 동원해서라도 밟아버리는 분위기가 어는 분야에든 보입니다.

2016-02-04 02:31:09

항상 즐겁게 damon bailey님의 글을 보고있었는데... 오늘은 저도 매우 공감가는 글과 댓글인것 같습니다. 저도 s대에서 박사학위후 해외포닥 및 교수를 꿈꿔왔던 적이 있었는데요. 결국 상위권에서도 일부 교수님들만이 연구다운 연구를 하고 많은 분들이 돈 및 업적을 위해서 학문의 깊이가 깊지 않은 연구들을 진행하는것을 보면서 많은 고민을 했었답니다. 특히 다른 학교들에서는 논문 갯수를 채우기 위해 기계적으로 논문을 쓰는 교수님들을 보고 회사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되었지요. 제가 바라는 교수라는 직업은 미래에 중요하고 응용될수 있는 연구를 하는 것이었는데, 그게 한국에서는 매우 힘들고 제가 그런 역경을 이겨내고 제가 원하는 연구를 할수있을지 자신감이 없더군요. 물론 현실도피일수도 있겠지만요. 이에 회사에 취직하게 되고 조금 더 우리 현실에 밀접한 곳에서 연구를 하게 되었기에 지금은 만족하지만, 이후 안정적이지 않고 경쟁 사회에서 살아 남아야될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걱정이 드는군요. 교수라는 직업의 정년 보장이라는 직업안정성은 요즘같은 시대에는 더욱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이니 말입니다. 또한 교수집단의 폐쇄성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드네요.

이후에도 한국 사회 그리고 한국의 연구 상황에 대한 Damon bailey님이 고견을 더 듣고싶네요. 다음에도 좋은글 부탁드리겠습니다.

WR
2016-02-04 14:54:24

반갑습니다. 공부를 계속 하다가 기업으로 진로를 돌리시기까지 참 많은 고민이 있으셨을 거라 짐작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능력에 대한 평가가 학벌에 묻혀가는 것처럼 연구결과의 중요성에 대한 평가가 저널 이름에 묻혀가는 상황이 심각합니다. 전공에 따라 좋은 연구결과와 IF 가 높은 저널에 게재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질 수도 있지만 순수이론인 제 전공에서는 둘이 따로 노는 경우들이 더 많습니다. 근래에 제가 속한 학과에서는 업적평가 방법을 놓고 친했던 교수들끼리 반목하고 그중에서 더 순수한 분이 제법 큰 금전적 손실을 감수한 채 카이스트로 옮긴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 연구 상황을 주제로 매니아에서 글 쓰는 건 너무 특수한 주제여서 여기 회원님들의 일반적 성향과 잘 맞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혹시라도 자연스럽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면 그때 글을 올리겠습니다. 하시는 일 모두 순조롭길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Updated at 2016-03-24 00:25:10

미국과 한국의 차이 이야기와는 별개로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한 소재로 "빌 게이츠"이야기는 좀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어느 사회이건 송곳처럼 튀어 나오는 최고성공자는 있게 마련이라서요. 잡스 평전을 얼마전에 봤는데 제 개인적인 느낌은 잡스의 훌륭함 이전에 잡스의 초기성공에는 엄청난 운이 따라주었다는 거였습니다. 워즈니악이 친구가 아니었다면 잡스에겐 창업의 기회나 있었을까? 얼마나 많은 잡스같은 천재가 그 운을 잡지 못한채 기회를 얻지 못하고 그냥 평범하게 사라졌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특정인물의 성공담으로 그 사회를 이야기하면 

http://blog.naver.com/yrc2526/220658174796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가능해지거든요. 이것봐라 한국에서도 열심히만 하면 다 성공한다. 한국사회가 뭐가 문제고 그런 말 하는 녀석들은 다 핑계다 이렇게요. 


 최고 부유층을 통해본 미국의 자수성가비율도 저는 선순환이라는 느낌보단 이런 느낌이 강했습니다. 미국도 부는 세습된다. 하지만 워낙 경제규모가 크고 계속 발전하는 나라인지라 새로운 사람이 더 많은 부를 벌면서 더 위를 형성한다라는 느낌이랄까요? 미국도 집단 전체로 보면 사회 계층화는 더 공고해지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서 말입니다. 그 사이사이의 송곳들만 존재하구요. 물론 그 송곳이 튀어나올수 있는 환경조성 자체도 찬양거리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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